개발자, 이직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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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 살다보면 이직을 결심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미국에서 지낸 18년 동안 6개의 회사를 경험했으니 평균 재직 기간이 3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이직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가치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필요하면 하고 필요없으면 안해도 좋다. 다만 개발자로서 이직을 고려할 때 기억해야 하는 윤리가 있다.
■바꾸려는 노력
이직의 80%는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마음에 들지 않는 무엇이 있을 때 생각하게 된다.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직의 동력은 대부분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상사와의 관계가 나쁘거나, 제자리 걸음인 연봉과 직책이 불만이거나, 낡은 기술만 고집하는 프로젝트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회사의 미래가 어둡거나, 이런 부정적인 요소가 이직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럴 때 개발자는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내가 지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라면, 이직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게 좋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노력을 다하지 않고 이직하는건 현실도피이며, 그건 습관이 된다. 처음 한 두 번은 회사를 잘 옮겨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순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갈등과 고민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심을 다해서 답을 구하면 의외로 쉽게 답이 찾아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회사에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속내를 감추는 커뮤니케이션은 오해와 불신을 키운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은 문제를 해소한다. 서로 미워하고 사이가 나쁜 사람이라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드러내면 마음의 빗장이 눈녹듯 사라진다. 대화에 진심을 담는 것, 그게 능력이다.
데이터사이언스 팀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말했냐고 물으니, 이 친구는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자기가 그 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묻자, 우물쭈물하던 아가씨는 자기가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느냐고 대답했다. 이미 늦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데이터사이언스 팀에서 일하지 못한 것,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지 못한 책임은 그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긍정의 힘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 집에서 이력서도 새로 꾸미고, 리크루터도 만나고 하며 이직 계획을 구체화 한다. 이 상황에 이르면 몸은 여전히 같은 직장을 다니지만 마음은 그 곳을 훨훨 떠나간다. 밉상이던 사람이 이상한 말을 해도 거슬리지 않고, 상사가 싫은 소리를 해도 마음이 무겁지 않다.
마음이 떠나면 생각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력서를 제출했거나 면접을 보는 회사가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훨씬 좋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콧노래가 나올 지경이다. 심리가 이런 상태에 접어들었을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새로 옮겨갈 직장을 '부정의 힘'에 기대서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와 비슷한 조건을 (혹은 조금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나타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영화 곡성 식으로 말하자면 미끼를 덥썩 무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 회사와 달리 OOO이라는 문제가 없겠지.
이직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이건 또 다른 문제, 아마도 더 큰 문제를 향해 걸어가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직을 결심하는, 어떤 새로운 회사를 가기로 결정하는 동력은 반드시 "이 회사는 OOO이라는 장점이 있으니까"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OOO은 높은 연봉, 회사의 브랜드, 매력적인 프로젝트, 편리한 출퇴근, 마음에 쏙드는 팀원들,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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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최선을
이직이 결정되면, 현재 다니는 회사의 프로젝트에 대해 불성실해지는 사람이 있다. 회사 사람들도 멋대로 대하기 시작한다. 최악이다.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프로페셔널리즘, 직업윤리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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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있는 장소,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진심을 다해 기울일 것. 자기가 있는 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새로 갈 곳이 놓치기 힘든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직을 결심할 것.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하던 일을 마무리할 것. 이렇게 세 가지는 개발자가 이직을 생각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윤리다. 이직의 자격이다.
원문 링크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608010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