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1 블랙기업 4탄(하드웨어 기업과 대중들의 환상) - 1/3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1 블랙기업 4탄(하드웨어 기업과 대중들의 환상) - 1/3
2003년 11월 초, 노승일은 잡한국을 열심히 검색하던 중 정대은씨로부터 또 전화를 받았다.
정대은: '노승일씨? 잘 지냈어요?'
노승일: '아, 안녕하세요?'
정대은: '언제 오실래요?'
노승일: (아... 이전에 예기한 강남 회사 얘기인가 보네...)'일단 일자리부터 찾고 갈게요.'
정대은: '아니, 우리 회사에 오라니까요.'
노승일: (에휴... 또 그 얘기야?)'아이고... 강남은 너무 멀어서 일 못 다녀요.'
정대은: '내일 어때요? 내일 바로 오세요. 기다릴게요.'
노승일: '에휴... 내일 모래요? 다음 주에 갈게요.'
정대은: '내일 기다릴게요~'
노승일: '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요. 내일 갈게요.'
정대은: '내일 대치동 오시면 전화 주세요. 삼성역 4번 출구에서 은마아파트 쪽으로 오면 천주교회 있고, 오동도라는 회집 있거든요. 그 근처에 높은글로라는 건물 3층이예요. 기다릴게요~'
이렇게 해서 노승일은 다음 날 오후에 삼성역으로 출발하였고 2시간 1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여 도착했다.
노승일: '어디보자... 소요시간이...', '??? 2시간 10분???', '아씨... 이거 보라니깐... 이렇다니까! 멀어 멀어, 안돼.'
노승일은 씩씩대며 은마아파트 방향으로 올라오면서 정대은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동도 앞에 도달하자 정대은씨도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정대은: '야아~ 승일씨 오랜만이네요. 얼마 만이죠?'
노승일: '거의 5개월 만이네요.'
정대은: '얼마 안 됐네요.', '아참, 잠깐 회사에 들어올래요? 사람들 소개시켜줄게요.'
노승일: '아니.. 왜요? 전 그 분들 알지도 못하는데요.'
정대은: '그냥 보고 가라구요.'
노승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정대은: '부담 갖지 않아도 돼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예요. 잠깐 건물 앞에서 기다리세요. 들어가서 분위기 좀 보고 나올게요.'
노승일: ('뭐가 이리 복잡하지??')'에구, 네에...'
정대은씨는 잠깐 회사에 들어가서 5분 정도 뜸을 들이는 것 같더니 건물 앞으로 다시 나왔다.
정대은: '지금 들어오세요.'
노승일: '네에'
사무실 내부에 들어서자 회사 치고는 25평 정도로 아담했다.
30대 초중반의 남직원 두 명, 아주머니로 보이는 여직원 한 명, 내 또래로 보이는 여직원 두 명이 있었고, 간부로 보이는 나이가 40대 후반 남성이 맨 안쪽 파티션 개인자리에 앉아있었다.
직원들은 노승일을 보더니 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기에 노승일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대은: '이쪽이 제 자리예요. 승일씨'
노승일: '네에.. 그런데 정대은씨는 여기 취업하신 지 오래돼셨어요?'
정대은: '저는 들어온지 3개월 좀 넘었어요.'
노승일: ('중구 정동쪽 일 망하고 바로 구직활동해서 여기로 취업했나보군.')'아, 그러세요?'
정대은: '하하..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구, 나갑시다.'
노승일: '네에???? 벌써요??' (뭐하려고 들어오라고 한 거야??)
들어온 지 5분 만에 정대은과 노승일은 밖으로 나오면서 함께 삼성역 방향으로 걸었다.
정대은: '회사 어땠어요? 사람들 좋아보이죠?'
노승일: ('겨우 그거 보여주려고 이런 거야?')'네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뭐 하는 회사예요?'
정대은: '아, 썬 나노시스템즈 서버 H/W 판매하는 회사예요.'
노승일: ?????!! '서버 H/W 판매요오?????', '와! 서버 H/W 총판 따내기 굉장히 어렵다던데, 어떻게 따냈대요?'
정대은: '사장님이 한국 썬 나노시스템즈 출신이세요.'
노승일: '오우, 돈 많이 벌겠네요.'
