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AI 초능력: 집중력과 끝까지 해내는 힘
번아웃은 오로지 과로 때문에 생긴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렇다면 AI 덕분에 일을 이전보다 2~100배 빠르게 끝낼 수 있으니, 논리적으로 우리는 일을 너무 적게 하고 번아웃은 전혀 겪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간단하기만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전부 다 해보자!
이 밈을 모를 만큼 젊을 수도 있지만, AI로 효율이 높아지기 시작했을 때 기술 업계의 많은 사람이 느낀 감정을 잘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지난 몇 년간 우리 모두 시작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씩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너무 짧아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AI가 등장해 매혹적인 거짓말로 우리를 부추겼다.
Claude: “이제 내가 왔으니, 어쩌면 그걸 전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10년 동안 나는 여러 차례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갓 아빠가 됐으며, 언제나 야심 차게 살았다. 초안으로 저장해 둔 글 제목과 개요가 100개를 넘었고, ‘시간이 생기면’ 시작하려고 언젠가 할 일 목록에 넣어둔 프로젝트도 50개나 됐다.
나는 가능성을 조금씩 시험하며 회의 사이에 사이드 프로젝트 몇 개를 무작정 시작했다. 5분 단위로 Claude에 작업을 걸어두고 실행시킨 뒤 다음 통화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통하기 시작했다.
해보고 싶고, 탐구하고 싶고, 글로 쓰고 싶었던 일들이 실제로 성과를 냈다. 그러자 더 많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야심이 10배로 커졌다. 더 많은 일을 동시에 벌였다. 전부 다 해보자!
결국 무너지다
결말은 이미 알 것이다.
언제나 이렇게 끝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무엇이든 가질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AI가 한 가지 작업의 생산성을 100배 높여주더라도, 인간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여전히 유한하다.
게다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깨어 있는 내내 100%의 속도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진행 중인 ‘개념 증명’ 프로젝트가 40개쯤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 안에서 번아웃의 통증이 커지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하나 열 때마다 끝내지 못한 일이 하나 더 생겼고, 책임과 돌봐야 할 대상도 하나씩 늘었다.
AI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줄여놓고는, 바쁘기 위해 하는 일을 끝없이 만들어냈다.
일을 위한 일: “주로 계속 바쁜 상태를 유지하려고 맡기거나 하는 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과정은 즐거웠다. 하지만 이 전략은 실패했고, 나는 방향을 바로잡아야 했다.
더 적게, 그러나 더 잘
Greg McKeown은 저서 Essentialism에서 더 적게 하되 더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AI 시대에는 이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를 이용해 하는 일의 수를 옆으로 늘리기보다는, 중요한 일을 훨씬 더 깊이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집중하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개인적인 사례
오늘 아침에는 이 글을 쓸 생각이 없었지만, 나 자신을 멈추려면 써야 했다.
나는 ‘Sesame Street Simple’이라는 다른 글을 서둘러 내보내려 했다. 곧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글을 계속 붙들고 생각할수록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B나 B- 정도로는 탄탄한 글이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바라는 만큼 독자에게 영향을 주려면 이 주제에는 A+ 수준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멈췄다.
집중할 시간과 주의를 충분히 들여 적어도 2~3번은 더 고치기로 했다.
부분일식과 개기일식
내가 완벽주의자인 걸까?
지나치게 비장한 장인이라도 된 걸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Garry Tan은 부분일식과 개기일식의 차이를 다룬 훌륭한 글을 썼다.
핵심은 이렇다. 일식이 99% 진행됐을 때와 100% 진행됐을 때의 차이는 고작 1%, 반올림하면 사라질 오차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차이는 100배에 이른다. 부분일식은 구름이 끼어 어두워진 듯하지만, 개기일식이 일어나면 기묘한 밤이 온 세상을 덮치는 듯하다.
두 경험이 주는 효과는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랑하는 제품, 책, 영화 등은 마지막 1%에 필요한 대가를 치러 완전한 경험을 선사한다.
어려운 점은 그 마지막 1%에 전체 시간의 50~90%가 든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하며 출시해 버리는 이유다.
더 나은 길
이제 AI가 효율을 2~100배 높여주므로 마지막 1%에 필요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려면 가차 없이 집중한 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중요한 몇 개만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새 일, 그러니까 ‘전부 다 해보자’는 유혹을 떨치기가 너무 어려워 여전히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도 그에 따른 보상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글을 더 적게 발행하되, 한 편 한 편을 더 깊이 다루고 싶다.
나와 독자 모두 그런 글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누구도 번아웃을 겪어서는 안 된다. 애초에 AI의 목적은 힘든 노동을 대신 맡겨 우리가 시간을 아끼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며, 더 인간답게 살도록 돕는 것이었다.
source https://www.rickmanelius.com/p/the-new-ai-superpowers-focus-and
HN에서는 AI가 일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낮아진 구현 비용을 어디에 다시 쓰느냐가 성과와 피로를 가른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드는 능력은 인정했지만, 이를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았다. 여러 프로젝트를 거의 완성된 상태까지 만드는 일과, 고객에게 내놓을 품질로 마무리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부작용이 더 뚜렷했다. 모든 문제가 몇 시간이면 풀린다는 기대 속에서 비슷하지만 서로 호환되지 않는 도구가 곳곳에 생기고, 각자 만든 결과물을 조직 표준으로 채택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는 경험이 나왔다. 에이전트는 쉬운 작업에는 유용하지만 어려운 작업에서는 신뢰하기 어렵고, 어느 쪽인지 미리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 시제품만으로는 도메인 이해나 완성 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코드 소유권보다 실제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AI의 역할을 지원 업무로 제한해 효과를 본 개발자들도 있었다. 설정과 컨테이너, 설치 문제, 테스트처럼 인지 부담이 큰 주변 작업을 맡기고 핵심 코딩에 집중하자 피로가 줄었다. 백로그와 명세를 먼저 정리한 뒤 에이전트 실행, 검토, 수정, 병합, 배포를 일정한 주기로 운영해 속도와 안정감을 함께 높였다는 사례도 있었다. 여러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시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활력을 얻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판단 기준은 생성한 코드나 시작한 프로젝트의 수가 아니다. AI가 반복 작업을 덜어 중요한 과제에 더 깊이 집중하도록 돕는지, 아니면 검증과 마무리가 필요한 일만 늘리는지 살펴야 한다. 조직은 시제품과 제품을 구분해 성과를 평가하고, 개인은 포기할 아이디어를 고르는 기준과 마지막 품질을 책임질 시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