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4 - 컴공과 석사를 만나다. 1/3
다음에 또 블랙기업을 만나는 퀘스트를 진행하던 도중에 잡은 일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야기를 개시하기 전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 사례는 블랙은 아니기에 '블랙'이라는 단어는 이번 편에서 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나올 블랙기업 전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기에 소개를 하고 넘어가겠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4 - 컴공과 석사를 만나다. 1/3
개발자들은 흔히 '같은 개발자 출신 사장님이라면 이해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만약 그 개발자 출신 사장님이든 같은 개발자든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더 무서운 공격상대가 될 것이다.
제3자 입장에서 영업이나 다른 사람이 개발자를 비판하면 듣지 않는 사람들도, 다른 개발자가 비판을 하면 전문가의 말이니 일단 수긍하고 계속해서 의심을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확인하려고 하면서 의심이 전체 조직으로 전염되는 '의심 확산'이 진행된다.
2003년 6월 어느 날,
잡한국에서 '원격지의 다수 서버를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는 JSP개발자 모집'이라는 글을 보았다.
월급은 120만원에 불과하지만, 경험만 해보자는 뜻에서 이력서를 보내자 연락이 왔다.
석사: '서버 컨트롤 등 중요한 건 제가 하니까, JSP로 관리자만 개발하면 돼요.', '아참, 그리고 이건 잘 돼면(회사를 세우면) 그만한 대우를 해줄게요.'
노승길: '아 그런가요? 그럼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1시간 40분 정도 이동시간을 소비하여 서울 중구 정동의 어느 빌딩에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그 곳이 경향신문 본사 건물이었다.(11년 뒤인 2014년에 나는 이 곳을 다른 이유로 다시 방문하게 된다.)
도착해보니, 37~38세 정도로 보이는 와이셔츠에 면바지 차림의 남자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컴공과 석사출신 창업자였다.
며칠간 일함면서 안면을 트고, 점심을 먹고 함께 산책하고 이야기 하면서 그 분이 서울에서 전산으로 꽤 유명한 대학 컴공학부 대학원 출신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노승일은 석사출신 예비사장님에게 업무 개요를 물어본 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석사: 'ADSL이... 중계기가 섬마다 있는데요. ADSL기사가 주기적으로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고장났는지 여부를 육지에서는 몰라서..., 그러니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필요할 때만 출장가게 하려고...', 'ADSL설치기사들 도선료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해당 ADSL 중계기 모니터링 서버컨트롤 웹을 개발할 거예요.', '서버 컨트롤하는 신호는 제가 할 테니까, 노승일씨는 서버들을 화면에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세요.'
노승일: '아~ 그럼 제가 화면에 서버 군집 보여드리고, 해당 서버 선택하고 나온 서버 관리화면에서 조작하면 준비해주신 인터페이스 쪽으로 신호 보내드리면 되는거죠?'
석사: '그런 거죠.'
노승일: '그럼 서버 상황을 웹으로 출력해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석사: '제가 그래픽 파일로 만들어드릴게요.'
노승일: '??그래픽요?', '아~ 리눅스 MRTG같은 건가보네요?'
석사: '네! 그거 맞아요.'
노승일: '그럼 웹 디자인은 어떻게? 웹디자이너는 구하셨어요? 화면 구상은요?'
석사: '일단 그냥 웹디자인 없이 하는 데까지 하세요. 화면 구상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노승일: '디자인은 하라면 제가 해보겠지만 상품성이 많이 떨어져서 비싸게 못 팔텐데요?', '화면 구성은 그럼 제 생각을 설명해 드릴게요.'
석사: '어차피 이건 일단 된다는 거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노승일: '네에~'
그런데 노승일은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노승일: '저, 석사님. 그런데 이게 돈이 될까요? 기껏 해야 모니터링에 리부팅을 비롯한 몇 가지 신호만 주고 받는 건데요.'
석사: '어유~ JT가 얼마나 돈이 많은 회사인데요. 걔네들이 일 맡길 거예요.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
노승일: '그렇가요?' (뭐 그런가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김대은 석사와 일을 받은 노승일의 판단미스다.
2002년 최규선 게이트 사건 때, 최규선 회장은 내연녀에게 환심을 사려고 즉흥적으로 수 백만원씩 현금다발을 뭉텅이로 집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행원들이 업무수행에 필요한 돈 2만원을 요구하자 용처를 꼬치 꼬치 캐물으면서 지갑에서 현금 2만원을 꺼내는데, 꺼내는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사람은 모두가 마찬가지지만 자기를 더 돋보이게 가꾸고, 먹고 즐기고 위락을 위한 소비생활을 하려고 돈을 신나게 소비하지, 돈을 버는 투자에는 손익이라는 문제 때문에 매우 신중해진다.
거래상대가 돈을 많이 쓰게 만들고 싶다면 사업의 성과볼륨을 부풀리고 상대를 꿈에 젖게 만들어서 소비하는 느낌의 감정적 만족감을 누리게 해야 지갑을 제대로 열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업은 JT에게 사업컨설팅만 공짜로 퍼주고 우리에게는 득이 없는 사업이다.
어쨌든 노승일과 석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의 룰을 정하였다.
컴공과 석사 정대은씨의 업무
1) 전국 도서지역에서 들어오는 ADSL의 상태신호를 일정 시간 간격으로 그래프 파일로 만들어서 떨어뜨려 준다. (C언어로 데몬 개발한다고 함.)
2) 관리자(웹)는 C언어 데몬이 보내는 신호정보를 화면에 보여주고, 관리자는 이상 서버 쪽 통제기에 신호명령을 보내 서버를 리부팅하거나 컨트롤한다.
