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섭고 겁이나네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오키 선,후배, 동료님들.
불과 한 달 전쯤 외국계 스타트업 회사 생활과 회사내 프로젝트 관련해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던 사회 초년생 신입 개발자 입니다....
아무리 태연하고 의연하게 버티자고 생각해도, 오늘은 너무 무서워서 늦은 시간이지만.. 다시 한 번 훌륭한 선후배님, 동료님들께 귀중한 조언을 여쭙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아 최대한 간추려서 얘기 해 보겠습니다.
저번 달에 말도 안되는 일정과 task들을 떠맡아서 곤란해하던 저의 지난 포스트처럼, 저는 내내 프로젝트를 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점심도 자주 거르면서, 혹은 먹으면서 일을 했고, 하루에 8시간 근로해야 하지만 오래 할 때는 10-11시간 정도씩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대표님이 요구하신 모든 task들을 완벽하게 마무리 하진 못했지만 계속 task 경과 보고를 하고 제가 현재 할 수 있는 바를 모두 쏟아 부어서 개발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4일 목요일에 예비군에 참석해야 한다는 문자가 왔는데 당장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총 4일의 훈련이었습니다. 당장 다음주에 그것도 4일이나 빠지는게 비록 제 탓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느꼈기에 최대한 빨리 대표님이나 관련 임원과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엔 대표님과 임원, 두 분 모두 오피스에 안계셨고 퇴근할 때 까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출근 하자마자 바로 대표님을 찾아가서 2가지 말씀드릴게 있다고 하고(하나는 업무관련 급한일, 하나는 예비군 얘기) 첫 번째 업무관련 얘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매우 기분이 안좋다며 저의 업무 완성도가 불만족스럽고 관련된 얘기를 쭉 하더니, 오늘은 자기가 매우 바쁘고 스케쥴이 딱딱 타이트하게 차있으니 빠르면 오후 퇴근 전, 늦으면 그 다음주 월요일에 얘기하자고 했고, 저는 그대로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얘기 해야하는데, 제 회사생활 내내 항상 그랬듯 회사 대표님과 이런 업무들을 모두 담당해주는 담당자는 계속 시간이 없었고 바빴습니다. 그렇지만 얘기를 무조건 해야 했기에 오후 5시쯤 오피스 안에서 담당자가 업무미팅을 하던 도중 "익스큐즈 미" 하며 꼭 해야할 얘기라고 1분이면 된다고 하고 예비군 통보받은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깐 담당자는 저를 굉장히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4일이나 예비군을 간다고?' 하며 관련 서류(통지서, 메일 등)를 제출하라고 하고 본인도 회사 노무팀과 상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억울했지만 외국계 회사라 당연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곧 바로 예비군 담당 부처에 전화해서 메일로 훈련일정 확인 서류를 받아 오후 6시경 담당자 메일에 첨부하여 보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금요일(5일)은 회사의 급여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급여가 계속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주말 내내 회사로부터는 특별한 연락을 받지 못했고, 당연히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notify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월요일부터 훈련을 받으러 예비군 훈련장에 갔습니다. 월요일엔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들에게 메신저로 물어보니 급여를 저 빼고 다 받았다고 하구요. 저는 의아했지만 착오가 있었겠지 하며 하루 더 기다려보자 하고 훈련을 받았습니다. 월요일 훈련이 끝나고 화요일 오후쯤 일이 터졌습니다. 회사 계정과 휴대폰이 연결되어 있어서 회사에 어떤 일들이 돌아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제가 혼자 맡고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갑자기 회사 시니어 개발자가 자신 앞으로 assign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코드 관련해서 어떤게 어떤건지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느낌이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얘기를 꺼내서 물어봐야 무례한것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회사 임원(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급여날은 5일인데 오늘이 9일이에요. 아직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저는 아무런 notify도 받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 있는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라고 영어로 보냈고 이내 답장을 받았습니다.
