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30대 중반의 4년차 SI 개발자입니다.
혼자 생각하다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기도 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막노동도 해보고 영업도 뛰어보고, 학원 강사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건 마음에 들지 않고 일은 재미가 없고... 깊은 허무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다가 개발자 친구에게 권유를 받아 Java 학원을 3 개월 다녔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오락기를 안 사주셔서 국민학교 때 Basic 으로 텍스트 기반 게임을 만들곤 했었고, 중학교때에는 정보문화사의 볼랜드 터보 C 2.0 책을 읽으면서 끄적끄적 C 언어를 공부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학원 과정 자체는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라이브러리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학원에서는 제가 제일 잘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열등감이나 불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뭔가... 전공자들은 다 알고 있을 상식이나 기본 등을 모르는 것 같아 몹시 힘들었어요. 그래서 방송통신대 커리큘럼을 참고해서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자료구조 등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무척 재미가 있더군요. 하루하루가 즐겁고, 학원 끝나고 집에 가서 따로 공부할 시간이 늘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공부를 하거나 코딩을 하다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고요.
그러다가 학원을 나와서 모 SI 업체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만족스런 일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코딩이 좋고, 노인이 되어서까지 코딩하며 월급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작은 도구들을 많이 만들어주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연봉은 적은 편이었는데 회사 내에서 인정해주는 사람이 많아 좋았습니다. 더 열심히 재미있는 공부를 했고,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엔 업계 상황을 몰라서 SI 가 뭐가 나쁜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취직했으니 다행이고, 해고당하지 않고 오래 다니면 좋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다니다보니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나 말고는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사내 라이브러리를 개선했더니 한편으로는 잘했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짓 한다는 소리나 듣고... 회사 전체에서 정규 표현식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저 혼자였습니다. 리눅스 쓸 줄 아는 사람도 혼자였고요. 저는 VI/VIM 을 좋아해서 어딜가나 VIM으로 코딩하는데, VI 나 emacs 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JVM 랭귀지에 관심이 생겨서 Scala 나 Clojure 를 같이 공부할 사람을 모집했는데 관심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신입 사원들을 모아서 같이 공부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SI 업계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리 좋지 못하고 개발자에 대한 처우도 심하게 안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SI 를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공부에 대한 것입니다.
SI 를 탈출해서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 텐데 그러자면 지금까지 해온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하고 개인 코딩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할 지, 아니면 요즘 뜨고 있는 신기술들을 열심히 공부해서 일단 조금 더 조건이 좋은 회사로 옮겨야 할 지가 고민입니다. 물론 둘 다 하면 좋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냥 계속 개인 프로젝트 코딩하고 그때 그때 궁금한 거 공부하고.. 하는 식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사실 재미있어서 공부를 쭉 해왔기도 하고요.
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하둡이나 Spark 같은 요즘 뜨는 기술들을 공부하는 쪽이 좋을까요?
아니면 좀 더 컴퓨터 공학의 기본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하는 쪽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궁금한 거 생기면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공부하고 코딩하는 지금 스타일이 좋을까요?
후배에게 조언해주신다 생각해주시고 답변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