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개발자 사는 얘기 2
음..어디부터 시작해야할런지 모르겠네요.
1. 어떻게 여기서 일 하게 됐는지...
일단 교포는 아니예요. ^^
벌써 꽤 오래된 얘기네요. 대학에서 컴퓨터 전공하다가 때려치고 음악경영 공부하겠다고 독일로 건너갔었어요. 근데 정작 하고싶었던 음악경영 공부는 못 하고 3년간 독일어 배우고 공대 다니다 집안 문제로 귀국했습니다.
한국에서 다니던 학교 재입학해서 졸업하고 개발자로 일 하면서도 빨리 독일로 나오고 싶었는데, 사람 일이란 게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는 건 아니더라구요.
원체 몸이 약한데다 작년에는 정말 좀 말도 안 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허리디스크 터지고 목 디스크 터지고...결국 목디스크는 사지마비 위기까지 갔다가 수술해서 인공디스크 넣었어요.
이 일 이후로 회복 끝나자마자 예전에 친구가 소개시켜줬던 회사 사장한테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혹시 볼 수 있겠냐더군요.
뒤도 안 돌아보고 출국했습니다.
딱히 제가 준비한 것도 없고 알아본 것도 없다보니 조언이라던가 팁같은 건 사실 드릴 게 없어요. 이건 다른 분들한테 저도 여쭤보고 싶네요.
죄송합니다.
다만, 저희 회사도 그렇고 이 나라에 개발자가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언어만 해결 가능하다면 진출을 도모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점심시간, 월차
정해진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2시 30분까지이지만, 말씀드린대로 중요한 건 핵심근무시간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11시 30분부터 13시 30분까지는 점심시간으로 쓸 수 있어요. 대부분은 11시 반 땡 치면 밥 먹으러 갑니다.
점심시간에도 컴터 앞에서 일하면서 대충 때우고 그만큼 퇴근 빨리 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월차는 잘 모르겠네요. 아파서 못 나오는 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유급으로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불과 두 달만에 조금씩 초과근무하며 모아둔 시간이 20시간 가까이 됩니다. 수목금으로 3일 정도는 쉴 수 있는 시간이죠. 그러다보니 월차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월요일에 출근하면 한 번 물어봐야겠어요.
휴가는 1년에 기본 25일 나오는 거 같습니다.(연차가 늘수록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3. 페이, 복지, 생활환경 등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거겠네요.
일단 페이는 다들 협상하기 나름이니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하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이 전문직으로 여겨지고 귀한 직업이다보니 적게 받는 편은 아닙니다.
대졸 초임 기준으로(역시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월 3천유로 초반에서 4천유로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월급은 1년에 14번 나가구요.
세금이랑 보험 나가고 실제로 통장에 찍히는 돈은 2천유로 좀 넘는 수준일 겁니다.(40프로 정도 나가는 거 같아요.)
이 역시 개개인의 가족 구성원에 따라 다릅니다.
직원복지는 거의 없습니다. 규모가 그렇게 큰 회사도 아니구요.
음료나 커피 같은 거 공짜로 제공되는 거 말고는 글쎄요...
생활환경은 사람마다 느끼는 게 천차만별이겠죠. 전 원래 친구들도 있고 지인분 들도 사시는 프랑크푸르트 쪽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딱 1주일 살아보고는 국립오페라와 빈필 때문에 빈으로 결정했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상당히 풍요롭습니다.
아무리 수도래도 도시가 작다보니 출퇴근은 괜찮습니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구요.(1년권 사면 하루에 1유로 정도로 빈 시 전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집은 뭐 목돈이 있으시면 사시면 되겠지만 대부분 월세입니다. 지역과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싸지는 않아요.
물가 엄청 비싸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그 외의 물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먹는 건 한국식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그리 비싸지 않은 물가입니다.
4.체류증
사실 오스트리아가 이민에 그리 적극적이진 않습니다. 이미 수많은 이민자들이 말 그대로 바글바글하기 때문일 거예요.(오스트리아인보다 더 많아 보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다행이도 개발자는 특수인력으로 취급해줍니다. 인력부족 분야 인력이나 고학력(박사 이상) 혹은 특수인력을 위한 홍백홍 카드(오스트리아 국기의 색입니다.)라는 게 있습니다. 조건을 만족시켜야 신청이 가능하지만 발급만 되면 일반적인 체류허가증보다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영주권 자격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은 매력적이죠.
흠..또 뭐가 있을까요...
아, 며칠 전까지의 일입니다.
법이 바뀌면서 근로계좌규정에 직원 전원이 서명을 해줘야한다더군요.
그런데 그 안에 금요일 핵심근무시간이 15시까지로 되어있었습니다.
서명을 안 하더군요.
결국 지난 주 전직원 워크샵에서 누군가 사장과 담판을 지었는지
월요일에 새로운 버전의 규정이 메일로 날라왔는데 문제가 되었던 금요일 핵심근로시간이 오전 11시 30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래도 노동자들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힘을 가진 나라이고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익을 주장합니다.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이거 같아요.
결코 여기 애들이 한국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지도, 머리가 좋지도 않아보이거든요. 딱히 선진국이라고 느껴지지도 않구요.
다만, 저런 점은 ㅇㅇㅇ님 말씀하신 것 처럼 하루이틀 사이에 익혀진 건 아닐 거예요.
우리나라도 바뀌겠죠. 이미 많이 바뀌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