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마다 꼭 최종 검수를 해주려는 사람이 있쪄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내 판단을 승인받는 절차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여.
내가 어떤 일을 직접 해봤고
왜 나와 맞지 않았는지
그래서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고 설명해도
그 경험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 봐여.
일단 본인이 생각한 답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내가 납득하지 않으면 새로운 문제점을 찾아서
계속 수정 요청을 주더라구여ㅎㅎ
분명 처음에는 가벼운 의견 교환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인생이 검수 대기 상태가 되어 있쪄.
“나는 이런 경험을 해서 이렇게 판단했다”는 말도
의사결정 결과가 아니라
추가 지도가 필요한 중간 답안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여.
의견이 다른 건 아무 문제가 없어여.
근데 상대가 직접 경험해보고 내린 판단까지
자기 기준으로 계속 재채점하려 들면
그때부터는 대화가 아니라
한쪽만 모르는 멘토링 시간이 되는 것 같아여.
특히 원래 이야기하던 내용으로는 설득이 안 되면
갑자기 다른 위험요소를 하나 가져와서
결국 본인 결론이 맞았던 것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참 신기해여.
논점은 이동했는데
정답자는 계속 같은 사람이더라구여ㅎㅎ
아무래도 어떤 분들은
살아온 시간이 조금 더 길거나
무언가를 조금 더 배웠다는 이유로
타인의 경험 위에 최종 결재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여.
근데 사람마다 이미 겪어본 것도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나 원하는 결과도 다른데
본인에게 맞았던 기준을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운영정책처럼 배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여.
그러고는 가끔
왜 팀에서 자신에게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안 해주고
왜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빠지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여.
본인은 IT팀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대화가 열릴 때마다 상대방 인생에 코드리뷰를 달고
승인 요청도 없는데 반려 사유부터 작성하면
사람들이 멀어진 게 아니라
불필요한 알림을 각자 음소거한 것에 가까울 수도 있쪄ㅎㅎ
저도 처음에는 제 판단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여.
근데 설명을 많이 할수록
검토할 자료만 더 제공하게 되는 관계도 있더라구여.
그래서 요즘은 결론이 단순해졌어여.
모든 사람에게
내 계획과 생각을 자세히 공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
어떤 관계는 필요한 이야기까지만 나누는 게
서로에게 가장 평화로운 운영 방식인 것 같아여.
대화에도 권한관리와 알림 설정이 필요하더라구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