정대은: '하하하... 그냥 그래요.'
노승일: '그럼 정대은씨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하세요?'
정대은: '클러스터러 S/W 개발해요.'
노승일: (오잉??? 클러스터러??? 띠요옹~~~~)'클러스터러를 개발하신다구요오??', '아.. 그거 쉽지 않을텐데요.'
정대은: '쉽지 않죠.'
노승일: '그럼 거기 직원들이 개발팀이예요?'
정대은: '아뇨, 이혜윤씨만 우리 팀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버 판매 쪽 일 하는 사람들이예요.'
노승일: '아... 그런 거예요?', '그런데 이혜윤씨라는 분과 정대은씨 둘이서 개발하실 수 있으세요?'
정대은: '그래서 제가 승일씨 여기 오라는 거예요.'
노승일: '아이구.. 저는 여기 너무 멀어서 안돼요.'
정대은: '클러스터러 모니터를 개발해야 하는데... 유닉스에 GUI로 올리려고 하거든요. 혹시 중구 정동 때처럼 Java로 가능한가 해서요.'
노승일: '웹으로 하시게요?'
정대은: '웹 말고 좀 다른 거 없나요?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데, 웹은 웬지 가벼워보여서요.'
노승일: '그냥 유닉스C로 하지 그러세요?'
정대은: '어유~ 유닉스C로 GUI 개발하려면 되게 까다롭고, 시간 너무 오래 걸려요. 엄두도 못 내요.'
노승일: '아...', '그럼 어쩐다...'
정대은: '뭐 좋은 방법 없어요? 승일씨?'
노승일: '아! 맞다! 그럼 Java Swing은 어떠세요? 제가 집에서 AMD CPU 달린 데스크탑에 리눅스 설치해서 Java Swing GUI 올려봤는데 윈도우즈와 유사하고 컴포넌트 아주 잘 작동하더라구요. 파일 다이알로그도 열어봤는데 잘 돼요.'
정대은: '아 그게 그렇게 돼요??? 그럼 아주 좋죠! 제가 그런 걸 원했어요!!', '아 정말 잘됐다~'
노승일: '네에, 그럼 정대은씨는 Java Swing프로그래머 구하셔서 일하시면 되겠네요.'
정대은: '아니 노승일씨가 저랑 같이 하자니까요. 노승일씨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승일: '아니, 저는 다른 일자리 찾으려고요.'
정대은: '이 회사 오세요. 회사도 괜찮고 사람들도 좋아요.'
노승일: '아니예요.'
정대은: '먼저 정동 네트워킹 모니터S/W 개발 때처럼은 안 될 거예요. 거기는 정말 재수가 없었어요.'
노승일: '서버 H/W 회사라 돈이 좀 있을테니 안정적이긴 할 것 같네요.근데 집이 너무 멀어요.'
노승일: '일단 지금은 말을 못하니까 사장님께 얘기는 하지 마시고, 집에 가서 생각을 해볼게요.'
정대은: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즈음 전화 줄게요. 그때 답 주세요. 꼭 저랑 같이 일해요.'
노승일: '아니예요! 아니예요! 제가 충분히 생각해보고 며칠 뒤에 전화 드릴게요!!'
정대은: '아이 제가 전화 드릴게요.'
노승일: '에효... 네에. 그럼 이번 모레까지만 좀 생각을 해볼게요.'
그리고는 인사를 한 후 삼성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옛날을 회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회상]
노승일은 학교행정 개발을 위하여 와 근무하던 PL-SQL개발자 김지송 팀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더운 날 여름 김지송 팀장과 노승일이 학교 농구대에서 농구를 한 후, 콘크리트 스탠드에 앉아서 스포츠음료수를 마시며 얘기를 하는데...
김지송: '야, 승일아, 너같으면 이 업종에서 뭘 해야 돈 벌 수 있을 것 같냐?'
노승일: '저요? MDIR이나 게임같은 S/W욧!'
김지송: '야, 게임 같은 걸로 무슨 돈을 버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 ㅋㅋㅋ'
노승일: '그럼 윈도우 같은 OS요?'
