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3 블랙기업 4탄(하드웨어 기업과 대중들의 환상) - 3/3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3 블랙기업 4탄(하드웨어 기업과 대중들의 환상) - 3/3
※ 이야기 전개상 존대는 사용하지 않으며, 법인명과 인물명은 전원 일부가명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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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안되고 있는데, 영업인력들과 사장님, 이사님은 비행시뮬 게임과 고스톱을 치며 웃고 떠들며 놀고 있었다.
마케터 아주머니도 거의 일손을 놓고 있었다.
사실 노승일은 마케터를 왜 뽑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노승일: '이래서 유통사업 하는 구만.', '여기 저기 대기업 드나들면서 다른 곳보다 싸게 주겠다고 해서, 남이 몇 개월, 몇 년을 휴일도 없이 밤 새고 피땀흘려 개발한 것을, 이런 저런 트집 잡아서 더 싸게 사다가 팔아먹는 거.'
'내가 과연 S/W프로그래머의 길로 들어선 것이 잘 한 일일까?'
노승일은 돈을 떼이고 다녔어도 S/W프로그래머에 대한 후회가 없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처음으로 직업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승일의 이런 생각에는 노승일의 임금수준이 더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노승일은 아직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아직 알지 못하였다.
2019년인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개발업체들이 멍청한 것이지, 유통업체가 못된 것은 아니다.
개발업체들이 대기업 납품하면서 단가 안 맞는다고 징징대지 말고, 소비자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신경쓰면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데,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는 골치아프다고 시도조차 안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개발자 출신 사장이 설립한 개발업체가 일은 죽도록 하는데, 벌이는 은행원이나 영업출신 사장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영업출신 사장들은 제품을 포장하여 원가의 10배 가격에 5~20여곳에 팔아먹는데, 개발자 출신 사장들은 개발자의 양심이 만든 제품가격 상한선으로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 스스로 영업과 마케팅을 익혀서 슬기롭게 전략을 만들어 헤쳐나가야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것은 개발자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자신을 비싸게 팔려면 그만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노승일은 당시에 고작 '경력 O년'이라는 이력서 빼고는 어떠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만한 스펙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승일은 문득 1999년 12월 ~ 2001년 6월까지 재직하였던 (주)바이네트 회사가 생각났다.
(주)바이네트는 본래 정부지원을 받아 제조업과 건설업을 상대로 각종 품질인증 프로세스 점검을 수행해서 먹고살던 회사였는데,
사장이 품질인증 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당시 입주한 건물 지하의 화장품 도매상 사장에게 화장품을 납품받기로 하고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엘리제닷컴'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참고로 엘리제닷컴 도메인은 2000년 초에, 다른 도메인 수십 개와 함께 회사 지시로 확보전략을 펼쳐 전직원들이 아침부터 도메인 신청 전쟁을 펼쳤으나 모두 실패하고, 노승일 혼자 엘리제닷컴(jul***.com) 단 한 개를 확보하였는데, (주)바이네트 회사가 가져가고 노승일은 단 한 푼의 성과급도 받지 못하였다.
당시에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은 여인닷컴 외에 인지도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드물었기에 후발주자로 등장한 엘리제닷컴은 하루 매출 1억을 찍는 일이 빈번하였다.
그러나 화장품 도매업체 측으로부터 가져오는 원가가 너무 높아 도매상만 돈을 벌고 엘리제닷컴은 영업이익률 2~3% 정도 밖에 못 보았는데, (주)바이네트가 도매상에게 원가 인하를 요청하자, 도매상 측에서는 원가를 인하하느니 차라리 거래하지 않겠다며 단칼에 거절하였다.
'내가 만든 물건, 내가 직접 팔아먹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
(주)바이네트 사장은 온라인 사업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엘리제닷컴' 매각을 추진해보다가 인수자들의 인수 의향 최고가격이 4천만원이 나오자 화가 나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을 그냥 폐쇄해 버렸다.
이것은 개발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개발자들은 화장품 도매업체 정도는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바이네트처럼 자기 시스템을 박살내버리는 사보타주도 필요할 것이다.
'내가 못 먹으면, 너희들도 못 먹을 줄 알아!!'
