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을 쓰지 말아야 하나 싶습니다
이전에도 정치나 사회 문제 가지고 토론하면서 피곤함을 느껴서 한동안 글을 안썼는 데 개발 이야기를 해도 다른 게 없군요.
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저는 이 곳에서 매일 같이 성토되는 국내 IT업계의 문제점들 중 대부분이 프로젝트 수행시 이익이 산출물의 품질이 아닌 인건비 차액을 통해 발생하는 왜곡된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과물의 품질을 보증하고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계측할 수 있는 감리 프로세스가 크게 강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된다면 개발자들은 단순 경력으로만 소고기처럼 '등급'별로 분류되는 대신 실제 능력에 따라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문제는 이곳의 많은 개발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IT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그 중 상당수는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방향과 정반대로 오히려 현실을 고착시키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개발 업무가 전문성을 요하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으면 낮을수록 개발자는 인건비 시세에 따라 마치 인력시장의 단순 노무직처럼 대우 받게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는 시각에는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아무나 할 수 있고 하려는 사람이 많은 직업이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새누리당 대신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이고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똑같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일은 현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없다고 강변하고, 개발자는 장인정신이든 전문성 재고든 다 필요 없고 돈만 따라가면 된다고 주장하면 결국 그건 개발자는 영원히 단순 노동자 취급당하는 현실을 고착화 시키겠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마 여기서 개발자 실력 운운하는 대신 뭐 개발자들이 단결을 해야 하고 정부든 대기업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 박수는 많이 받을 겁니다.
물론 개발자들이 뭉쳐서 부당한 관행을 일삼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 중 말 대신 행동으로 뭘 하는 경우는 극소수니 실제로 개발자들이 뭉쳐서 싸우든 이기든 할 일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얻는 것은 부당한 야근 강요나 임금 체불 같은 관행이 개선된다는 것이지, 결코 앞서 말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개발자들 임금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개발자들 인건비는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개발자 간에 경력 이외에 차별요소가 없다면 공급은 언제나 넘쳐나니까요. 넘쳐나게 공급되는 상품을 시장 가격보다 높은 비용을 주고 구매할 바보는 없습니다.
야근을 법으로 금지한다? 당연히 해야죠. 근데 야근만 금지하면 아마 그걸로 늘어나는 프로젝트 비용 만큼 개발자 단가가 떨어질 것입니다.
요컨대 별 다른 자격 기준 없이 입문해서 년차만 차면 누구나 엇비슷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노조나 협회가 뭘하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그런 단체가 택할 수 있는 딱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건 인위적으로 진입장벽을 크게 높여서 철밥통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예컨대 개발자가 되려면 개발자 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한다던가 하는 따위의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개발업종에서는 실현하기도 불가능한지 이야기 안해도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결국 개발자가 대우 받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가진 일반인과 차별되는 속성인 개발 능력이 그 만큼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구조적으로는 앞서 말한 감리 프로세스 등이 강화되고 단순 인력업체 대신 개발 과정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SI업체 등이 자리를 잡아야하며, 개발자 개인은 자신의 전문성을 재고하기 위해 개발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산출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렇게 전문가 마인드나 장인정신을 가진다고 당장 지금 근무하는 막장 인력 업체에서 억대 연봉이라도 안겨줄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대신,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고 개발자가 대우 받는 환경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그런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실력이 있다면 그런 막장 업체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 뿐입니다.
논란이 된 '애사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이미 진행 중인 논쟁에 끼어든 것이 아니었다면 저는 '애사심' 같이 많은 개발자들에게 거의 조건반사적 반감을 유발할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썼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어 선택에 따라 주장의 본질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사심'을 가지라는 건 막장 인력 업체에 가서도 돈도 받지 않고 야근에 주말 근무하면서 충성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만 몇 번을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꾸준히 주장을 곡해해서 대뜸 공격적 반응을 하는 분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뭐 한 번 더 이야기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어쨌건, 제가 말하는 '애사심'이란 하는 일에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가능하면 능동적으로 프로세스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 뿐입니다.
