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획서 잘 쓰는 PM”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WS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왔습니다.
아마존은 원래 PRFAQ 문화로 유명합니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상의 보도자료와 FAQ를 먼저 쓰고, 고객 문제와 제품 방향을 문서로 끝까지 정리한 뒤 개발에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AI 코딩 도구가 발전하면서 이 방식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6페이지짜리 기획서를 먼저 쓰는 것보다, AI 툴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더 빠르고 명확한 상황이 생긴 겁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PM도 코딩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얘기는 이겁니다.
기획, 개발, 디자인, 관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PM이 문서를 쓰고, 디자이너가 화면을 만들고, 개발자가 구현하고, 관리자가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 사람이 AI 툴을 들고 아이디어를 화면으로 만들고, 흐름을 검증하고, 고객 반응까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채용 기준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 채용공고를 보면 아직도 너무 똑같습니다.
JavaScript 1년 이상.
React 경험 우대.
AWS 경험 우대.
Jira 사용 경험 우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런 문장은 대부분 회사의 실제 문제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회사가 쓰니까 따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 채용공고에서 본 기준을 스타트업이 그대로 가져오고, 정작 자기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제대로 정의하지 못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람과 큰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다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깔끔한 역할 분담보다 문제를 앞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획서가 없어도 고객 문제를 이해하고, 완벽한 디자인이 없어도 흐름을 잡고, 명확한 티켓이 없어도 일단 작동하는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성장한 회사는 안정성, 품질, 운영, 리팩토링, 프로세스 정리가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채용공고는 둘 다 똑같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AI 시대에는 “무슨 직무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실행력을 내는 사람이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PM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강한 PM은 Jira 티켓을 잘게 쪼개는 사람이 아니라, 모호한 문제를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바꾸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강한 개발자는 특정 기술 이름을 많이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활용해서 빠르게 실험하고, 품질 기준을 세우고, 테스트 가능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채용에서 봐야 할 건 경력 연차가 아니라 작업 방식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가.
끝까지 완성하는가.
안정적으로 반복하는가.
모호한 문제를 구조화하는가.
기획과 구현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가.
AI를 써서 결과물을 만드는가, 아니면 그냥 툴 이름만 아는가.
채용공고가 아직도 “React 우대, AWS 우대, Jira 우대”에서 멈춰 있다면, 그 회사는 AI 시대의 인재를 뽑고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의 직무표를 복사하고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