내 노동과 지식을 판매하기 전부터 시장 참여자들의 뇌 속에 아예 새겨놔라.
싸게 팔면 그 가격이 시장가가 되어버린다.
개발자들도 시장의 공급자 위치에서 이 정도는 해야 한다.
그런데 2004년 1월 초부터 회사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영업이 잘 안 된다는 소리가 몇 번 나오고, 정대은 팀장은 여러 번 사장에게 불려갔다.
아마 클러스터러 결함개선과 GUI개발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는 얘기를 듣고 왔을 가능성이 높다.
정대은 팀장은 사장에게 압박을 받고 있다.
노승일: '조금 있다가 나에게도 압박이 오겠지?'
예상했던대로다.
정대은 팀장이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물어본다.
정대은: '노승일씨?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노승일: (일단 시간 한두 번 연장해보자.) '지금 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요일이니까 월요일 즈음 말씀드릴게요.', '일단 관리자 메뉴 예제하고,보내주시는 CPU사용율 받아서 꺾은선 그래프 출력하고, 보내주시는 이미지 출력하는 패널은 됐거든요.'
정대은: '네에, 알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 월요일, 노승일이 먼저 선수를 쳤다.
노승일: '먼저 말씀드린 관리자 메뉴 예제하고, CPU사용율 꺾은선 그래프, 이미지 출력 준비가 됐습니다.', '잠깐 이것만 봐주세요.', '보시면, 이게 관리자 메뉴인데요, 보이시죠? 'CPU 사용율 메뉴, 모니터링 이미지, 관리자메뉴3, 관리자메뉴4...' 이런 식으로... 기능 화면 얘기해주시면 제가 기능 만들어서 이벤트 연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꺾은선 그래프는 이 메뉴 클릭하면... 아직 보내오는 CPU사용율이 없으니 임의로 데이터 만들어 넣었습니다. 이미지도 마찬가지고요.'
정대은: '오, 그래요. 그거면 됐네요.'
노승일: '저 혹시, 실데이터는 언제 보내주시나요? 실데이터가 있어야 3~5초 단위 지속갱신 기능을 만드는데... 그리고 이미지 파일도 준비해 주시면...'
정대은: '그게... 준비 중이예요. 준비되면 알려드릴게요.'
노승일: '네에~'
노승일은 정대은 팀장에게 약식데모를 마치고 넘어갔다. 일단 월급식충 딱지는 벗어난 셈이다.
노승일은 믹스커피를 타서 비상구로 나와 휴식을 가지며 한숨을 쉬었다.
노승일: '후유~~~ 살 떨렸다.', '잡무도 많은데 월급 130만원으로 이러고 앉아있다니.. 에휴...'
그러던 중 몇 개월 전에 연락되었던 초등학교 동창 윤진석으로부터 MSN메신저로 문자가 왔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8 블랙기업 프리랜서 2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첫 번째 2/2)
윤진석: '승일아, 잘 지내냐?'
노승일: '어, 반갑다. 선릉에서 보고 3개월 만이네? 무슨 일이야?'
윤진석: '어~ 나 지금 잠깐 영국으로 와서 홈스테이 중이야. 영어 배우려고.'
노승일: '영국에? 오~ 좋겠다. 방학 기간 중에 영국 갔나보네?'
윤진석: '근데 내가 좀 필요한 게 있어서.'
노승일: '엉, 말해봐.'
윤진석: '한국에서 담배 좀 사서 국제 우편으로 좀 보내주라. 내가 돈이 없어서, 여기 유학생들에게 팔아서 용돈 좀 마련하게.'
노승일: '그래?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근데 담배 관세 안 붙나?'
윤진석: '아직은 두 보루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 대신, 세관에 걸리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니까'
노승일: '오우~~ 그거 괜찮을까? 범죄는 아니겠지? 괜히 와들와들 떨리는데~~ 알았어. 보내줄게. 주소 보내줘.'
윤진석: '정말 고맙다. 이 은혜 잊지 않을게. 나중에 정선이하고 함께 보자.'
