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기업 퇴사와 경찰청 출석 후기입니다.
2개월 전, 선배님들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퇴사를 결심하였던 신입 개발자입니다.(https://okky.kr/article/540998)
저 글을 쓰게 된 이후 퇴사를 하게 된 후기와
퇴사한 회사 덕분에 경찰청 구경까지 한 후기를 간략히(?) 풀어봤습니다.
<퇴사 후기>
정말로 댓글의 선배님 말씀처럼 구두로만 좋은 조건으로 설득하려 들었습니다.
(연봉 인상, 사수가 될만한 경력직 채용, 수익 분배 등)
처음엔 혹 했지만 대표가 거짓말 치는걸 하루이틀 본게 아니라서 "경력직 뽑을 여력 있으시면 저 같은 흔한 신입에 인건비 낭비 하지말고 그분 데리고 일하시면 될듯합니다." 라고 말하고, 동료 개발자에게 인수인계 후 퇴사 예정일에 나왔습니다. (퇴사하고 두달이 지난 지금도 경력직은 커녕 신입조차 안뽑았답니다.)
어찌됐든 마지막날엔 대표님과 웃으면서 악수도 하고 좋게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회사가 싫어서 나갔지만, 그래도 같이 일한 정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잘 크길 빌었습니다.
퇴사후 평화롭게 쉐이더 책을 보던 어느날
경찰청의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청이요..?>
얼마전, 대표가 정부 연구 과제 지원금을 꿀꺽한게 들통났고,
제가 해당 과제의 담당자였기 때문에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을 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괜히 공범으로 의심받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된 사실들...
1. 분명 나혼자 개발했는데, 서류상엔 5~6명 팀 단위의 인건비를 신청했다. 어쩐지 겁나 힘들더라.
2. 개발한건 난데 연구원 목록엔 내가 없다. 제품 시연 영상엔 내가 있는데...
3. 기본급 말고도 연구원에게 주는 연구수당이란게 있었다. 연구 수당은 커녕 야근수당도 안주던데
4. 서류상에 있던 가짜 연구원들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수사관 曰 : 대표 지인 & 친구들이에요)
5. 다른 사업에선 직원들 식대로 분류된 금액까지 대표 주머니로 들어갔다.
야근 수당도 안주고 야근한 사람한테 택시비 만원짜리 한장 조차 안주는 째째한 인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정도 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직원들한테 돌아가야할 혜택을 본인이 고스란히 챙겨먹고 커피 하나 사주면서 생색이었을 줄이야...
저보다 오래다닌 (전/현)직원들은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였는데, 대표한테 워낙 당한게 많아서 그런지
단 한명도 편드는 사람 없이 최선을 다해 협조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람은 나쁜짓을 하더라도 주변부터 잘돌봐야 하는군요.
어찌됐든 대표 덕분에 처음으로 지방 경찰청 구경도 해봤습니다.
넓고 경찰도 많고... 의경 친구들은 참 친절하고.
수사관님께 물어본 바로는 대표가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을 했기 때문에
추가징수를 포함한 지원금 반환 + 1년간(혹은 그 이상) 정부 사업 참여 배제 + 징역 3년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라는 종합 선물세트를 받게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뜬금없이 궁금한점...
반환 금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회사가 망할거라는 생각은 안되지만,
수익의 8~90% 가 정부 지원금, 나머지는 자잘한 외주로 버티던 회사라서
정부 사업 참여 제한 때문에 망한거나 마찬가지겠죠?
솔직히 실력있고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이 이런 회사 때문에 기회를 빼앗겼다는걸 생각하면
쌤통이긴 합니다만 거기서 일하던 분들은 무슨 날벼락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