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 후기입니다
약 2주일 전 이 곳에 올린 구인 광고로 시작한 저희 회사의 채용 절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록 면접 결과 통보와 합격자에 대한 최종 면접이 남아있지만, 어제를 끝으로 실질적인 과제 및 기술 면접 평가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과분하게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셨고 후기를 요청하신 분도 계셨기 때문에, 간략하게 채용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기로 하였습니다.
1. 구인 구직 사이트의 유용성?
채용 공고는 오키와 동시에 다른 구인 구직 전문 사이트에 함께 게시하였습니다. 유료 서비스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해당 사이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4명의 지원자 중 채용 공고에 명시한 소스 형태의 포트폴리오 및 과제를 제출하신 분은 단 한 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지원자는 포트폴리오를 첨부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학원에서 공동 과제로 한 것이 명확해 보이는 발표자료 형식의 소스 코드 없는 내용을 제출한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채용 공고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은 지원자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 안내를 했지만 한 두 분이 누락된 포트폴리오의 소스를 추가로 보내주신 것을 제외하면 모두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체로 해당 사이트의 많은 구직자들이 여러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구 조건을 무시하고 동시 다발적인 지원을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2. 예상을 뛰어 넘는 지원자 수와 미흡한 준비
처음 공고를 올리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추가 과제 제출 요구를 넣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남부럽지 않은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거나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 기업은 아니기에, 오직 저희 회사 면접만을 위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는 것이 꽤 무리한 요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최초 접수 마감 하루 전까지 과제를 모두 제출한 지원자가 한 두 명에 불과해서 과제 부분을 생략하고 다시 채용공고를 올리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과제는 유지하고 마감일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는데, 마감일 근처에 지원이 몰려서 최종적으로 70여명이 넘는 지원자 중 26분이나 과제를 제출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마지막에 한꺼번에 지원하시리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면접 일정을 조율하고 과제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공고한 일정을 지키기 위해서 단 이틀 만에 모든 면접을 완료해야 했는데, 체력적으로도 매우 힘든 일이었고 예약해서 사용해야 하는 면접 장소를 모든 시간 대에 확보하지 못해서 일부 지원자 분들은 불편한 환경에서 면접을 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심층 면접이기 때문에 면접자 입장에서 소스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의미있는 질문을 해야하는데, 하루 종일 연달아서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가끔 내용을 혼동하거나 좋은 질문을 드리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쪽의 미흡함으로 인해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도 보다 나은 면접 경험을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천편일률적 포트폴리오와 다소 아쉬운 객체지향 이해도
일부 지원자 분들은 상당히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주셨지만, 다른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는 학원 과제나 졸업 작품으로 보이는 내용이었고, 소스는 거의 천편일률적인 기술 기반과 구조를 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스프링MVC 기반의 CRUD 중심의 웹 서비스 예제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발표자료상으로는 매우 다양한 주제와 훌륭한 외관을 자랑하는 내용이었지만, 소스 측면에서는 마치 여러 지원자들이 동일한 소스를 복사해서 조금씩 변경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똑같은 구조에 데이터베이스 입출력이 내용의 전부인 그런 코드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추가 과제를 통해서는 지원자 분들의 상당히 다양한 접근과 코딩 습관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수준 이상의 객체지향적 이해도에 바탕을 둔 과제는 많지 않았습니다.
스프링은 매우 훌륭한 프레임워크이긴 하지만, 자바 언어나 객체지향에 대한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 아직 기본적인 코딩 습관이나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초보 개발자들이 스프링 중 특정 기능만을 반복 숙달해서 마치 당장 실제 서비스에 써도 될 듯한 외관의 사이트를 찍어낸다는 것이 다소 괴이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왠지 국비 지원 학원들은 자바 개발자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바를 모르는 스프링MVC 전문가를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문제를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능력임을 감안하면, 많은 초보 개발자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연습이 전혀 되지 않은 MVC 템플릿 찍어내기를 통해 개발을 배우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우려가 되는 모습입니다.
4. 소스 리뷰를 통한 면접의 만족스러운 변별력
앞서 언급한 대로 마감일 근처에 너무 많은 지원자분들이 몰리는 바람에 면접 질문 준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제출한 과제의 소스를 바탕으로 평가와 기술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은 변별력 측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지원자 분들의 소스를 리뷰하고 평가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힘들거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면접 준비 과정에서 시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코드 리뷰와 면접 과정에서 요구되는 질문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코드의 어느 부분이 왜 바람직하지 않은 지를 짚어 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단순하게 "이 부분은 이래서 잘못되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성격을 인지하고 있는 지, 또는 그런 문제를 피하기 위한 대안을 알고 있는 지, 또는 약간의 유도를 통해 그런 답을 찾을 수 있는 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준비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시간 부족과 준비 과정의 미흡함으로 원하는 만큼 심도 있는 기술 면접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제출 받은 소스를 통해서는 각 지원자들의 세세한 코딩 습관이나 고민의 과정, 개발 도구의 숙달 정도, 언어에 대한 이해도 등 매우 다양한 측면의 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채용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신 덕에 소스를 통해 어느 정도 변별력 있는 사전 평가가 가능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자바에 대한 기초 지식을 묻는 질문 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던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과제로 제시된 하스스톤 게임의 모델링은 코드 리뷰 과정에서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도 객체지향적 설계에 있어서 다양한 흥미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꼭 면접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초보 개발자분들이 비슷한 성격의 모델링 연습을 해보셨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중에라도 해당 주제로 객체지향 기초에 대한 연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5. 정리
비록 모든 분들이 채용 공고의 조건을 만족하진 못했지만, 저희 같이 이름없는 작은 회사에 70명이 훌쩍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은 예상 범위를 한참 뛰어 넘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특히 이 곳을 통해 지원해주신 분들의 과분한 관심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무한경쟁 사회에서 고통 받는 취업 준비생 분들의 절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 오신 분도 계셨고, 추가 과제 작성을 위해 밤을 새거나 몇 번 씩 고쳐가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분들도 계셨는데, 저희가 그런 분들의 노력을 짧은 시간 평가하고 그렇게 간단하게 불합격 통보를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을 자주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회사에 보여주신 과분한 관심과 노력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번 채용 과정에서 저희가 보였던 미숙한 점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반성해서, 혹시 나중에 다시 개발자를 뽑아야 하는 일이 있다면 지원자 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