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한마디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이제 막 SI업계에 들어온 지 1년이 된 어느 젊은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업계를 알게된지도 1년 정도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는 갑자기 뛰쳐들어온 어느 비전공자입니다.
제가 그 동안 느꼈던 점을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고민해야할 정체성에 대해서
구름같이 많은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직업을 구하고 일을 하게 되면 학교와 다르게 방학도 없이 매일 일하게 될텐데(적어도 한국에서는)
몇 년이 될지는 몰라도 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가지 일에 손을 댔습니다.
뭐 그게 여기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2년 정도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창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던터라
더 지체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되면 공무원이나 준비하자라는 마음으로
풀스택 웹 개발 국비지원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공학 계열 전공인지라 C++에 대해서는 전공 선택인가요? 그런 과목으로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는 했지만
도통 처음 보는 개념 투성이었습니다.
학원 과정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그만큼 호기심 투성이였기에 오기로 붙잡았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고, 그 만큼 늦게 시작했기에 간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죽어라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학원 막바지가 되니 취업 알선을 해 주더군요.
일단 저는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달랑 종이 한장에 적혀 있는 글이라곤
'열심히 하겠습니다.' 뿐이었고 나를 증명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군데 회사에 지원을 했고 저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업체에서 면접을 오라고 했습니다.
회사에 붙을 자신이 없으면 도리어 무식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게 되더라구요.
그러고 나니 결국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행운아다.'
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회사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서론이 정말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제 자신을 되돌아보면 많이 부끄럽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백엔드개발자이지만 규모가 작아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를 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필요하면 CSS와 스크립트 액션을 구현하고, 테스트 서버를 구축하고, 제안서도 쓰고,
타사의 솔루션을 쓰는데 매뉴얼도 엉망이라 알아서 파악하고 활용해야 하는 등.
가장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리뉴얼 프로젝트였습니다.
리뉴얼 작업 과정에서 운영되는 서버를 중지할 수는 없으니
운영되는 와중에 개발을 하게 되었고, 불가피하게 운영DB와 개발DB의 데이터에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저는 수작업으로 데이터 처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처리한 데이터만 못해도 1,500건은 되겠네요.
1건에 평균 2-3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추가된 데이터 뿐만 아니라 수정되고 삭제된 데이터까지 파악한 시간을 합산한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그 때 프로그램을 짜서 하지 못했을까 한심하기도 합니다.
촉박한 시간에 신입이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을 짜달라고 하지 못하고
설령 내가 한다고 하더라도 초짜 프로그램은 사람의 수작업보다 신뢰가 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그 분들의 말씀 때문에라도 제가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JSP를 복사 붙여넣기 하고, 필요한 부분에 데이터를 넣어주고, 데이터 처리를 수작업으로 하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는 요즘, 한풀이마냥 크롤러를 통한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을 혼자 만들고 키득거리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혼자 테스트 서버에 배치를 돌려서 최신글을 DB에 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개발 3년차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다. 너가 멍청했다.'
맞습니다. 멍청했습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게 사용당한 기분입니다.
그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1년 동안 열심히 하면 더 나은 개발자가 되어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입니다.
열심히 하면 더 멋진 개발자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제 자신에게 아쉽습니다.
필드에서 모든 걸 흡수하겠다던 제 각오가 정확하게 들어맞았던건지 아쉬운 1년이지만,
아직 젊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기에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직의 생각도 많이 들지만 현 위치에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구미가 당기는 사람일까?
조금 더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일삼는 월급쟁이는 되기 싫습니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의 저는 조금 더 진취적인 모습을 그렸으니까요.
분명 좋은 방향의 1년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의 1년, 그리고 몇 년이 될지 모르는 기간을 위해 짧게라도 한마디 해주시면 열심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