노승일: '(또 정선이 이야기? 얘는 정선이하고 계속 연락하나보네.)', '어~ 그래~'
노승일은 바로 가게로 가서 담배 두 보루부터 구매하고, 이것 저것 생활용품을 사서 그 속에 담배를 깊숙히 숨겨 포장한 후, 대치4동우편물취급국으로 방문하여 MSN메신저로 받은 윤진석의 주소지로 발송을 해 주고 회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후 윤진석과의 만남 뒤에, 노승일은 '친구'라는 존재가 무조건 이로운 것인지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었고, 직원들은 조금씩 술렁이고 있었다.
그러던 1월 중순이 되어갈 무렵, 회의실로 전 직원을 소집하였다.
노승일은 '무슨 일이지? 회사가 어려워서 연봉을 줄이려나? 여기서 더 줄일 것도 없는데...' 고민을 하였다.
직원들이 모두 들어옥고 약 20분 후에 사장이 들어오더니, 난데없이 연봉을 20%~50%씩 올리라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직원들: '회사도 어려운데 어떡하시려고 그래요?'
사장: '아이~, 올해는 영업이 괜찮아 질거야. 내가 거래처에 알아봤는데 올해부터는 좋아진대.', '그리고 자금 가져올 곳도 있으니까 사정도 많이 좋아질거야. 그러니까 일단 연봉들 대폭 인상해.'
직원들: '저희는 좋아진다는 얘기 못 들었는데요 ???????'
사장: '아이... 내가 직접 알아봤다니까.', '그리고, 이사님이랑 영업팀은 나랑 얘기좀 하자고.'
그리고 그 일이 있은지 이틀 째 되는 날 즈음,
마케터 아주머니로부터 사장이 기술보증기금에 3억원 정도의 자금대출을 신청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장과 이사는 자금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날 즈음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재무제표를 제출해 심사를 받으라는 요구가 회사로 들어왔다.
사장: '그게 무슨 말이야???', '기술은 안 보고 재무제표를 제일 많이 본다고????', '갚을 능력이 돼야 빌려준다고?? 아이, 그럼? 돈 갚을 능력 있는 회사만 돈 빌리라는 거야?'
결과적으로 기술보증기금 자금 유치에 실패하였다.
사장: '아이... 그럼 다른 곳을 알아봐야 되겠네.', 'OO은행에 가서 대출 가능한지 알아봐.'
직원이 안되자 사장이 직접 은행에 대출을 요청하려고 전화를 하였다.
결과적으로 은행에서도 대출이 거절되었다.
세상에... 사장이라는 사람이 기술보증기금 대출요건도 모르고 있다니...
노승일은 여기서도 '사장'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똑똑한 인물들인가 의심을 하였다.
그러다 2004년 설날(1월 21일)이 다가왔고, 설날 이후로는 직원 두 명이 나오지 않았다.
사장이 정대은 팀장을 부르더니, 정대은 팀장은 과장이던 직급이 차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런데 정대은 팀장은 한사코 차장으로의 승진을 거절하다가, 결국에는 차장으로 승진한 후 흡족해 하였다.
노승일: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승진인사는 뭐지?????')
그리고 잠시 후 사장이 나오더니,
사장: '내가 조선고려링크에 간부 한 명을 아주 잘 알거든. 우리 클러스터러를 NG 말고도 조선고려링크에 납품하자고.', '정대은 팀장, 클러스터러 결함 수리 작업을 신속하게 좀 해줘요.'
정대은: '네 알겠습니다.'
사장이 사장실로 들어간 후, 노승일은 정대은 팀장에게 물었다.
노승일: '저, 정대은 팀장님, 클러스터러 S/W를 아직도 서버에 설치를 못했는데요.', '아무리 비싸게 사와서 소스유출이 될 위험이 있어도, 그건 보안으로 해결하든지 하셔야...', '일단 설치는 해서 테스트를 해봐야 뭘 하죠...'
정대은: '사장님에게 한 번 더 얘기를 해 볼게요.'
노승일: '아... 불안한데...'
정대은 팀장이 사장실에 들어가더니, 잠시 후 노승일을 사장실로 불렀다.
정대은: '노승일씨, 그 얘기 좀 해주세요.'