김지송: '아이구, 너 MicroSoft OS 개발하는 데에 돈 얼마가 들어가고 개발팀이 몇 명인지나 아냐? 그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못해. 그리고 대한민국 인구와 기업이 몇 개인데 ㅋㅋㅋㅋ 그거 만들었다가 사주는 소비자가 없어서 오히려 손해보겠다.'
노승일: '그럼 업무용 S/W 같은 거 만들어서 영업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른들 얘기로는 정성적으로 하면 영업은 대부분 된다고 하던데요.'
김지송: '어른들?? 너 그런 거 믿다가 골로 간다. 지금이 무슨 1980년대인줄 알아?', '그리고, S/W는 무슨 식품,음료수나 약 팔아먹으려고 읍소하고 세차 대신 해주고 엎드려 빈다고 한번 정도는 사주는 정성제공(서비스) 업종이 아니야.'
'S/W라는 건, 소비자가 필요해서 오히려 공급자에게 팔아달라고 간청해서 공급자가 팔아주는 갑을관계가 바뀌어야 돈을 버는 거야.', 'S/W 같은 건 필요 없으면 소비자들은 10원 한 푼 안 꺼내.'
노승일: '네에?? 물건을 사는데 간청해서 사간다고요?'
김지송: '소비자들은 냉정하다고. 없으면 자기네가 위험해지니까 S/W를 구매하는 거지, S/W영업은 다른 영업들과는 달라. 사 달라고 고개숙이고 소비자 구두를 닦아줄 게 아니라, 소비작가 절실하게 원하는 기능 다 제공해주고, 리베이트 잘 찔러주면 알아서 사간다구.'
노승일: '헐...', '근데 리베이트는 뭔데요?'
김지송: '리베이트 몰라? 뒷돈!', '소비자가 비싼 물건 사줬으면 어느 정도는 영업수당으로 돌려줘야지.'
노승일: '소비자는 자기가 필요해서 샀는데, 소비자에게 영업수당을 준다구요?'
김지송: '아유, 얘 답답하네.', '너도 사회 나가서 고생 좀 하겠다.'
노승일: '그럼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요?'
김지송: '나는 말야, 만약 돈이 수십 억 생긴다면 서버 H/W 총판을 따서 서버를 판매할거야. 그리고 그걸로 돈을 수십 억 벌면 건물을 사서 임대사업을 해야지.'
노승일: '서버 H/W 판매해서 돈이 벌리나요?', '임대사업은 부조리 아닌가요?'
김지송: '서버 H/W 한 대 팔면 얼마 남을 거 같냐? 1억에 팔면 5천만원이 마진이야. 딱 50% 수익이거든. 5천만원에서 2천 만원 정도 소비자에게 영업비로 리베이트로 돌려주고 나면 3천만원은 총판이 먹는 거야.'
'그리고 임대사업 부조리... 하하.. 얘 답답하네. 임대사업도 정당한 사업이고, 임대업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살아. 임마. ㅋㅋㅋ'
거기서 노승일은 또 문득 1997년 PC통신 하이텔 채팅방에서 서버 H/W 영업맨 아저씨의 화려한 수입과 접대에 대한 썰의 기억이 떠올랐다.
노승일: ('아... 그래서 그 영업들이 영업수당이 2천만원인데 너무 적다, 맨날 룸을 다닌다 자랑을 했던 것이로구나...')
노승일: '그런데, 저는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는 않아요.'
김지송: '응, 네 맘대로 해~', '어차피 나이 먹으면 하기 싫어도 하게 될 거야~'
노승일은 말귀 못알아먹은 죄로 지금 고생을 하고 있다.
노승일은 정대은씨를 만나고 돌아와서 고민을 하는데, 서버H/W 판매 회사에 클러스터러 S/W개발이니 너무 하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 정대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대은: '어때요? 생각해봤어요?'
노승일: '서버 H/W 회사라 연봉도 높을 것 같고, 다 좋긴 한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못 갈 것 같아요. 너무 멀어요. 죄송해요.'
정대은: '아유, 같이 일하자니까요. 오라니까요.'
노승일: '에고.. 거리가 너무 먼데...'
정대은: '거리가 먼 것 빼면 다 괜찮지 않아요?'
노승일: '그렇긴 하죠.'
정대은: '그럼 일단 다녀보세요.'
