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개] 낮에는 건설 현장, 밤에는 키보드 앞에 서는 개발자 | 김정훈님 인터뷰
낮의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쓰고, 밤에는 키보드 앞에 앉는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조합이지만, 오늘의 주인공 김정훈 님(닉네임: SNou-Arch)에게는 이것이 요즘의 일상이다.
10년 차 현장 실무자이자 AI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 중인 그는 스스로를 “개발에 막 발을 들인 사람”이라 말하지만, 그 실행력만큼은 이미 초심자를 넘어섰다. 어쩌면 그는 ‘대 AI 시대’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개발자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AI를 도구 삼아 스스로 길을 만들어낸 사람.
오늘의 인터뷰는 낮에는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누비고, 밤에는 AI와 씨름하며 또 다른 인생 설계도를 그리는 김정훈 님의 이야기다.

오늘의 인터뷰이 김정훈 님 (닉네임: SNou-Arch)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낮에는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누비고, 밤에는 키보드 앞에서 AI와 씨름하는 '10년 차 노가다 아재', SNou-arch의 가장 김정훈입니다. OKKY에서는 '최근에 바이브 코딩에 빠져서 AI와 씨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비전공자가 만든 투박한 결과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과정을 좋게 봐주시고 이런 인터뷰도 요청해 주셔서 영광이며, 응원 감사합니다.

OKKY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정훈님의 게시물
Q.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계시다가 개발의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개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은 아니고, 발가락 정도만 살짝 걸친 상태죠. (웃음) 제가 가진 현장 관리의 기술을 AI라는 붓을 통해 디지털로 확장했다 생각합니다. 코딩은 신입 작업자인 Gemini가 전담하고, 저는 해야 할 커다란 덩어리를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나눠서 '작업 지시'와 '설계(기획)'만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개발의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의 나침반을 찾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요, 이를 가장 효과적(접근성과 개인화)으로 구현할 방법이 어플로 만드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나중에 개발자를 구하면 만들어보자'라고 미루기에는 MVP 형태라도 직접 완성해 세상에 내놓는다면 분명 누군가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를 위한 언어 습득’입니다. 저는 3년 안에 건설과 IT를 결합한 회사를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 개발자 동료들과 함께 일하려면, 개발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로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들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접 부딪히며 다양한 아키텍처와 협업 방식을 체득해보고자, 혼자서라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측량을 진행하는 정훈님(왼쪽)과 동료(오른쪽)
Q. AI에게 일을 더 잘 시키게 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처음에는 도깨비 방망이인 줄 알았습니다. '해 줘' 하면 분석 파파박 한 다음 '뚝딱'하고 나올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눈사람 만들기더라고요. 제가 굴리는 방향과 정성만큼만 결과가 나왔으며, 굴리다 삐끗하면 무너져 내렸습니다. 3개월간 덜 무너지고, 잘 굴러가게 하려고 '현장 관리'노하우를 접목시키며 체감한 것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AI와 관련한 공부를 한 적은 없으니 실제 LLM의 작동 방식과 다를 수 있고, 저도 사용하면서 생각이 바뀐 점 또한 많았기에 3개월간의 경험을 토대로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Gemini는 '눈치껏 다음에 들어갈 문자를 생성’합니다. LLM은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기준으로 답변을 '사용자가 마음에 들어 할 내용으로 추론, 분석, 예측해서 문자를 조합하는 것'이라고 느꼈고, 사람과의 소통과 큰 의미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느껴서, Gemini를 '젬미니'라고 부르며 부하 직원처럼 의인화하여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Gemini는 '초고지능 사회성 제로' 신입사원입니다. 서울대 박사급 스펙이지만 눈치와 융통성은 부족한, 에이스와 고문관을 오가는 신입사원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적당히’를 아는 척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전혀 다르게 이해하더군요. 그래서 프롬프트를 “이건 숟가락이고, 나는 이걸로 밥만 먹는다” 수준까지 구체화했습니다. 현장에서 외국인과 언어가 잘 안 통하는 상황보다야 낫다며 위안 삼았죠.