노승일: '예? 아 네에.', '저, 클러스터러 개발을 하려면 서버에 클러스터러가 설치가 돼 있어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요.'
사장: '그럼 개발이 다 된거야?'
사장이 서랍에서 클러스터러 S/W CD를 꺼내며 말했다.
노승일: ????, ('무슨 소리야?? 개발이 다 됐다니??'), '아니, 클러스터러를 설치해야 개발이 제대로 될 수 있는데요.'
사장: '그럼 안돼.'
사장이 다시 클러스터러 S/W CD를 서랍으로 집어넣었다.
노승일: ????, ('뭐야~~??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사장은 클러스터러 S/W는 자기가 쥐고 있는 상태에서 S/W가 개발되면 500원짜리 문구점 조립식 로봇처럼 합체시키면 되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정대은 팀장과 노승일 사원은 자리로 돌아왔다.
노승일: ('아... 이건 실패가 예정되어 있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월로 넘어갔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직하였고, 정대은 팀장도 마지막으로 사장과 얘기를 한 후 사장실에서 나왔다.
정대은 팀장의 퇴직이 결정된 것이다.
정대은: '잘 되었으면 좋았는데, 정말 미안하네요. 회사 재정이 이렇게 급박하게 안 좋아질 줄은 몰랐네요.'
노승일: '쩝... 어쩔 수 없죠.'
정대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봅시다.'
노승일: '네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대은 팀장이 짐을 싸서 나갔다.
이제 회사에 사장과 노승일 단 둘이 남았다.
사장이 사장실로 불렀다.
노승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사장: '노승일씨? 노승일씨가 마지막에 남았구만. 노승일씨가 정말 귀한 인재야. 내가 노승일씨를 못 알아봤네.'
노승일: '????', '...'
사장: '클러스터러 개발, 혼자라도 할래?'
노승일: '아니... 팀이 있어도 하기 어려운 일을 제가 혼자서 어떻게?...'
사장: '음... 그렇겠지?', '알았어. 일단 자리에 있어봐.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네...'
그리고 노승일은 자리로 돌아왔는데, 잠시 후에 사장이 또 노승일을 불러서, 노승일은 다시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장: '노승일씨? 내가 조선고려링크에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거든. 거기에서 S/W개발사업을 하는데 정말 좋은 자리가 있대. 내가 자리를 알아봐 줄테니까. 며칠 뒤에 연락을 줄게.'
노승일: '네에...'
사장: '일단 자금사정이 어려우니까, 자금사정이 풀리는대로 월급을 지급해줄테니까 집에 가서 기다리게.'
노승일: ('에휴... 또 노임을 떼이겠구만...')'네 알겠습니다.'
사장: '수고했어. 노승일씨.'
노승일: '네, 감사합니다.'
노승일도 짐을 싸가지고 회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노승일: '여기서 3개월 조금 넘는 동안 뭘 개발한 게 하나도 없네? 돈도 별로 못 받았고...', '시간만 버렸는데???'
결국 노승일은 집으로 돌아와서 또 일자리를 찾아야만 하였다.
[정산]


11월, 12월, 1월 등 3개월 일하였고, 2월은 1주일 정도 일하고 퇴직하였다.
[노승일의 입장]
1. 노승일은 이제 이 조직 사람들이 노승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3개월 정도 다니면서 완전히 알게 되었다.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인데, 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들어왔는데 그냥 이런 저런 일 시키면 하는 인턴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면, 한서테크(주)가 만약 자본이 충분했다면 경영진과 정대은 팀장이 노승일을 불렀을까?
노승일을 안 부르고, 다른 석사 출신이나 학사 출신을 연봉 3,200~3,500을 주고 과장직급으로 취업시켰을 것이다.
입사요건이 안되는 개발자 개인들은 특채되었다고 좋아하지 말고 자세히 알아보고 들어갈 지 피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채는 말 그대로 안 되는 건데 특별히 채용해 준 것이다.
개발자들은 이런 일을 한 번씩 당할 때마다 1천만원씩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고 처신하면 훨씬 대응하기 쉬울 것이다.
2. 노승일의 학력 문제를 어찌 볼 것인가?
