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만 지나면 마흔이 되는 개발자 이야기
국민연금 납입횟수 199회, 23살부터 개발을 했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들어간 회사는 차 하나로 워크숍을 갈 정도로 작았습니다. 2~3백만 원짜리 홈페이지부터 시작해 공공기관 SI 사업을 주로 했습니다. 주말까지 이어지는 고객의 갑질을 못 이겨 전화기도 몇 대부셨습니다.
17년 동안 회사는 3번 옮겼습니다. 그중 한 회사는 월급이 밀려 1년도 안 돼서 나왔습니다. 안정적인 삶, 아니 관성으로 살았습니다. 익숙함이 편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의 평균 수명에서 절만을 넘게 산 지금도 변화지 않았습니다. 힘든 프로젝트만 끝나면 회사를 옮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막상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편안함 때문에 한 회사에 오랫동안 있게 되었고 그게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개발이 좋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산 286컴퓨터를 가지고 많은 시간 게임을 했습니다. 가끔 마이컴 잡지에 수록된 베이지 코드를 그대로 쳐서 PC 스피커에서 나온 예스터데이, 보이지 않는 사랑이 연주되는 모습에 게임과 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검정 콘솔화면에 피라미드, 역피라미드 출력했을 때 앎에 대한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년차가 늘어나고 직급이 올라가고 직함이 생기면서 개발외의 다른 업무가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해야 되고, 제안서와 보고서를 써야 되는 게 싫습니다. 행복의 시작은 좋아하는 걸 하는 것 보다 싫어하는 건 안 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마흔 넘어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 내 의지만으로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