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직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개발 4년차, 첫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이저 IT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IT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비IT회사 개발부서였거든요.
그런데.. 이직을 하면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쓰라리네요.
회사가 정말 잘 나가고 있으면 이런 감정없이 홀가분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보니 남아 계신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겠죠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배운 건, 타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입니다.
기본이지만 다시 한 번 더 되새김 하게 되었네요.
퇴사한다고 얘기하니 고위직분께서 직접 저에게 책임, 신의, 배신자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
회사 프로젝트들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저 밖에 없으니 그렇겠죠
개발자도 제가 나가면 신입사원 한 분 밖에 없구요 ㅎㅎ
그래서 퇴사 전, 개발자분들을 많이 채용을 한 뒤에 나가려고 애썼습니다.
4년차인 제가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전달드리고.. 재밌는 경험이였고 또 배웠습니다.
면접을 다 보고 채용 후보자 분들을 전달드리면....
이 사람은 4년제가 아니다
이 사람은 고졸이다
이 사람은 전공이 아니다
이 사람은 연봉이 너무 높다
별별 이유를 말하면서 채용취소ㅎㅎ
그래도 어찌어찌 뽑아놓으면 입사예정자 분께서 당일입사취소 통보를 하시지 않나
참 힘들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이직할 곳을 만들어 두고 퇴사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윗분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기억나는 대로 가감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윗: 이제와서 왜 갑자기 퇴사를 하는데?
나: 출장이 너무 많아서 제 커리어가 꼬이게 될까 염려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업무가 너무 적습니다.
윗: 이직할 곳을 구한건가?
나: 아뇨. 출장이 너무 많아 면접을 볼 수가 없어 퇴사 후에 이직하려고 합니다.
윗: 지금 나가면 너무 책임감이 없는 거 아닌가? 이제 슬슬 안정화하려고 하잖아
나: 그래서 인수인계 받을 분들을 뽑으려 했습니다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전부 채용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윗: 그래서 너가 나가면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뻔히 알면서 그러는거냐?
나: 프로젝트 리스크관리는 회사에서 하셔야지 저의 책임 소재가 아닙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제 책임이라고 은근슬쩍 넘기시는 거 같은데 굉장히 서운하네요. 제가 이 상태로 8개월 이상을 일했습니다.
윗: 6월에 나가기는 좀 그렇고 10월은 어때?
나: 싫습니다. 6월에 나가겠습니다.
윗: 처우를 개선해주면 남아있을거냐?
나: 아니요. 저는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무조건 나갈겁니다.
윗: 하... 그래서 너가 여기서 뭘 했는데? 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서비스를 본적이 없어요. 내가 3000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관리했던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인 서버를 본적이 없어 내가
나: 아ㅋㅋ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3명 뽑아놓고 기획도 없이 이렇게 만든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윗: 아키텍쳐도 개판이야
나: 그럼 아키텍트 시니어를 뽑아서 초기 기획때부터 아키텍쳐까지 잡으시지 그러셨어요
윗: UI/UX도 개판이야
나: 아무리 풀스택이라고 하더라도 디자인까지는 자신이 없어서 외주를 주거나 기획자분을 뽑아달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이정도 시스템에 기획이 왜 필요하냐고 말씀하셨잖아요?
윗: ....
나: ....
윗: 그래 그렇게 까지 얘기할거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의 선택이 옳은 것 같지만 나중에 가보면 결국 후회하게 되어있다. 지금 프로젝트 안정화단계인데 너가 나가면 향후 커리어에 있어서 신의에 문제가 생기는거다.
나: 감사합니다. 나가서 후회하는 건 제가 하는 거니 후회하든 말든 제가 정하겠습니다.
윗: 내가 여기저기 전화하면 지인이 꼭 한 명씩 걸려요. 네트워크가 다 이어져 있단거야. 배신자!
나: 아 ㅋㅋ 네, 방금 그런말씀 때문에 제가 더 정이 떨어져서 나가는겁니다.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직할 곳을 구했으나 그냥 퇴사한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제가 많이 서운했나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위에서 보다시피 나가는 사람을 배신자취급하고 신의따져가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