이런 문제는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무조건 시장주의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필요하면 쓰는 것이고, 필요 없으면 안 쓰는 것이다.
가방끈 짧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가방끈을 길게 채우고, 스펙을 쌓으면 된다.
내가 노승일의 사례와 앞으로 나올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로 보여주는 것은 프로그래머들에게 '사정이 이러하니, 여러분들도 준비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돈 없으면 몇 가지를 포기하고 소비를 줄여라. 빈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절약 뿐이다.
월급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타인을 위한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남의 경쟁력과 벌이를 올려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경에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활동하면서 여유가 된다면 자기를 알아주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근로자로서의 프로그래머는 어차피 고용을 보장받지 못한다. 돈 되고 대우 좋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국경 없이 살아야 덜 피곤할 것이다.
그러려면 영어회화 공부부터 열심히 해야 되겠지.
그럼에도 나는 해외 이동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최대한 절약하면서 숨만 쉬고, 자기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동자 인생이 벌이 차이, 대우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결국엔 고용주가 실컷 벌어먹을 만큼 벌어먹고 남은 돈 중에 극히 일부를 개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발자는 300만원을 가져가기 위하여, 사용자에게 2천만원을 벌어주고, 고용주에게 800만원 벌어주는 등 3,100만원 어치를 벌어줘야만 한다.
개발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하여는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정대은씨 입장]
1. 정대은씨 입장에서는 4년제 못 나온 프로그래머를 4년제 나와야 들어갈 수 있는 취업자리에 소개시켜주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로 정대은씨의 취업제안은 정부 취업장려사업과 비슷하다.
2. 이전에 만났을 때 중구 정동 서버 모니터링 프로젝트 때 제안하였던 12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으니 충분히 성의를 다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정대은씨가 보는 노승일의 가치는 월 120만원이 좀 적긴 하지만 크게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회사가 연봉을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정대은씨가 그걸 몰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냥 노승일의 가격을 최대 월 180 정도로 보지 않았을까. 싸게 봤다고 모욕은 한 것 아니니까.
3. 정대은 팀장의 연봉을 어찌 볼 것인가?
정대은 팀장이 연봉 4천만원을 받든 1억을 받든 정대은 팀장의 '자기 마케팅 성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노승일의 저임금에 대한 책임이 될 수도 없고 불평등을 논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대은 팀장은 노승일에게 자기 연봉을 오픈하여 회사가 인력에게 쓸 수 있는 연봉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정보의 가치는 정말 큰 것이다.
그러므로 취업에 동의한 노승일의 책임이다. 노승일이 그 만큼 가방끈을 늘리든지, 동일한 스펙을 쌓든지 대처를 하여야만 한다. 노승일은 노예가 아니니까 중간에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짐을 싸서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프로그래머의 길은 정대은 팀장이 정답이라고 본다.
프로그래머들은 정대은 팀장처럼 스펙을 쌓고 살 수 있는 부지런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3. 정대은씨는 중구 정동 서버 모니터링 프로젝트 때 돈을 지급 못한 것은 미안할 것이다.
그것은 6년 후인 2010년에 만난 정대은씨가 이야기를 하였는데, 노승일이 한사코 괜찮다고 잊어버리라고 말하였다.
[경영진의 입장]
1. 노승일에게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회사가 나쁜 건 아닌데, 본인들의 인력선발 방식과 노승일의 자격이 서로 맞지 않은 것 뿐이다.
2. 오히려 자격이 안되는 노승일을 취업시켜 주었으니 노승일이 경영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을까.
3. 마지막에 사장이 한 말은?
그냥 자신이 다급해지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잡아보려고 한 말일 것이다.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연봉을 대폭 인상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술렁이니까 이탈을 잡아보려고 했던 것일 것이다.
그러므로 노승일이 사장의 '립서비스'에 넘어간다면 그의 인생을 더 일찌감치 파괴되었을 것이다.