지금 일하는 직장이 그런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능력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충분히 능력이 높아졌으면 보다 나은 환경을 보장하는 직장으로 옮기면 됩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느니 대기업의 횡포가 어떻느니 목소리가 큰 개발자가 무섭다고 좋은 대우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회사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 만큼의 보상을 지불할 뿐입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보아도 개발자 만큼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나는 직종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력에 따라 개발자간 생산성은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흔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심지어 10,000 배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50% 쯤 더 지불하고라도 100% 이상의 높은 이윤을 가져오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오직 국내 환경에서는 아직까지 개발자 능력의 차이, 혹은 이를 반증하는 산출물의 품질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개발자 능력과 이윤의 상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뿐입니다.
이러한 능력/품질 지표의 유무 여부는 외국과 국내의 개발자에 대한 대우를 차별화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무슨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특별히 신자유주의에라도 오염 되서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면, 그러한 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라도 능동적으로 사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현격한 생산성 차이를 보이거나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보인다면 어느 정도 그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설사 그러한 보상을 주지 않는 회사라도 그런 능력이 있는 개발자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있지만, 그냥 '중급 개발자'는 어디에 가도 '중급 개발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짜 그런 보상을 하는 회사는 단가만 보고 사람을 뽑지도 않습니다.
실리를 떠나서 생각해도 회사가 직원을 기계 부속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만이라면 직원도 회사를 돈 나오는 기계 쯤으로 취급하면 안될 것입니다. 구글 같이 성공한 IT기업들은 보통 능동적이고 뛰어난 개발자들이 자발적 동기부여를 통해 사내의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들어 갑니다.
옥히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IT 업계의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것은 이상적으로 모든 회사를 구글처럼 만들기 위한 것이 되어야지 모든 개발자가 '48세 650만원'이나 '사내하청 노동자' 따위를 내세우도록 하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SI 개발은 원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장표'만 찍을 줄 알면 더 배울 것도 없고, 2-3년만 지나면 누구나 실력도 비슷하고, 나보다 특출나게 능력있는 개발자도 없고 특별하게 대우 받는 개발자도 없을 거라고 자위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야 말로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후배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건설적 대안보다 밑도 끝도 없는 푸념, 패배주의, 자조만 넘치는 것이고 기술 면접 같은 건 기분 나빠서 못보겠다느니 개발자 대신 의사 변호사처럼 '개발사'로 불러야 한다느니 하는 택도 없는 자존심을 방어적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그러다 보니 제가 무슨 의도로 무슨 주장을 하건 무조건 "그래서 니가 얼마나 잘났냐?"를 윽박 지르는 따위의 반응이 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이젠 아예 변희재 같은 부류까지 꼬이는 것을 보니 그냥 이쯤에서 활동을 접고 또 제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번에도 도저히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냥 서로 무시하자고 했더니 혼자서 끝까지 저 욕하는 내용으로 총평이니 분석이니 거의 스무개쯤 북치고 장구치는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아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같은 사람이 같은 짓을 하니 더 이상 같은 수준에서 상대해봐야 저로서도 소모적이고 보는 사람들도 짜증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말 다한 제가 이쯤에서 접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뭐 저는 피곤하고 남들한테 미안해서 접는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고, 누구는 잘난척하더니 삐져서 도망간다고 승리를 자축하면 될 일이겠죠. 애초에 남이야 자기들끼리 '개발사'라고 자위를 하건 '사내하청 노동자'라고 자조를 하건 굳이 듣기 싫은 이야기 해가면서 끼어들 필요는 없기도 했습니다만... ㅎㅎ
