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돈 벌려고 이 회사 다닙니다
제 고향은 대구인데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젊었던 시절에는 집에 일이 생겨 이사를 가게 되어 사람을 부르면.. 나중에 정산을 할 때 참으로 곤란했다고 합니다.
"돈이야 뭐 알아서 주이소"
라고 말하니 돈을 줘야하는 사람으로서 당췌 얼마나 줘야할지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던 거죠.
왜일까요? 내가 받아야 할 돈의 액수를 명확히 하는게 좀 쑥스러운가보죠?
한국은 분명히 자본주의 국가인데, 그 당시에도 당연히 그랬을텐데, 돈의 입금과 출금에 대한 명시적인 표현이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일부 젊은 인재들로 부터 시작된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이런 모든 일들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저는 돈 벌려고 이 회사 다닙니다 라는 말을 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이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환산과정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숭고한 행위입니다.
서구권 역사에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돈으로 마음껏, 자유롭게 환산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수 많은 사람이 투쟁하고 싸워왔는데, 우리들은 그런 권리를 공짜(?)로 얻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공짜로 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자, 핵심이 아닐까요? 문제의 본질과 핵심이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며 애매하고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애사심/열정/의욕/젊음 같은 말이 핵심 쟁점을 희석시키는데 사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해결한다는 취지는 우리 개발자의 관점에서도 정말 잘 들어맞는 철학입니다.
"이 회사 돈 벌려고 다니죠" 라는 말이 아름답고, 숭고하고, 멋지고, 위대한 말이 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