만약 노승일이 사장의 말을 수락하고 계속 머무르며 며칠 밤낮을 새가며 일해서 클러스터러 시스템 완성을 성공시켜서 매출까지 이어진다면 노승일에게 떨어지는 전리품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있다면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클러스터러S/W 매출이 발생하면서 경영이 안정화되면 곧바로 사장의 절친 인맥 또는 거래관계 인맥이 팀장이니 부장이니 고액연봉 낙하산으로 노승일 위로 앉아서 '넌 실력이 정말 없구나! 내가 널 제대로 가르치겠다!', 'Latte is horse!', 'Latte is horse라구!!'를 바빠 죽겠는 노승일의 귀에 대고 계속 replay하고 심지어 노승일을 백과사전처럼 이용할 것이다. 그 와중에 노승일은 연봉 200~300정도 올려받고는 솔루션화된 클러스터러를 대기업 IDC로 설치하러 다니느라 매일마다 야간작업과 주말작업에 찌들게 될 것이다.
사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노승일은 자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져다 쓰는 '별 볼일 없는 인턴 사원'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승일이 클러스터러 S/W 결함 수정과 GUI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다면 사장은 '노승일 같은 자격미달 인턴사원도 할 정도로 S/W라는 건 별 거 아니네? 이런 걸 몇 개월이나 아무것도 안 하다니. 정대은 팀장 그거 아주 쓰레기같은 사기꾼이었네그려.'라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설명하겠지만 기성세대 봉건영주들의 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고, 탐욕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 고민마저도 필요할 때가 있다.
프로그래머들은 만약 이런 일을 한다면 개발물의 공동소유 스톡옵션과 이후 대우에 대한 계약서 한 장 쓰고 쌍방날인 후 해야 할 것이다. 봉건영주의 썩은 늪지를 머리 굴려가며 기름진 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이미 근로자의 지위가 아닌, 시간과 재능을 투자한 동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공동소유 권리계약서 한 장은 당연히 써야 할 것 아니겠는가?
[결론]
1. 처음부터 서로 맞지 않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영업방식과 인적자원 수급방식, 업무스타일이 유통기업이다보니 프로그래머인 노승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전문 개발회사들도 개발자와 갈등이 많은데, 유통기업은 기초마인드부터 차이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노승일은 이 회사를 피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개발자들은 만약 S/W와 상관없는 회사 또는 보도방으로부터 취업제안이 된다면, 상무나 이사급 최고의 연봉과 모든 권한을 받고 완전한 전문가로 대접받으며 '프로그래머 말이 곧 법'으로 대접받지 않는 이상 취업하지 않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2. 마지막에 잘못해서 블랙기업이 된 한서테크(주)
앞서도 말했지만, 한서테크(주)는 노승일에게 인간적인 대접을 제공하였고,
(인간에게 인간 대접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늦어도 7시에는 퇴근하였기에 근무환경은 괜찮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중식도 무료로 제공받았다. 실제로 노승일의 임금은 10만원을 추가해서 140만원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막판에, 처음 깔아둔 월급과 2월달에 일한 일주일치 월급을 잘 주고 끝났다면 블랙기업으로 간주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3.
다만, 한서테크(주)가 노승일에게 전화업무, 서버설치 출장업무를 시키려고 했던 것은 노승일이 인턴사원급이었기 때문 뿐만이 아니라, 그에 더하여 S/W개발을 '커피 타 마시면서 웃고 떠들고 앉아서 키보드 약간 또각거리면 전문시스템이 몇 개월 안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비전문가들의 지극히 '대중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이 노승일처럼 이런 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 노승일처럼 될 것이다.
[이후 경과]
2004년 10월 초, 오후 즈음이었나? 날씨가 맑았고 선선했었다. 밖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한서테크(주)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 '아~ 노승일씨? 나야~'
노승일: '안녕하세요. 사장님?'
사장: '어, 그래. 잘 지냈어?'
노승일: '네에, 잘 지냈습니다. 사업은 잘 되세요?'
사장: '어, 올해 초에 조금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되고 있지.'
노승일: '네에~! 그것 참 다행이네요.', ('체불된 임금 주시려나???')
노승일은 조금이나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사장: '올해 초에 내가 조선고려링크 아는 사람 있다고 했잖아? 그 분이 마침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고 하네. 목동 사업장에 좋은 자리가 있어.'
노승일: '목동에 있는 조선고려링크이요??', ('쳇, 체불임금 지급한다는 얘기가 아니잖아?')