노승일의 업무
1) 기본적인 관리자 로그인/로그아웃, 비밀번호 변경 기능
2) 서버관리 - 관리자가 ADSL서버를 등록하면 서버 여러 대가 화면에 출력되어야 한다.
(이건 화면을 좌우 프레임으로 나누고, 자바스크립트로 트리 구조를 만들어 트리에 서버이미지를 심으면 되겠군.)
3) 서버를 클릭하면 해당 서버작업을 할 수 있는 화면이 나와야 한다. 서버가 죽어 있으면 리부팅 외에 여러가지 컨트롤이 되도록 신호를 정대은씨가 개발한 C데몬으로 송신한다.
(좌측 서버를 클릭하면 우측 프레임에 해당 서버 관리화면이 출력되면 되겠군.)
4) 서버 상황표 그래프 파일을 화면에 표현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한다.
2003년 당시 자바스크립트에 DOM 활용해서 서버트리 만드는 게 좀 까다로운 걸 빼면, 나머지는 많은 기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옆에 앉은 석사도 같이 일을 하면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틈틈히 보고 계셨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였다. 이상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작업을 시작한 지 2주가 약간 넘어갈 때 즈음,
석사가 노승일에게 작업 중인 URL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여 알려주었는데, 다음 날인가 내 노트북에 접속해서 네비게이션을 해보던 석사가 갑자기 난리를 쳤다.
정대은: '아니 노승일씨, 지금까지 일을 왜 하나도 안 했어요? 좌측에 서버 목록만 나오고 우측 화면에 아무 것도 안 보이잖아요?'
노승일: '네? 많이 해놨어요. 화면 두 개 정도 더 하고, common쪽 작업만 마무리하면 일단 기본적인 윤곽은 잡히고 기본 기능은 되는데요.'
정대은: '아니, 아무 것도 안 보인다니까요.'
노승일: '어디요? 아~ 404에러, 그거요?', '그건 지금 common과 연결된 화면이라 지금 작업중이라 에러가 나서 안 보이는 것 뿐이고, 저녁때 작업들 전부 완료되면 그때부터는 다 보여요.'
정대은: (어리둥절하던 표정에서 정색으로 바뀌며)'내가 아무리 웹을 몰라도 사람을 바보로 알아요?', '일부라도 화면이 나오고 데이터가 나와야 하는데, 이게 뭐예요?! 전혀 안 돼 있잖아요!', '하아... 진짜 큰일났다 이를 어쩌지. 저 쪽에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한다고 했는데, 일이 전혀 안 되어 있으면 어쩌자는 거예요?'
노승일: '아니, 일은 거의 다 했는데, 지금 common부분 작업 중이라서 에러화면이 나온거예요.', '아, 일단 작업을 하고 보여드릴게요. 다 된 화면 나옵니다. 나온다구요.'
정대은: '당신 지금 나 죽일 일 있어요? 이거 안되면 저 소송 걸린다구요...'
그리고는 석사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노승일에게 조용하게 말을 건냈다.
정대은: '노승일씨?',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해요. JSP개발 할 줄 모르죠?'
노승일: '네에??? 아이 참.. 있다가 저녁 때 보여드릴게요. 다그치지 좀 마세요. 아~ 난 이 일 하면서 다그침 당하는 게 제일 스트레스 받아요~~'
정대은: '아아... 야단났다.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업체에 뭐라고 해야 되지...'
표정을 보니 이미 석사는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하고 초조해져 있어서 내가 오히려 벙 찌는 사태가 왔다.
그리고는 석사은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가 20분 정도 후에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업체에 전화를 해서 기간을 늘리려고 했나보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노승일: '테스트 해보세요. 이제 될 거예요. 화면 다 보여요. 보세요.'
정대은: '?? 된다구요?'
그리고는 마우스를 잡고 접속해서 기능을 확인하더니,
정대은: '어? 분명히 하나도 안 나왔었는데 이젠 다 나오네?'
노승일: '입력값도 바꿔서 넣어보고 수정하고 삭제도 해보세요. 값이 변하죠? 확실히 작업된 거 맞아요.'
정대은: '어? 입력도 되고 삭제도 되네요. 하하.. 이상하다?? 낮에는 분명히 하나도 안 돼 있었는데, 지금은 전부 완성된 화면이 나오네요?'
노승일: '아유, 다 돼 있는데 몇 가지 작업중이라고 했잖아요. 파일 수정하며 작업중인 노트북에 접속해서 테스트 하시는데 당연히 에러가 날 확률이 높죠.'
정대은: '웹개발이라는 게 제가 생소해서요. 하하..', '이걸 다음 주에 (주)YZIOTECH에 일단 보여주면 되겠네요. 웹 개발은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거구나~'
노승일: '서버 제어하는 C언어 데몬은 만드셨나요?', '관리자 페이지 부분에서 연결해야 할텐데, 알려주시면 제가 통신 연결해서 테스트 해볼게요.'
정대은: '지금 만들고 있어요. 되면 알려드릴게요.'
노승일: '네에~'
그런데 이 석사님이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점심식사 후 자꾸만 산책을 같이 가자고 해서 매일 산책을 같이 다니면서 컴퓨팅에서 신변잡기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휴일에 전화를 해서 영화 매트릭스2를 보자고 하기에 영화도 함께 보고 나왔다.
그 분의 아버지가 뭘 하시는 분인지, 그 분의 배우자분의 직업이 무엇인지, 자녀는 몇 살인지까지 알게 되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