노승일: ('아... 일단은 조금이라도 다녀볼까?')'움... 그럼 일단은 좀 다녀볼게요.'
정대은: '잘 생각했어요!', '그럼 제가 사장님과 경영지원실에 얘기를 해 놓을테니까,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랑 주민등록등본 가져오세요.', '언제 올래요? 바로 내일 오세요.'
노승일: '졸업증명서랑 주민등록등본이 없어서 내일 발급받아서 내일 모레 올게요.'
정대은: '그럼 그렇게 하세요.'
노승일: '네 알겠습니다.'
정대은: '내일 모레 봐요~ 꼭 와야 돼요!! 꼭요!'
노승일이 결국 승낙한 이유는, 이전 편 (주)WINB** 박병후 팀장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 240만원도 한가지 이유에 해당되었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9 블랙기업 프리랜서 3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두 번째 1/2)
손실이 너무 커서 매우 다급했기 때문이다.
2003년의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기에, 관료든 기업이든 국민이든 인재라는 개인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적은 돈을 주고 쓸 수도 있고, 좀 더 시켜먹을 수도 있으며, 망가지면 잘라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개인 몇 몇을 희생시켜서 기업이 잘 살게 된다면 결국 모두 행복해진다'는 전체주의 동양국가들의 전통적 사고체계를 지켜오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뭔가 모순이 있다고 의심하게 되었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고 고용을 발생시켜 경기를 부양한다. 그러나 기업은 명백히 주주 개인 몇 몇의 독점적 사유물이다. 그러므로 개인에게 노동을 부담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되돌릴 수 없는 희생까지 시킨다면 그 후유증의 비용은 누가 감당하지? 개인 자신과 가족, 그리고 정부가? 희생까지 하는 건 기업으로부터 얻어내는 이익보다 기업 때문에 발생한 희생자 개인이 살아있는 동안 수십 년간 지출되는 비용이 더 많을텐데??'
그래서 지금 따져보니, 물품대금 240만원을 손실 본 사업가보다 노동비 240만원을 손실 본 개인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사업가는 물품대금 240만원 손실인 경우, 마진 50만원을 제외한 실제 손실은 190만원이고, 해당 물품은 운임비,관리비를 모두 포함한 양산상품이기에 시간투자비용이 사실상 무의미할 뿐 아니라, 손실을 기업 당좌에서 해결하기에 사업가는 손실완충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개인은 240만원의 손실이 식대와 차비, 피복비조차 계산되지 않은 100% 노동원료 순손실이기에 29일 중 22일의 시간적 손실을 모두 본인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고스란히 100% 흡수하는 입장인 것이다.
노승일 입장에서는 22일의 기회비용을 허공에 날려버렸고 식대와 차비만 버린 셈이기에 피해가 매우 막심하였다.
노승일은 이틀 뒤 오전 6시40분에 일어나 식사를 거르고 급하게 세안을 한 후 7시 10분에 출발하여 7시40분이 조금 넘어서 부평역에 도착하였고, 8시 55분 즈음 삼성역에 도착하였다.
노승일: '출퇴근 직통전철이라 그저께 방문 때보다 20분 정도 절약되네? 마을버스만 좀 더 신속하게 오면 일찍 도착하겠는데?'
회사에 도착하자 정대은 차장이 반겨주었다.
그리고 사장실에 들어가 사장님과 면접을 시행하였는데, 사장님 나이가 50대 초반 정도로 나이가 좀 들어보였다.
사장: '노승일씨? 아, 그래. 정대은 과장에게 얘기는 잘 들었어.', '내가 한국 썬 나노시스템즈에서 차장까지 달고 나와서 이 회사 차린지 2년 정도 됐거든.', '우리는 주로 XG에 많이 납품해. 그리고 XK 와이더젠에도 납품계약 예정이거든.'
노승일: ('XK는 유명회사니까 알겠는데 와이더젠은 무슨 회사지?')'네에. 말씀 들었습니다.'
사장: '응, 그래.', '근데... 아 이게...', '그러니까 원래는 최종학력도 그렇고, 규정상으로는 안되는 건데, 정대은 차장이 노승일씨가 성품 좋고 착하다고 꼭 필요하다고 요청을 해서 해준거니까', '기왕 들어온 거 열심히 해봐.'
