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고시생 이야기
대입준비한다고 노량진에 2년정도 살았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노량진 고시식당에 가끔가면 아직도
그때 알던 사람들 여전히 못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제게도 부모님이 공무원 준비하는게 어떠냐고 최근까지도 권유를 하시곤 했는데 노량진의 실상을 오래 보아온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이었죠
티비에서는 취업난속에 고시열풍이라 해서 노량진 보도할 때 새벽일찍 일어나 주먹밥으로 끼니 채우고 학원 앞자리 차리하려고 일찍부터 대기줄서고 새벽까지 오로지 공부만 하는데도 합격하지 못하는 불쌍한 청년으로 포커스를 맞추지만..
사실 아는사람은 알죠...
노량진에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 별로 없다는거
24시간 사람이 끊이질 않는 당구장과 피씨방, 학원 개강반 들어가면 일주일 채가시기도 전에 손잡고 다니는 커플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곳이죠
고시원같은 곳에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 쪼잔하게 변하는 것도 눈에 보이구요
저 살던 고시원 현관에 화이트보드가 있었는데 어느날 봤던 그 문구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오늘로 벌써 4번째 공용냉장고에 반찬용기 없어졌습니다.
이 담에 경찰, 교사, 공무원 하실 분들이 참 잘~ 하는 짓입니다"
보통 넉넉잡아 생활하는 이들은 한달에 약 100~120정도 쓰고
고시식당알바 내지는 독서실, 고시원 총무 겸하는 분들은 4~50만원가지고 긴축해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리 열심히 해서 합격하면 좋은데... 안되는 사람들은 안되더라구요
20대 중후반에 대학졸업 내지는 졸업예정으로 들어와서 30대중반이 넘도록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그들 스스로도 말합니다.
"해온게 아까워서,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아서, 이제 이거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인해 펜을 손에서 놓질 못하죠
청춘을 고시에 반납하고 30대 중반이 되어 실패하고 사회에 나오면 딱히 할게 없는 것도 현실이긴 합니다.
그제서야 시작해도 이미 친구들과의 격차는 많이 벌어지고 스스로에 낙차를 많이 느끼기도 하고.. 뭐 듣기론 평생토록 그 일만큼은 가슴속에 열등감으로 후회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더라구요..
저런이들이 공부한다고 집에서 투자한 돈과 본인이 일하지 않아 벌지 못한 기간에 모았을 돈을 합치면 자기 가게 하나 차릴 돈 나올겁니다.
제 고향같은 경우 30평형대 프랜차이즈 가맹점(인테리어 비용 비쌈)도 오픈하는데 2억이면 떡을 치는 곳이 허다하니까요
그리 공부해서 9급 공무원 합격하면 이제 그 월급 가지고 쏟아부은 돈 회수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그 부모는 합격시켜놓으면 이제서야 좀 한시름 놓았다며 안도하지만
9급 박봉가지고는 자기 입 풀칠하기도 힘드니 부양은 꿈도 못꾸고
부모는 공부시켜도 고생, 안시켜고 고생이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으면 정년이 다가오고
결국 퇴직 후 5년내에 죽을지 20년내에 죽을지는 몰라도 그 노후의 연금을 위해 인생 몽땅 올인해버리는 행위가 제게는 좋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별로 현실적인 것 같지도 않고..
얼마전 노량진 다큐를 봤는데 인터뷰한 고시생들 한결같이
- 젊으니까요 도전하는거죠 -
- 청춘을 다 바쳐서 꿈을 위해 후회없이 노력하고 싶은 -
- 그렇게 치열하게 산 적이 없었어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
....
그 아름다운 젊음, 다신 안올 청춘을 다 바쳐 치열하게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이 "9급 공무원" 입니까 -0-;;?
다들 어릴땐 대통령, 의사, 박사, 판사 될 수 있다고 믿고 살았는데
언제부터 그들의 꿈이 "9급 공무원"이 되버렸는지..
자기 주제를 알고, 현실을 직시하고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려고 하면
주변에서는 "너도 이제 어른" 이라고들 합니다.
타협하고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이런 것을 말하는 걸까요..
안정감있는 삶이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은 듭니다만
진짜 내 꿈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이일 저일 다 해보며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저같은 녀석에게 있어 저 고시생들이 말하는 "열정"이라는 것은
되게 불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