사무실에서 AI와 씨름할 때
세 번째, Gemini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습니다. 겉으로는 같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기기억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매 답변마다 전혀 다른 개체가, 주어진 정보를 잠깐 훑어보고 대답하는 느낌이었죠. 결국 AI는 직전까지의 대화를 프롬프트 삼아 새로운 답을 만드는 구조라, 맥락을 계속 주입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파일 곳곳에 주석을 최대한 남겼습니다. 이 코드가 어떤 의도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적어두었습니다. 그게 저에게도 편했지만, 다른 대화창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일종의 프롬프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은 항상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업데이트와 관련 없는 코드는 절대 건드리지 마” 같은 문장들입니다.
네 번째, 신입사원을 위한 '온보딩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바로 일을 시키면 꼭 사고가 납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코딩을 시키기 전에 사전 프롬프트와 정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큰 그림부터 시작해서 작은 디테일까지 흐름, 그리고 나의 선호나 대답 취향까지 먼저 공부를 시켜서 사전 정보와 나(시스템)의 목적과 의도를 주입시켜 보았습니다. 이미 자료에 있음에도, 공부를 한 번 더 시켜놓고 일을 시키니 결과물이 맥락을 벗어나는 경우가 줄었어요.
다섯 번째, Gemini의 '분업화'가 필요합니다. 한 대화창에서 모든 걸 시키면 정보가 뒤섞입니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맥락을 잃고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팀 네트워크처럼 역할을 나눴습니다. ‘버그 원인과 해결 방안만 찾는 창’, ‘로그만 분석하는 창’, ‘최종 코딩만 하는 창’으로 분리해 각각의 일만 맡겼습니다. 건설 현장도 비슷합니다. 하루에도 전기, 설비, 방수, 미장 등 여러 공종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돌아갑니다. 저는 그 순서와 작업량을 고려해 지시를 내리고, 진행 상황과 품질을 확인하며 피드백합니다. 분업된 대화창을 조율하는 일도 그와 닮아 있었습니다. 현장 반장님들을 지휘하는 느낌이었고, 덕분에 능률도 훨씬 올라갔습니다.

테스트 코딩 중인 화면
Q. 반대로 AI와의 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AI가 '나는 무조건 맞다. 니 컴퓨터나 서버 환경이 문제다.' 하고 우길 때죠. AI도 가스라이팅 하더라고요. Gemini 2.5만 유독 심했을 수 있는데, 자신의 답변을 과도하게 확신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같은 포인트에서 버그가 나서 따지면, 분명히 같은 증상으로 버그가 남에도 불구하고 어떨 때는 20차례 이상 '나는 이전 업데이트에 분명 해당 버그를 해결하는 코드를 줬으니, 업데이트가 똑바로 되어있는지 확인하세요', '니 컴퓨터 혹은 서버 재빌딩 하세요. RENDER 환경설정 문제인지 확인하세요'하고 앵무새같이 말할 때면 혈압이 오릅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해결될 때까지 헤딩하다가, 이제는 브레이크 포인트 만들고 각 분기마다 로그 찍고서 추적한 로그를 대령하면 대부분 사소한 문법 오류나 데이터 누락, 오타에서 버그가 엄청 생기더라고요. 남 탓에, 환경 탓에, ‘닝겐이 문제다’ 하는 고집쟁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못난 제가 어르고 달래서 품고 살아야죠.

틈틈히 모바일로 코딩하는 모습
Q. 비전공자로서 마주했던 기술적인 장벽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 그 자체가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AI가 코드를 줬는데 에러가 나면, 진짜 개발자분들은 직접 고치거나 추적하겠지만. 저는 그럴 능력이 없으니 10번이고 20번이고 "Gemini님 제가 여기 log를 대령하나이다. 부디 검토해 주시옵소서."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최근 3개월간 Lite 버전을 만들면서 동시 작업 시 서버가 계속 다운되는 현상을 겪었는데, 원인조차 모르니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로그를 바치고 헤딩과, OKKY 고수분들에게 도움 요청 끝에 그게 '비동기 처리'와 node의 '단일 스레드' 문제라는 걸 알았고, 해결했을 때는 정말 꽉 막힌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를 원샷한 기분이었습니다.

건설현장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정훈님
Q. 낮에는 건설 현장, 밤에는 새벽 4시까지 개발. 극한의 스케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원동력은 '재미'와 '오기'였습니다. 내가 원하던 것이 실현되고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재미있었어요.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어떤 분기를 거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구현되겠다 하며 AI와 토론하고, 테스트해서 해당 기능이 구현될 때는 진짜 재미있었어요. 버그픽스 할 때는 오기가 생겼고, 해결되면 해소감이 좋았어요.