노승일: ?????, '아... 네에...'('뭐??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음.. 여기는 내가 원래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로군. 운이 좋은 거네.')
사장: '아참, 우리 영업이사님 못 봤지? 이사님하고도 얘기를 하고 가.'
곧바로 이사가 들어왔다.
이사: '허허, 자네가 노승일이구만. 얘기 들었네.', '이 회사에 들어온 거 축하하고, 열심히 일하도록 해.', '듣던대로 사람 참 착하고 착실하게 생겼네. 껄허허허~'
노승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승일은 그때까지도 '특채'로 생각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간단한 면접과 소소한 정규직 합격통보를 받고 자리로 돌아가 일을 했다. 그런데 2시간이 넘도록 업무분장이 안 오니 멍 때리고 있는 것이 답답하여 정대은 팀장에게 말을 걸었다.
노승일: '정대은 팀장님? 그러면 제가 할 일은 뭐예요?'
정대은: '일단 지금 업무분장 하고 있으니까 다 되면 알려줄게요.'
노승일: '네에~', '아, 그럼 저 클러스터러 S/W 어느 정도 돼 있는지 궁금한데요.'
정대은: '클러스터러 S/W는 완제품을 썬 나노시스템즈 채널사 중에 되게 큰 회사 있거든요. 거기서 비싸게 기술이전 받아서 패키지를 사왔어요.'
노승일: '아, 그런 거예요? 어쩐지...', '그럼 우리는 뭘 해야 돼요?'
정대은: '여기에 관리자 시스템 만들어서 붙일 거예요.', '그리고 클러스터러 S/W에 작은 문제가 있는데, 그걸 좀 해결해야 돼요.'
노승일: '어떤 문제요?'
정대은: '처음에 납품을 했었는데, 서버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기능이 가끔 안 된다고...'
노승일: ????!! ('그건 중대한 결함 아닌가?? 중대한 결함 같은데.') '패키지인데 우리가 고칠 수 있을까요? 못할 것 같은데요.'
정대은: '판매회사에 요청을 해야죠.'
노승일: '판매회사가 해 줄까요??'
정대은: '해 줄거예요.'
노승일: ('공짜로는 안 해줄 것 같은데...')'네에~'
그리고 16시 정도가 되자 사장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며 노승일을 사장실로 불렀다.
사장: '노승일씨,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잠깐 들어와요.'
노승일: '네 알겠습니다.'
사장: '여기 근로계약서 보면, 근로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휴게시간은 시간당 10분인데, 그냥 일 없을 때 쉬고 싶을 때 쉬면 돼. 그리고 월차 한 달에 한 번, 연차는 1년에 12일, 미리 땡겨써도 돼.'
노승일: 네에~ ('연차??? 월차??? 그런 게 있어?? 오우... 이건 뭐... 대박인 걸...', '이래서 사람들이 좋은 회사 가야 한다고 하는구나.')
노승일은 몹시 기분이 좋아서 심장까지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연봉계약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사장: '연봉은 4년제졸이면 2천2백만원인데, 4년제졸을 나오지 못했으니까 1천8백만원이고, 매년 연봉협상은 할 건데, O%씩은 올려줄거고. 그리고 어느 선에서는 직급이 올라야 연봉도 오르니까...'
노승일: ????? ('오! 마이갓!!', '어쨌든 냉정 찾고...') '아, 네에. 그럼... 일단 4년제졸 이하 신입 직원 연봉인 거죠?'
사장: '그렇지', '아까도 말했듯이 원래는 안되는 건데, 정대은 팀장이 자네 아니면 안된다고 요청을 해서 '특채(특별히 채용)'한거니까 열심히 해봐.'
많은 사람들이 돈 많은 회사, 평균연봉이 높은 곳에 어떻게든 들어가면 평균연봉에 맞춰져서 자기도 그런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노승일도 그런 멍청이들 중 하나였다.
노승일은 연봉계약서를 좀 검토하겠다고 말하였고 사장도 그렇게 하라고 하기에, 사장실에서 나와서 다급하게 정대은 팀장을 찾았다.
노승일: '정대은 팀장님? 저기 연봉이 말이죠...'
