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IT로 뛰어드는 인문대생들에게..
볼랜드포럼의 박지훈 대표님이 아래 기사 관련 페북에 올리신 글을 퍼왔습니다.
취업난에..대학가, 인문학 대신 '기술 배우기' 진풍경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50311222312924
인문계열의 취업률이 너무 낮아져서 인문대생들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답니다. 인문대생끼리 모여 공부를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아예 인문대생 대상의 강의를 개설하기도 한다고요.
그런데 이들이 SW 개발업계에 취업을 했을 경우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SW 업계의 인력수요가 처음 폭증하던 90년대 말 이전에 SW 개발에 진출한 제 전후의 세대들서에도 비전공자는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천지차이입니다.
그 당시에는 SW업계쪽에 인력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비전공자임에도 SW개발에 나선 사람들은 취업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느껴 SW 개발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 절대다수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비전공자라도 전공자에 못지 않을만큼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문대생의 SW개발 러시는 절대다수가 취업이 목적입니다. 취업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껴 뛰어든 사람들이 다수일 때와, 취업이 목적인 사람이 다수일 때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국 취업 때문에 SW개발을 공부한다는 이 인문대생들중 대부분은 비교적 양질의 SW 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SI업계로 흘러가게 됩니다. 깊이 있는 지식이나 끓어오르는 열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W 업계의 처우는, 그 안에서도 SI쪽이냐 비 SI쪽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SI를 제외한 SW업계는 대체로 다른 업종들보다 크게 못하지 않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SI쪽은 비교도 안되게 열악합니다.
우리나라의 SI 업계는 절대다수가 프리랜서 위주로 돌아갑니다. SI의 프리랜서는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프로젝트 단위의 단기 계약직입니다. 그나마 페이는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지만, 몇개월 정도의 단기가 많은 프로젝트들마다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것도 40대로 넘어가면 기업에서 가급적 회피합니다.
SI업계에 프리랜서만 넘쳐나는 이유는, SI업체로서도 다음 프로젝트가 얼마나 수주될지 확정할 수 없는데 정규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I업체들은 대단히 견실한 아주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절대다수가 아키텍트 등의 핵심 엔지니어들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숫자가 많이 필요한 단순 개발자, 즉 '코더'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숫자를 채워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이 SI업계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코더로 일하다가도 아키텍트급으로 '승격'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는데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전공자를 놔두고 비전공자를 아키텍트를 채용할 이유가 없고, 더욱이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처음 코더로 일을 시작한 사람은 끝까지 코더입니다.
그리고 SI 업계에서 코더에게 원하는 테크닉의 수준이 얕기 때문에, 보통 4~6년차를 주로 원하고 그보다 낮은 경력도, 높은 경력도 별 필요가 없습니다. SI에서 10년차가 넘어가면 부르는 곳이 크게 줄어들고, 거기서 몇년 더 지나면 그마저도 완전히 끊어집니다.
결국 이렇게 연차가 너무 높아져서 일거리를 받지 못하는 SI개발자들은 그렇게 사실상 '퇴출'되기 전에 개미처럼 일해 돈을 모아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편의점이나 통닭집을 차리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야근은 밥먹듯이 하는데 야근 수당은 없습니다. 프로젝트 후반에 일정이 다급해져서 야근을 하라고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SI는 당연히 야근하는 거라고 잘못 인식하는 갑이나 을이 많이 늘어나서, 프로젝트 시작 시점부터 퇴근시간을 9시로 못박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목소리들은, 출처를 쫓아가보면 대부분이 SI업체들입니다. 물론 SI가 아닌 다른 SW업계에서도 개발자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SI만큼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개발자는 취업이 잘된다는 떠도는 얘기는 SI업체들에서 나온 것이고,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비전공자가 SW개발로 취업을 한다면 대부분이 SI로 빠지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국내 SI의 현실은 건설현장의 막노동과 비슷한데, 반면 건설현장에서는 대부분 시간되면 정시퇴근이라도 합니다. 또 40세가 좀 넘었다고 퇴출시키지도 않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평생 일할 수 있죠.
결론적으로, 비전공자에게 SW개발이 취업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SI쪽 개발자 자리는, 관계되어 있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지만 실제 현실은 개막장 업종입니다.
제가 SI업종으로의 진출을 뜯어말리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개막장인 상태가 개선되려면 인력 공급이 줄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인력 공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SI업계들은 SW업계전체의 이름으로 둔갑해서 정부에 SW 인력 양성을 독촉해왔는데, 당연히 이렇게 인위적으로 양성된 SW 개발자들은 대부분 SI 현장으로 갑니다. 그 와중에 '창조경제'나 '첨단업종', '미래산업' 등의 화려한 단어들이 동원되지만, 실제 SI 프로젝트는 창조적이지도 않고 첨단도 아닙니다. 그냥 막장 수준의 인력장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