여튼 어차피 한동안 활동도 안하다가 구인글 올리려니 인력업체라도 된 것 같이 뻘쭘하기도 해서 최근에 나온 이야기 중 같은 개발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전 글에서 적었듯이, 저는 이 곳에서 매일 같이 성토되는 국내 IT업계의 문제점들 중 대부분이 프로젝트 수행시 이익이 산출물의 품질이 아닌 인건비 차액을 통해 발생하는 왜곡된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과물의 품질을 보증하고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계측할 수 있는 감리 프로세스가 크게 강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된다면 개발자들은 단순 경력으로만 소고기처럼 '등급'별로 분류되는 대신 실제 능력에 따라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문제는 이곳의 많은 개발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IT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그 중 상당수는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방향과 정반대로 오히려 현실을 고착시키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개발 업무가 전문성을 요하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으면 낮을수록 개발자는 인건비 시세에 따라 마치 인력시장의 단순 노무직처럼 대우 받게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는 시각에는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아무나 할 수 있고 하려는 사람이 많은 직업이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새누리당 대신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이고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똑같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일은 현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없다고 강변하고, 개발자는 장인정신이든 전문성 재고든 다 필요 없고 돈만 따라가면 된다고 주장하면 결국 그건 개발자는 영원히 단순 노동자 취급당하는 현실을 고착화 시키겠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마 여기서 개발자 실력 운운하는 대신 뭐 개발자들이 단결을 해야 하고 정부든 대기업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 박수는 많이 받을 겁니다.
물론 개발자들이 뭉쳐서 부당한 관행을 일삼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 중 말 대신 행동으로 뭘 하는 경우는 극소수니 실제로 개발자들이 뭉쳐서 싸우든 이기든 할 일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만,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얻는 것은 부당한 야근 강요나 임금 체불 같은 관행이 개선된다는 것이지, 결코 앞서 말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개발자들 임금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개발자들 인건비는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개발자 간에 경력 이외에 차별요소가 없다면 공급은 언제나 넘쳐나니까요. 넘쳐나게 공급되는 상품을 시장 가격보다 높은 비용을 주고 구매할 바보는 없습니다.
야근을 법으로 금지한다? 당연히 해야죠. 근데 야근만 금지하면 아마 그걸로 늘어나는 프로젝트 비용 만큼 개발자 단가가 떨어질 것입니다.
요컨대 별 다른 자격 기준 없이 입문해서 년차만 차면 누구나 엇비슷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노조나 협회가 뭘하든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그런 단체가 택할 수 있는 딱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건 인위적으로 진입장벽을 크게 높여서 철밥통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예컨대 개발자가 되려면 개발자 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한다던가 하는 따위의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개발업종에서는 실현하기도 불가능한지 이야기 안해도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결국 개발자가 대우 받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가진 일반인과 차별되는 속성인 개발 능력이 그 만큼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구조적으로는 앞서 말한 감리 프로세스 등이 강화되고 단순 인력업체 대신 개발 과정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SI업체 등이 자리를 잡아야하며, 개발자 개인은 자신의 전문성을 재고하기 위해 개발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산출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렇게 전문가 마인드나 장인정신을 가진다고 당장 지금 근무하는 막장 인력 업체에서 억대 연봉이라도 안겨줄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대신,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고 개발자가 대우 받는 환경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그런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실력이 있다면 그런 막장 업체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 뿐입니다.
논란이 된 '애사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이미 진행 중인 논쟁에 끼어든 것이 아니었다면 저는 '애사심' 같이 많은 개발자들에게 거의 조건반사적 반감을 유발할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썼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어 선택에 따라 주장의 본질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사심'을 가지라는 건 막장 인력 업체에 가서도 돈도 받지 않고 야근에 주말 근무하면서 충성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만 몇 번을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꾸준히 주장을 곡해해서 대뜸 공격적 반응을 하는 분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뭐 한 번 더 이야기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어쨌건, 제가 말하는 '애사심'이란 하는 일에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가능하면 능동적으로 프로세스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 뿐입니다.