"알고 있다. 전화로 얘기하자. 시간될때 훈련 마치면 전화해라" 라는 식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훈련 마치고 전화를 했는데 통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급여가 아직 안들어왔는데 어떤 일인지 여쭤보려고 메시지 드렸다" - 저
"급여는 훈련 끝나고 금요일에 오면, 먼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지급하겠다" - 대표
"어떤 대화든지 대화를 나누는건 저도 좋다. 그런데 대화 나누는 것이랑 급여 지급이랑 무슨 관계냐?" - 저
"전화로 얘기하기 힘든 문제다." - 대표
(그런데 제가 계속 이해가 안되서 물어봤더니)
"니가 4일간 예비군을 가면서 우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프로젝트 기한은 물론이고 고객사와 신뢰도 깨지고 등등 문제가 많다. 그러니 금요일에 오면 대화 후 급여는 지급하겠다" - 대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프로젝트 기한은 2-3일에 한 번씩 미팅하면서 업무보고를 했는데 그때 나에게 얘기 한 적도 없지 않느냐. 그리고 월요일에 고객사와의 미팅이 있다는 것 조차 나에게 얘기도 해주지 않았지 않느냐. 내가 얘기 해주지도 않고 일정 공유도 해주지 않는데 내가 스스로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냐. 게다가 급여는 내가 지난달에 일한 것을 5일에 주는것인데 이 문제랑 무슨 상관이라고 연체하는 것이냐" - 나
"상관 있다. 너때문에 우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중략) 그러니 전화로 길게 얘기하지 말고 일단 금요일에 만나서 대화 후 지급하겠다"
약 30분 가량 통화를 했지만 대표님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저는 일단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끊자마자 5초? 정도 뒤에 회사 계정이 정지되었다는 알림이 휴대폰에 뜨더군요... 너무 황당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채 다음 날이 되었고, 저는 당장 대표님과 얘기를 해 봐야겠다는 심정에, 수요일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담당자와 일정을 잡은 후에 오후 7시 30분경 회사에 갔습니다.
그리고 저녁 10시 30분까지 약 3시간 가량을 대화했는데, 이것도 최대한 간략히 줄여보겠습니다.
"(수 많은 이유들로) 너와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 - 대표
"부당하다. 내가 회사에 잘못한게 무엇인가? 신입으로써 실력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 회사 내 누구보다 오래 일했고, 최선을 다했다. 회사에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에 기여도 했다. 내가 딱 한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달에 준 말도안되는 task 뿐이다. 이것마저도 나는 혼자서 엄청 많이 끝냈다. 그런데 내가 왜 짤려야 하는가?" - 저
"너는 회사에 기여한게 거의 없다. 인정 못한다. 너는 신입이 아니라 완전 초보수준이다. 그리고 예비군 4일을 회사에 안나온다는게 말이 되냐? 회사는 너의 4일 결석으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심지어 예비군 등의 결석 관련 통보를 24시간 전에 회사에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회사는 대처도 못했다." - 대표
"내가 저장소에 올려둔 수많은 소스들 보긴 했냐? 내가 커밋한 것들이 얼마나 많고, 내가 다른사람들이 맥주마시고 놀때 마저도 일에만 매달려서 하루종일 앉아있었는데, 모든 회사 동료들이 그걸 증명해줄텐데 내가 기여한게 없다고 하는거냐? 그리고 예비군이 내가 가고싶어서 가는게 아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의무로 가야하는데 내가 할수 있는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 밖에 없었고, 최대한 빨리 얘기 해 준것이다. 내가 관련자료 첨부해서 메일도 금요일 업무시간 끝나기 전에 보냈는데, 내 메일 언제 확인했냐?" - 저
"금요일 업무 끝나고 니 메일은 확인했다. 근데 너는 목요일에 알았다면서 목요일에 바로 얘기 안한게 잘못이고, 금요일 업무 끝나고 확인했으니 24시간 전에 얘기 한 것이 아니므로 회사 규율? 에도 위반이다. 그리고 누가 예비군 가랬냐? 나는 예비군 안가도 된다.(대표는 미국인) 한국 정부가 호출하든, 미국 대통령이 호출하든, 신이 호출하든, 무슨 일이 있어도 4일이나 결석하는건 말도 안되는 것이다. (중략) 이러이러 저러저러 해서 회사에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혔으니 넌 책임을 져야한다." - 대표
"억울하다. 난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상황을 항상 보고했을 뿐인데, 그리고 입사면접때도 나는 당신에게 모든걸 솔직히 말하지 않았냐? 난 개발자로써 이 회사가 첫 직장이고,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그런데 당신은 내 포트폴리오와 열정이 맘에든다고 같이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거라고 말했고, 채용하지 않았냐? 개발 장비도 줄거라고 했고 기타 등등... 너는 약속도 안지키고, 심지어 신입인 나에게 왠만한 시니어라도 혼자서는 절대 못할 일들을 주지 않았냐. 그래도 난 군말않고 열심히 했는데 돌아오는게 이거냐? 난 이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 - 저
"좋다. 계속 일하고 싶냐?" - 대표
"당연하지. 계속 일 하고싶다" - 저
"그럼 연봉을 700정도 깎자. 넌 그정도만 받고 일해야 하는 레벨이다. 연봉은 낮추고 계속 일하겠다면 받아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해고다" - 대표
"말도 안된다. 우리는 이미 계약을 했고, 난 정직원이다. 심지어 내가 회사에 수많은 작고 큰 프로젝트와 일정들에 기여한바가 있는데 아무런 이유없이 연봉을 깎일 이유없다. 난 지금 조건 그대로 계속 다닐꺼다" - 저
"그럼 할수없지. 사직서(?) 에 사인해라. 그리고 니 짐 챙겨서 가라. 회사 물건 돌려주고" - 대표
"이건 말도 안된다. 난 사인 못한다. 난 이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 - 저
이 상태에서 1시간 반 가량 계속 같은 얘기가 반복되었고, 대표님은 자신은 바쁜 몸이고 지금 이렇게 너랑 말싸움하면서 시간낭비한 것도 아깝다. 피곤하니 얼른 둘중 하나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피스 키를 돌려줬고, 제 짐을 챙겨서 나왔지만 절대 퇴사서? 사직서? 여기엔 사인 못한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눈물이나고 앞이 깜깜했습니다. 나름대로 제 모든걸 쏟아 부었는데 결과가 이런 것도 슬펐고,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29에 느지막히 취직한 저를 항상 걱정하시는 부모님도 떠올라서 너무 힘들었고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도 까마득했습니다.