사장: '어 그래 거기 좋은 일자리가 있어.', '노승일씨 요새 딱히 하는 일 없지? 돈도 필요하고?', '집도 가까우니 거기 취어하는 게 어때?', '내가 소개를 해 줄게.'
노승일: ('흐음... 그렇다면...'), '네에, 일자리까지 알아봐 주시고... 말씀은 감사한데요. 먼저 안 주신 월급이 있어서요...'
사장: '아, 깔아둔 130만원이랑 2월달 일부 월급 못 줬지?', '음... 그럼, 거기 간다는 약속을 해주면 내가 입금해줄게.', '어때?'
노승일: ('아, 씨 어떡하지.', '일단 받고 생각하자.'), '약속하겠습니다. 사장님.'
사장: '알았어, 그럼 일단 입금해주고 연락 줄게.'
노승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리고는 10분 뒤에 체불된 임금 150만원이 즉시 들어왔다.

<체불된 월급 2003년 11월치(120만원)과 2월 일부 월급(30만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가 왔다.
노승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10분 뒤 다시 전화가 왔다.
마찬가지로 노승일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노승일: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체불임금을 받는데, 조건부로 주겠다니????'
체불임금 수금에 충분한 당위성이 있음에도 노승일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하여 상당한 죄책감에 몇 년간을 생각날 때마다 시달려야 했는데, 이 쓸데없는 감정은 진짜 제대로 된 조직에서 경제활동 맛이 제대로 나는 일을 경험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2019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정부와 신문,방송이 주도하고, 부모와 조부모들이 이들의 가르침에 따르며 지속적으로 연마시키고 사상을 주입하여 제조해낸 '최고의 봉건전체주의 노예' 노승일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때까지도 노승일은 조선고려링크 목동지사를 기성세대들이 2030 젊은이들을 땔감처럼 태워넣는 총폭탄 인민돌격대대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여기서 노승일은 생전 처음으로 어른과의 약속, 그것도 기업체 사장님과의 약속을 깼다.
아버지와 조부모님은 어른들은 위대하고, 기업체 사장님들은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니 말씀 잘 들으라고 해서 착실히 지켜왔는데, 노승일은 아버지와 조부모님의 논리까지 한 방에 정면으로 깨버린 것이다.
이때 노승일의 마음 속에서는, 어린 사람은 기성세대와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데, 기성세대들이 어린 사람과의 약속을 전혀 안 지키다시피 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헌신적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대은 팀장과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가, 2010년 5월 KOSA 등급 문제로 인하여 한서테크(주)의 행방을 찾기 위하여 연락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6년 후인 2010년 5월에 가서 설명을 하겠다.
이때 한서테크(주) 사장이 제안한 곳이 SI사업장이 아니었다면 노승일은 한 번 정도는 생각해봤을 수도 있고, 어쩌면 고심 끝에 수락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지 않은가?
한서테크(주) 사장님은 노승일도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체불임금을 장부에 다 적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서버판매 사업은 이제 불가능하니, 보도방을 차려놓고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노승일을 조선고려링크에 파견을 보내려고 했던 것이지.
쓰고보니 [보도방이 생겨나는 과정 #1]까지 기술하게 되었다.
기업인들은 빚을 지면 바쁘고 어렵다보니 잊어버려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슬그머니 지급임금을 절반 정도 줄인다.
여러분들은 아직도 기업인이라는 봉건영주들이 하는 말 믿는가?
그들은 기업인으로서 봉건영주에 해당되기에 자기 봉건영토와 시설에 물자를 채워넣고 기름칠을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특별한 공익적 의무를 인식하고 있거나 특별히 숭고하지도 않고 일반 개인의 가치와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조직과 도구화된 조직 구성원들을 이용하여 가면을 바꿔쓰기에 개인보다 더 탐욕적이고, 필요할 때에는 얼마든지 증거가 남지 않는 계약과 신의를 져버리며 돌변한다.
그들을 계속 믿는 것도 자유다. 그러나 노승일의 이야기는 반드시 참고하고 기업인이라는 봉건영주들을 믿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이어서,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4 모두가 블랙(기업과 개인) - 1/3'로 넘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