지금 일하는 직장이 그런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능력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충분히 능력이 높아졌으면 보다 나은 환경을 보장하는 직장으로 옮기면 됩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느니 대기업의 횡포가 어떻느니 목소리가 큰 개발자가 무섭다고 좋은 대우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회사의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 만큼의 보상을 지불할 뿐입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보아도 개발자 만큼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나는 직종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력에 따라 개발자간 생산성은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흔하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심지어 10,000 배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50% 쯤 더 지불하고라도 100% 이상의 높은 이윤을 가져오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오직 국내 환경에서는 아직까지 개발자 능력의 차이, 혹은 이를 반증하는 산출물의 품질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개발자 능력과 이윤의 상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뿐입니다.
이러한 능력/품질 지표의 유무 여부는 외국과 국내의 개발자에 대한 대우를 차별화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무슨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특별히 신자유주의에라도 오염 되서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면, 그러한 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라도 능동적으로 사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현격한 생산성 차이를 보이거나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보인다면 어느 정도 그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설사 그러한 보상을 주지 않는 회사라도 그런 능력이 있는 개발자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있지만, 그냥 '중급 개발자'는 어디에 가도 '중급 개발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짜 그런 보상을 하는 회사는 단가만 보고 사람을 뽑지도 않습니다.
실리를 떠나서 생각해도 회사가 직원을 기계 부속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만이라면 직원도 회사를 돈 나오는 기계 쯤으로 취급하면 안될 것입니다. 구글 같이 성공한 IT기업들은 보통 능동적이고 뛰어난 개발자들이 자발적 동기부여를 통해 사내의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들어 갑니다.
옥히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IT 업계의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것은 이상적으로 모든 회사를 구글처럼 만들기 위한 것이 되어야지 모든 개발자가 '48세 650만원'이나 '사내하청 노동자' 따위를 내세우도록 하기 위함은 아닐 것입니다.
SI 개발은 원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장표'만 찍을 줄 알면 더 배울 것도 없고, 2-3년만 지나면 누구나 실력도 비슷하고, 나보다 특출나게 능력있는 개발자도 없고 특별하게 대우 받는 개발자도 없을 거라고 자위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야 말로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후배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건설적 대안보다 밑도 끝도 없는 푸념, 패배주의, 자조만 넘치는 것이고 기술 면접 같은 건 기분 나빠서 못보겠다느니 개발자 대신 의사 변호사처럼 '개발사'로 불러야 한다느니 하는 택도 없는 자존심을 방어적으로 내세우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그러다 보니 제가 무슨 의도로 무슨 주장을 하건 무조건 "그래서 니가 얼마나 잘났냐?"를 윽박 지르는 따위의 반응이 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이젠 아예 변희재 같은 부류까지 꼬이는 것을 보니 그냥 이쯤에서 활동을 접고 또 제 자신의 일에 충실하게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번에도 도저히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냥 서로 무시하자고 했더니 혼자서 끝까지 저 욕하는 내용으로 총평이니 분석이니 거의 스무개쯤 북치고 장구치는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아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같은 사람이 같은 짓을 하니 더 이상 같은 수준에서 상대해봐야 저로서도 소모적이고 보는 사람들도 짜증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하고 싶은 말 다한 제가 이쯤에서 접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뭐 저는 피곤하고 남들한테 미안해서 접는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고, 누구는 잘난척하더니 삐져서 도망간다고 승리를 자축하면 될 일이겠죠. 애초에 남이야 자기들끼리 '개발사'라고 자위를 하건 '사내하청 노동자'라고 자조를 하건 굳이 듣기 싫은 이야기 해가면서 끼어들 필요는 없기도 했습니다만... ㅎㅎ
여튼 어차피 한동안 활동도 안하다가 구인글 올리려니 인력업체라도 된 것 같이 뻘쭘하기도 해서 최근에 나온 이야기 중 같은 개발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 부분들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