정대은: '왜요?'
노승일: '한 달에 130만원이라는 게 이상해서요.'
정대은: '아 그거는...'
정대은 팀장은 약간 눈이 커지긴 했는데 크게 당황하진 않고 태연했다.
노승일: '회사에 제 연봉 수준 얘기 안 하셨어요? 제가 경력이 완전 신입은 아닌데요...'
정대은: '회사는 괜찮으니까 다녀보세요. 매년마다 올려주겠죠.'
노승일: '정대은 팀장님? 그럼 팀장님도 9월에 들어오실 때 석사 신입 월급 받고 들어오셨어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정대은: '아니, 저는 연봉 별도 협상해서 들어왔죠.'
노승일은 그 얘기 듣자 마자 머리가 핑 돌고 속이 뒤집어졌다.
노승일: '네에????', '혹시... 연봉이... 혹시 연봉이 4천 넘나요?'
정대은: '많이 못 받아요.'
노승일: '연봉 4천 넘나요?'
정대은: '그건... 조금 넘어요... 근데 많은 게 아니죠.'
노승일: ('뭐야? 그럼 이 양반은 경력 다 인정받고 +로 더 받고 들어오고, 나는 맨 바닥 1,800 신입으로 일하라고?'), '아니... 이건... 저기... 정대은 팀장님, 팀장님이 많은 게 아니면 연봉 1,800으로 결정된 저는 뭐가 되나요?', '아... 이건.. 도저히 안돼요. 전 그만 다른 자리 찾아봐야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정대은: '아~ 제발~!~!~~! 같이 합시다.', '이거 납품 끝나면 얘기해서 경력 2년 정도라도 인정해달라고 얘기를 해 볼게요.'
노승일: '아... 아휴... 얘기해서 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보니까 회사 연봉테이블이 있는 것 같아요.', '회사 연봉테이블 거역하는 건 사장도 함부로 못 하는 거 정대은 팀장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정대은: '저 믿고 따라와 보세요. 분명히 잘 될 거예요. 매년마다 연봉인상도 있어요.'
노승일: '연봉인상요? 3,200이라도 찍으려면 몇 년을 다녀야 될까요? 아으... 이건 정말 아닌데요.', '어차피 저 없어도 되잖아요? Java Swing으로 모니터링툴 개발할 사람은 많으니까 그 사람들 구해서 쓰시면 되는데, 왜 저한테만 이러세요?'
정대은: '아니 지금 와서 Java Swing 프로그래머를 어디 가서 구해요?', '그리고 노승일씨랑 일하면 잘 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같이 합시다.'
노승일: '서버 H/W 판매 회사니까 돈은 좀 있는 것 같으니, 돈만 현실적으로 주시면 당장 내일이라도 더 잘하는데 일자리 못구해서 손 빨다가 즉시 출동하는 프로그래머들 깔리고 깔렸어요.', '전 이 회사 못 다녀요.'
정대은: '진짜로 약속할게요. 분명히 잘 될 거예요. 진짜로 후회 안 한다니까. 약속!'
노승일: '하아... 안돼요. 안돼요.'
정대은: '제가 얘기해 줄게요. 그럼 조금만 더 다녀보세요. 분명히 괜찮아질 거예요.'
노승일: '아우... 진짜...'
정대은: '진짜로~!! 좋아진다니까요. 조금만 더 다녀보세요!!'
노승일: '에휴, 일단 속는 셈 치고 좀 더 다녀보겠습니다.', '그런데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네요.'
노승일은 결국 특채 신입으로 취업해서 경력직 개발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사장이 신입도 새로 들어왔고 회식을 하러 가잔다.
근데 회식이 다른 회사와 확실히 틀리긴 틀리다. 삼겹살을 먹으러 가도 당시에 1인분당 9천원짜리 비싼 돼지고기집을 갔고, 확실히 소비수준이 있다.
두당 금액 상한선도 없고, 기본적으로 1차를 먹고 나면 2차를 가고, 3차는 꼭 노래주점으로 갔다.
노승일: ('와~ 이거... 이렇게 쓰고도 회사 유지가 될까? 서버 H/W회사들이 돈을 정말 잘 벌기는 굉장히 잘 버는구나...')
- 다음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