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개표를 보고
어제 19대 총선 개표상황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허탈하고, 씀쓸하다. 저녁도 먹지 않았다.
내가 이토록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적은 처음 있다. 나의 사상을 바꾼 계기는 나꼼수를 비롯한 대안 미디어, SNS의 영향이 컸다. 조중동에서 주장하는 사건에 대한 실체를 그들이 논리적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반박하는 게 맘에 들었다. 또한 기존에 내가 모르고 있던 그들(수구 꼴통 세력)의 깊숙한 세상을 알게 되었고, 그걸 이전까지 몰랐던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아까운 데이터 요금을 써가며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확인했고, 여러 지인들에게 투표를 권유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내 뜻과 달랐다.
어제 아침에 투표를 하는데, 내 앞에 두 분 할머니들이 1번에다 기표한 투표지를 보았다. 줄선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전철을 타고 오는데 20대 젊은 사람의 전화 통화 내용이 들렸다.
"친구가 투표하라고 전화 왔잖아, 아 씨바 귀찮게, 짜증나서 안할 라고"
전철을 내려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일장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조건 1번만 찍으면 되. 반값등록금 다 미친 소리야. 인천을 봐봐. 공무원들 월급 못줘서 난리잖아. 나라 곳간이 텅 비었는데 무슨 복지야!"
어버이연합을 실제로 보는 듯 했다. 인천시가 재정이 어려운건 전입 시장이한 전시행정의 상징 자전거 도로에다 소녀시대 밖에 기억나지 않는 도시축전에다 철거를 걱정해야 될 은하레일 또 막대한 경기장 건설비용을 걱정해야 될 아시안게임 유치 때문입니다. 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복지란 개념은 시혜였지만 이제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합니다. 보편적 복지는 개인에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4대강 예산을 복지로 사용했으면 국립대학교 반값등록금, 노령연금, 보육수당 등을 해결 하고도 남습니다. 그렇게 해서 할아버지 자신도 그들에 피해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나 자체도 철옹성 같은 믿음을 가졌다. 진보가 이긴다는 믿음. 조종동 기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트위터 팔로우도 진보색을 띄는 사람들만 있었다. 매일같이 대안 미디어를 접했고, 꼭 우리가 이길 것만 같았다. 보수라고 자처하는 수구 꼴통 세력의 부패를 논하지 않더라도 정책만 가지고 판단한다 해도 진보가 나아갈 명분은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