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흩날리네요.
안녕하세요.
계속 눈팅하면서 여러 글들 읽으며 때로는 힘도 얻고
저랑 비슷한 처지의 분들 보면 안타깝기도 하면서 봐왔는데
속풀이 해보고자 가입을 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1. 신입들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음
2. 윗분들의 입코딩
3. 스터디
하나씩 말해보자면
1. 신입이 프로젝트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합니다.
기획, 시나리오, 구조설계, 공수산정, 디비설계, 개발(이건 당연한 업무죠), 화면단 디자인, 배포, 개발관련 문서작성 까지요.
이것을 알려주는 사수? 당연히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함에도 불구하고 더 뭔가 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도 2~3일이면 습득해서 바로 적용해야한다고 생각하시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도 이미 자바를 알고 있으니까 다른 언어는 길어야 1주일이면 배운다나요.
사장님 왈 : 신입들은 하얀 도화지니까 구글링해서 모든 지식을 한번에 싹다 흡수해서 잘 할 수 있다고 하시거든요.
(제 어조에서 빈정거림이 느껴진다면 정확히 느끼셨습니다.)
저는 이제 입사 만 1년이 되어갑니다만
일정이 밀린 적도 없거니와 오히려 단축시키면 시켰죠.
지금도 공수산정 해주신거에서 한달을 땡겨서 마쳤기 때문에 7월 업무일정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제가 잘했다라는 생각보다는 애초에 공수산정을 잘 못 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제가 직접 짰으면 저렇게 안 짰을거란 생각이거든요.
웬일로 짜주신다 했더니 역시나더군요.
원래대로 그냥 제가 하는게 나았습니다.
2. 입코딩..말만 하면 뿅 나오는 줄 아시는 무적의 [그분]
(그분은 참고로 사장님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객체 하나마다 특성이 다릅니다.
그래서 그 특성들을 따로따로 적용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비슷한 객체라 하더라도 10개의 객체면 10번의 작업이 들어가는거죠.
게임으로 말하자면 조개껍질과 빛나는 조개껍질, 빛나는 명인의 조개껍질조각, 흐려진 장인의 조개껍질, 부서진 조개껍질조각 등등
특성이 다른 아이템들이 있는데 그 특성이 워낙에 복잡하고 많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복붙으로 안끝나죠.
커스텀하게 적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조개껍질 작업 하나 끝냈으니 다른건 복붙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1~2시간이면 다 되는거 아니냐고 하실 때마다 사람 환장합니다.
이 문제가 여러번 있어왔는데 그때마다 설명해드려도 역시나 한결같습니다.
[그분]은 개발을 5년은 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5년간 복붙만 하신걸까요?(지금은 개발업무를 안하심)
어떻게 더 이해시켜야할지도 모르겠고 답답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위에 일정 이야기를 약간 썼었는데
1~2시간 또는 하루이틀이 [그분]의 작업기준입니다.
모든 작업은 그 안에 끝나야하죠.
제가 공수를 산정할 때 1주일 정도 걸리겠다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면 되는거 아니냐고 또.. 무적스킬을 시전하셔서
단호하게 저는 그정도 능력이 되지 않으니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아주 정확하게 일주일만에 일이 마무리 됐습니다.
물론 그것도 제 딴에는 엄청 빡빡했죠. 하....
한번은 [그분]이 저의 동료(역시 신입. 혼자 프로젝트 맡고 있음)에게
어떤 일을 시키면서 하루 만에(무적스킬 발동)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들이 겹쳐 동료의 업무가 많아지면서
그 일을 [그분]이 떠맡듯이 하시게 됐죠.
그분은 그 일을 2주 만에 끝내시게 됩니다.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으니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3. 스터디
저희 회사는 스터디를 합니다.
말은 참 좋습니다.
회사에서는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시지만 저희가 새로운 기술을 스터디하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라
회사 내에서 하는 프로젝트들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 윈하십니다.
모듈을 만든다던가 뭐 그런..
근데 스터디 인원은 신입들과 만 2년이 약간 넘은 초급 개발자들 입니다.
그리고 하는 말씀은 우리 회사엔 가르쳐줄 사수가 없으므로 우리가 스스로 해야한다고 하십니다.
참여인원은 참고로 모두 다른 프로젝트와 다른 기술 다른 언어를 씁니다.
그런데 스터디를 같이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차라리 각자 필요한 공부들을 남아서 하겠다고 하니 그건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누굴 위한 스터디인가 싶고 의미없는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잠시 쉬다가 다시 스터디를 하는 것인데
저번 스터디엔 참여인원중 한분이 무려 인공지능에 대해 했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 속에는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머신러닝" 정도의 문자열 몇 개만 남아있네요.
다른 동료가 한 기술은 심지어 키워드조차 남아있질 않네요.
필기도 열심히 하면서 들었는데 말이죠.
애초에 관심사가 다른데 꾸역꾸역 앉아 각각의 주제를 각각 말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는데
역시나 다른 분들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번에 다시 스터디를 하라고 하시니 공통주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윗분들께 내비쳤고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각각의 사람이 공통주제를 맞추기란 어려운 일이고 더구나 회사에 도움되는 일이어야 하니
주제를 정하는 것만도 회의를 3번이나 했는데 아직도 못 정했습니다.
이번 주에 또 정해야하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네요.
쭉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잡코리아 들락날락 거리고 있으니 마음정리는 어느정도 됐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만 2년차가 될 때까지 연봉이 동결인데 이렇게 1년을 더 보내야 한다니 희망도 없어서요.
그냥 어디라도 속풀이하고 싶었습니다.
아주 객관적으로 저 자신을 보더라도, 그리고 오키의 글들을 1년 이상 봐온 경험으로 보건데
저는 나쁘지 않은 신입입니다.
가끔 올라오는 "신입의 능력기준" 글을 쭉 읽어보아도 선배님들 댓글을 보면
그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저는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그런 아름다운 선배님들 가득한 회사로 가고싶네요.
사수도 없이 신입이 혼자 프로젝트 맡아서 꾸역꾸역 새로운 언어 배워가며 하는 그런데 말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윗 분들이 그 신입이 더 뭔가 해내길 바라는 그런 회사 말고요.
별 생각없이 가끔 기분이 좋지 않아도 그저 참으며 다니고 있었는데 1년이 되어가니 최근들어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두달 남았네요. 만 1년 되기까지...
그때까지 묵묵히 떠날 준비를 해야하나봅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라 떠나게 될지 아닐지 몰라도
떠날 준비는 언제든 해야하는게 맞는거같아요.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대나무숲에 소리라도 친 것처럼 마음 한켠이 가벼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