현장에서 작업하다가도 틈틈히 모바일로 코딩하는 모습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A. 육체적으로는 사람이 그렇게 잠을 줄이면 몸이 버틸 수 없다는 거였어요. 잠을 억지로 참은 것은 아니에요. 11시가 넘어가면 이제 자긴 자야 하니 그냥 불 끄고 침대에 엎드려서 노트북 불에 의지하는데, 거의 한 달간 과몰입 상태로 작업하면 잠이 오는지도 몰라요.
대화창을 역할별로 분업화한 것도 AI의 답변 속도가 답답해서였습니다. 한 창에서는 아키텍처를 토론하고, 다른 창에서는 코딩하고, 또 다른 창에서는 검증을 돌리니 템포가 확 살아났고, 오히려 더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러다 프롬프트를 치다 말고 기절하듯 잠든 적도 많았습니다. 회의 중에 졸거나, 걸으며 잠들 뻔한 적도 있었고요. 결국 19일 만에 ‘Ego Standard’ 앱을 만들고 나서야 체력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이후 Lite 버전을 만드는 두 달 동안은, 아무리 아쉬워도 밤 10시가 되면 무조건 멈추고 잠을 잤습니다.

잠 자는 시간 쪼개어 아이패드로 테스트 코딩 진행하는 화면
정신적으로 힘든 건 '외로움'이었어요. 내가 열심히 만든 어플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많았죠. 주변에 코딩하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건설 현장은 보수적이라 AI가 가져올 미래나, 코딩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전무합니다. 제가 Gemini를 아시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은 GPT는 들어봤어도, Gemini는 모른다고 해요. Cursor나 Claude는 다들 들어본적도 없다는 반응이고요. 그만큼 건설업이 AI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타 업종에도 보수적인 것 같아요. 의식 또한 '컴퓨터가 뭘 아냐, 아직 멀었다.'하는 인식이고요. 가장 친한 동료조차 이해를 못 해주니, 마치 외딴섬에서 홀로 돌을 쌓는 기분이었습니다. 3개월 정도 지났고,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오니 이제는 주변에서도 조금씩 응원도 해주고 시작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OKKY분들처럼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큰 위로가 됩니다.
Q. 이 앱을 통해 사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변화를 얻기를 기대하시나요?
A. 저의 영향이 닿는 분들이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내면의 나침반’을 갖도록 돕는 것, 그것이 ‘Ego Coach’와 ‘Ego Lite’를 만든 유일한 목적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딜레마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은 경험과 독서, 공부 같은 과정을 통해 무의식적인 신념과 직관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 앱은 개인 맞춤형 딜레마 상황과 질문을 통해, 그 막연한 감각을 ‘의식적인 언어’로 끄집어내도록 돕습니다. 그렇게 꺼내진 나침반이 향하는 방향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 특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 변화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지금 ‘AI 혁신’이라는 거대한 태풍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어떤 삶의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
“노동의 가치가 사라진다면 인간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이 앱은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을, 아직은 투박하지만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과거 기술 혁신 때처럼 단순한 타이핑이나 손 제도 같은 ‘기능(Skill)’은 결국 사라집니다. ‘노를 잘 젓는 사람’으로만 남는다면 위태롭고, ‘돛’의 역할만 하던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나침반을 가진 ‘선장’에게는 동력이 노인지, 돛인지, 모터(AI)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면 돛을 접고, 흐름을 읽으며 목적지를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장을 꿈꾸는 항해사와 조타수도 다르지 않습니다. AI라는 모터가 생기면 두려워하기보다 활용하며 배워갑니다. 지금은 노를 젓는 역할일지라도, “태풍이 오는구나” 하고 흐름을 읽는 사람과 “시키는 대로 노나 저어”라며 귀를 닫는 사람의 미래는 결국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사용자들이 전자의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 동료들과 회의하는 모습, 빨간 옷이 정훈님
Q. 개발을 완료하고 직접 앱을 사용해보셨을 때, 처음 구상의 몇% 정도가 구현되었다고 느끼셨나요?
A. 수치로 따지자면 Standard 버전은 50%, 이번 Lite 버전은 70% 정도 구현된 것 같습니다. 최초에 구상한 청사진 중 남은 30%는 대부분 내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심화 훈련의 방법론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기의 깊숙한 내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하고, 그것을 불편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Lite 버전에서는 최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추후 이용자가 많아지거나 요청이 있다면 해당 기능을 넣은 pro버전으로 구현해 볼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3개월간 기술과 비전이 성장하면서 제 청사진 자체가 훨씬 거대해졌습니다. 동시에 벽도 느껴졌죠, 공부를 한참 하지 않으면 구현할 수 없는 기능들임을 이제는 아니까요. 커진 꿈에 비하면 지금 결과물은 30%도 채 안 되는 시작점일지도 모르겠네요.
Q. 이 심리코칭 앱이 3년 후 목표를 위한 부산물이라고 하셨는데, 그 비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A. 최종 목적지는 ‘AI-TECH 건설 회사’입니다. 건설 산업은 개발 분야에 비해 혁신의 속도가 더딘 영역입니다. AI-TECH 기반의 시도도 이미 연구되고 일부 대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산업 전반을 바꿀 만큼의 ‘범용적 혁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혁신의 파도가 밀려올 때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회사가 아니라, 그 파도 위에서 방향을 설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령화와 군대식 문화에 머무르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인재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유연한 조직. 변화에 끌려가기보다 변화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건설 회사를 하겠다면서 왜 심리 코칭 앱을 만드느냐”는 질문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도전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미래 회사의 ‘브랜드’와 ‘신뢰’를 쌓는 과정입니다. 사람의 내면 성장을 이야기하는 회사가 짓는 건물이라면, 적어도 부실 공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고객의 마음을 짓는 정성으로 공간을 설계하겠다는 약속. 동료를 부품처럼 대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다짐. 그 신뢰라는 자산을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Q. 이번 개발을 한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
A. 한 번 해결하고 나니, '발걸음'이 엄청나게 가벼워졌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무거웠던 도전이었지만, 한번 벽을 넘고 나니 "어? 이것도 되겠는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10년 차 건설업 경험에 AI 활용이 더해지니 시야가 획기적으로 넓어졌고요. 이번 앱 개발의 용기를 토대로 작가의 영역에도 발을 디뎠고, 앞으로는 건설 실무에 필요한 'REVIT 자동화 툴', '공정 관리 프로그램' 등을 직접 개발할 계획입니다. '나침반 찾기' 전자책도 현재 총 3권 중 1권(제목:초월)을 집필하여 교보문고에 투고했으니, 내년 초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 삶의 영역에는 한계가 없어진 기분입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분야의 동료들과 고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입니다.

