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개발자는 치킨집 말고 다른 길이 없을까?
나이 많은 개발자는 "피터의 법칙" 처럼 어느 순간 더는 개발자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생존을 위해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 또는 관리/영업 등의 생소한 분야로 전직을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다!" 입니다.
50 가까운 개발자가 치킨집을 외면하고 아직도 이렇게 개발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저의 경험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저는 사실 막걸리님과 나이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흔히들 얘기 하듯이 "언젠가 나도 치킨집을 차려야 하나?" 하는 생각 안해도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해오던 S/W 개발 경력이 장점이 되어 계속 개발 일을 하면서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는 시대 말입니다.
어느날 저는 20년 넘는 개발자 생활을 정리하고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더구나 비정규직이라 직장에 대한 애착도 별로 없었습니다.
3~4년전 저도 40대 중반의 개발자로서 "언제까지 계속 개발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몇년후 나도 치킨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라는 생각에 많은 날들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뭔가를 잘 할 자신이 없더군요.. 실패할 확율이 훨씬 높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고민의 시간이 계속돼던 어느날 주위를 보니 스맛폰이다 앱스토어다 하는 말들이 들렸습니다. 삼성 망한다는 얘기도 그? 들렸구요..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스맛폰 앱 개발 시작할때 주위분들, 여기 옥희같은 개발자 커뮤니티 대다수 분들 의견이 모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미 앱이 나올건 다 나와서 새로 만들게 별로 없는 레드 오션이다." 라는 거지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레드 오션이라서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거니까요.
그때부터 혼자 틈틈이 아이폰 개발관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이폰4도 그때 구입했습니다. 몇달 후 큰 기대 안하고 그저 용돈 정도만 벌 생각으로 취미 비슷하게 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사내하청 비정규직 개발자로 일하며 밤에는 스맛폰 앱 개발을 겸하는 주말없는 조금은 피곤하지만 새로운 열정적인 생활을 약 2년 정도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한달 수익이 1만원도 안됐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앱 판매 수익이 점점 늘어서 이까짓 몇푼 안돼는 월급 아니라도 얼마든지 전업으로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익이 늘어 나더군요. 한때는 앱 판매수익 보고서 보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저는 월 600만원이 푼돈이라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말 그대로 깨달음이 왔습니다. 돈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월급자 입장에서는 결고 적지않은 돈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벌거나 자본가 입장에서는 정말 푼돈이더군요..
그후 어느날 아예 주업을 그만두고 전업 개발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현재는 내일을 걱정하며 월급만 바라보는 나이많은 개발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서비스를 개선하여 좀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가?", "새로운 서비스 기획" 등을 고민하는 오너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수익은 계속 증가 추세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여유를 느낍니다. 하지만 전업 개발자가 처음 생각처럼 꼭 좋은점만 있는게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단점도 좀 있더군요..
암튼 일반 사용자용 S/W를 개발하는 전업 1인 개발자의 장단점을 정리하면..
[장점]
- 모든 수입을 혼자 먹다 보니 프리랜서 고급단가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익. (앱이 어느 정도 성공해야 겠죠^^)
- 직접 수백만명 이상의 사용자와 피드백을 통한 S/W 개선으로 내가 만든 서비스 진화를 경험. (일반 업무용 S/W 사용자는 기껏해야 수천명이죠..)
- 내가 창조하는 S/W의 경제적 가치가 단순하게 등급 단가와 투입 MM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해서 그 수십, 수백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 할 수도 있다는 점. (경제적 가치와 비례해서 그 이상의 자부심도 느낌니다)
- 혼자하니 따로 의사 소통이 필요 없슴. (이거 개발자들이 많이 느끼는 부담중 하나지요)
- 스스로 좀 여유있게 일정을 잡고 천천히 사색하면서 개발하기, 이러니 오히려 버그도 적고 생산성도 크게 차이가 안나더군요.
- 운동, 여행 등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있네요.
(코딩하다 머리가 과열되면 바로 산으로 달려가도 아무도 뭐라 안함)
- 팀이 아니라 혼자라서 기획, 개발, 테스트, 배포, 마켓팅을 모두 해보니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하여 좀 더 다양하고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글로벌한 면까지)
[단점]
- 모든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점심 식사도..
(아주 사소한 이미지 자르기 같은 삽질도 모두 직접 해야 함)
- 가끔 동료가 없어서 외로움을 느낌.
(하지만 비정규직을 좀 오래하다 보니 이 부분은 이미 단련이 좀 되어 있더군요)
- 일정에 대해 아무도 터치 안하니 자기 스스로 일정을 관리해야 함 (드라이브가 잘 안걸림)
- 일과 집을 분리하기가 좀 힘듬
- 우물안 개구리가 되가는 느낌? (개발자가 많이 모이는 동호회 뭐 없을까요? 여긴 지방이라 ㅠㅠ)
혹시 미래를 걱정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