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지옥이지만 정말 지옥같았던 전 직장 이야기.
참고로 몇 번 제가 본업은 이 쪽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생물학 연구원입니다. 'ㅅ' 코딩은 거의 취미로 하고 있죠... 업으로 할 실력도 안되고요.
왜 생물학 연구원이 개발자 겸임했는지는 묻지 맙시다. 저도 안구에 습기가 찹디다. 😰
장점:
1. 야근 없음
생물학쪽 실험은 진짜... 그 예전에 검정말과 BTB 이런거 생각하시면 안돼요 여러분...
길게는 며칠(뭐 배양하는 실험), 짧아도 몇시간 걸려요. 즉 잘못 시작했거나 한꺼번에 진행하는 샘플이 많으면 뭐다? 야근이다. 9 to 6인데 내가 실험이 안 끝났다? 야근 해야됩니다... ㅠㅠ 근데 전 직장은 5시 넘어서 실험이 들어왔는데 오래 걸린다? 급한 거 아니면 다음날 합니다.
2. 출퇴근 왕복 2시간도 안 걸림
아, 상일동행이 아니라 마천행을 타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이사람 대체) 그래도 지하철은 시간 맞춰서 가면 제때 와요.
단점: 저거 빼고 다
1. 야근수당이 없다
정확히는 야근수당을 줍니다. 주긴 주는데 신청하는 절차가 정말 X같아서 야근을 안 하는 겁니다. 그것도 사원은 주는데 차장급 이상은 안 줍니다. ...차장급 이상이 야근할 일이 있겠냐마는...
2. 연차가 X같다
이 회사에서 연차는 쓰려면 쓰기 일주일 전에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 내가 몸이 아파서 연차를 써야겠어->병원 가서 처방전을 끊든 약봉투를 제출하든 해야 합니다. 아 내가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가야 해->내용증명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까 연차 얘기하면서 잠깐 언급했는데 2년차부터는 연차가 만근+알파 해서 총 15일인데 공휴일 5일을 거기서 빼버립니다(신입이랑 1년차까지는 그냥 1개월 만근 시 1일인 대신 삭감 없음). 장기근속자가 있는 게 희한할 정도예요.
3. 지각하면 연봉에서 깎는다.
그래요 몇십분 지각하면 그럴 수 있죠. ...문제는 1분이라도 늦으면 그걸 계산해서 깐다는 건데... 그러니까 내가 회사 건물에 도착해서 지문을 찍었는데 9시 1분이면 사유서는 사유서대로 내고 연봉은 연봉대로 깎입니다. 삼진아웃 그런거 없습니다.
4. 있으나 마나 한 도서지원
이거 진짜... 정말 욕나오는게... 제가 책을 진짜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도서실에서 하도 죽순이로 살아서 고등학생때 선생님이 골든벨 추천해서 나갔었어요. 근데 요즘 책 어때요? 비싸요... 근데 도서지원을 해준다면 이거 좋은 거 아닌가요? 절대 안 좋아요.
가격제한 12000원, 10%까지 해서 13200원인데 요즘 이 가격대에 맞는 책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차장님이 15000원까지라도 좀 올려달라고 했더니 지리멸렬한 말로 돈없다고 안된다고 하시데요. 😡 그래서 도서지원이 있어도 사달라고 할 책이 없어요.
5. 계약서에 있는 연봉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됨
수습이면 일단 70%가 까여요. 까이는건 그렇다 칩시다. 정사원이 되면 100% 받긴 받는데 문제는 뭐냐, 세제혜택 명목으로 식대 10만원을 까고 월급을 줍니다. 응? 식대를 까고 준다고? 그럼 따로 주나요? 아뇨. 안 줍니다.
수습사원일 때는 70%만 나가는 대신 식대를 지원해줘요. 그것도 말은 안 하는데 가격제한이 하루에 7000원입니다. 참고로 회사는 오금동에 있고요, 주변 식당 중 하루 점심값 7000원이 안 되는 곳은 롯X리아밖에 없습니다. 😬
아, 이래서 다들 중소기업 안 가는구나, 한국에서 생물학 하면 안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참고로 개발과 생물학은 하등 상관이 없다 보니, 연구원 면접을 보러 가면 개발자 일을 왜 하게 됐는지만 묻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한 군데에서는 이걸 굳이 맡으신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거기서는 뭐 그걸로 얻은거 있음? 까지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 그래서 실험 안 시키고 행정일만 일주일 내내 시키면서 자기는 듀얼모니터로 골프 블로그랑 주식 보고 있었구나... (회사 업무와 골프는 1도 상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