틈틈히 시간날 때 코딩하는 모습
Q.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비전공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첫걸음은 원래 무겁고 불편합니다.”
A. 거대한 바위를 보면 겁이 납니다. 하지만 자르고, 쪼개고, 다듬다 보면 결국 쓸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거창한 완성이 아니라 계획서 목차를 만드는 ‘시작’ 정도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큰 덩어리에 압도되지 말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조각부터 시작해 보셨으면 합니다. 시작이 쌓이면 생각은 결국 현실이 됩니다. 여러분의 과거 경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직무, 다른 업종에 도전하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흔적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를 돕습니다.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기술 혁명 속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대부분 더 큰 시장 안에서 다른 형태로 남아왔습니다. 너무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파도에 올라탈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요. 누군가는 “그 나이에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 하던 거나 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퇴근 후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한 걸음만 내딛어 보십시오.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경험은 결국 그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상, 10년 차 건설현장 아재이자 ‘AI-TECH 건설회사’ SNou-arch를 꿈꾸는 김정훈이었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의 말: 우리는 흔히 건물을 짓는 일과 회사를 만드는 일을 다르게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둘 다 보이지 않는 기초를 다지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술보다 먼저 신뢰를, 속도보다 먼저 방향을 세우는 선택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지금 당장의 효율이 아니라, 먼 미래의 파도를 상상하는 사람. 그리고 그 파도 위에 설 조직을 미리 설계하는 사람. 이 이야기는 혁신이란 어떤 철학을 먼저 쌓느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초로 쌓아 올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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