다음 날, 노무사님과 상담 후 노무사님이 상황을 다 이해하시고 회사 대표에게 부당해고이며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등등 8개 사유로 당신은 큰 처벌과 1억이 넘는 벌금을 받을 수 있으니, 법적인 상황으로 가기 전에 노동자(저)와 원만한 합의로 끝내라는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가 오늘 저녁 10시 30분경 이었습니다.
엄청나게 긴 영문 메일이 왔는데, 내용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영어로 한번 쭉 읽었는데, 어려운 영단어들과 법률 용어들이 총 집합되어 한 눈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카카오번역기를 돌려 한번 더 봤는데 대략 내용은,
<미국과 한국에 있는 회사 법률팀에서 이 사건을 맡게 하기 전, 회사가 한국과 미국에서 당신이 지불할 수 없을만큼의 벌금과, 오랫동안 당신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충분한 부당 행위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라는 내용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목록을 나열했는데,
1. 24시간 전에 통보하지 않고 4일 연속 출근하지 않았다,
2. 회사 명예훼손을 했다 (저의 개인 홈페이지에 회사에서 어떤 업무들을 담당해서 했는지 대략적인 소개들을 한 포스트가 있었는데, 그걸 캡쳐, 첨부해서 보냈습니다 | 제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해서 쓴 글에 잘못이 있는지도 여쭤보자니, 첨부하는 것이 큰 실수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첨부는 못했습니다..)
3. 회사 기밀을 유출했고 명예훼손을 했으며 NDA를 위반했다.(위의 개인 홈페이지 내용에 따른 기밀유출 위반이라고 합니다. 기밀을 쓴게 없는데요... 회사 task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적혀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명예훼손은 얘기한것 같구요)
4. 프로젝트를 제대로 못해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
5. 기타 여러가지 큰 위반사항들에 대한 증거들을 가지고있다.
그러니 회사명이 언급된 모든 언급들을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지워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한국의 법원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법적 조치가 취해질거다.
모든걸 고려했을때 당신은 우리에게 오히려 사과를하고 앞서 말한 것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000 미국 법률팀과 000 한국법률팀이 대표한다.
그리고 소송이 들어가면 우리측 변호사 수수료 등도 당신이 책임지게 될수 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걸 쭉 쓰면서도... 정말 까마득하네요..
너무나 두서없고 길게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무섭습니다.
징역을 살 수도 있고,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손해 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다니 저로 인해 가족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단 생각에 너무 심장이 떨립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대체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그토록 헌신 했던 회사에서 나를 이렇게 대하는걸까 하는 생각에 문득 나쁜생각도 들고 자책감이 듭니다....
노무사님께서는 내일 아침, 내용을 확인해보시고 얘기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시달리며 열심히 했는지 옆에서 계속 지켜봤던 너무 감사한 제 여자친구도, 분명 별 일 아닐 거라고 안심하고 푹 자라고 계속 얘기해 주었지만 진정이 안됩니다.
이 글 조차도 올려도 되는것인지, 또 다른 실수를 범하는 것인지 무섭고 두렵고 잠도 안 옵니다...
오키 선배님들, 후배님들, 동료님들,
염치없지만 또 다시 선,후배, 동료님들의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여쭤봅니다.
저는 내일부터 어떻게 처신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요...
윗 글이 모든것을 설명해 주진 못하겠지만, 제가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