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견적 넣다가 깨달은 것: 문제는 내 코딩 실력이 아니었다
외주 하시는 분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간단한 거예요"라던 의뢰가 개발 중에 슬금슬금 불어나서, 결국 견적의 두세 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 저는
최근에 또 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빡쳐서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의뢰는 늘 이렇게 온다
이번 건은 "병원 AI 상담 + 예약 전환 시스템" 이었습니다. 받은 설명은 사실상 몇 줄이었어요.
▎ "카카오톡이랑 전화로 들어오는 환자 문의를 AI가 받아서, 증상 보고 진료과 추천해주고, 예약까지 연결해주는 거요.
▎ 상담원들이 너무 힘들어해서요."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죠. 그런데 견적을 내려고 앉으면 그때부터 질문이 쏟아집니다.
- 전화 연동은 어떻게? STT는 무슨 솔루션? 음성 원본 저장하나?
- 미등록 환자는 어떻게 식별? 카톡 ID랑 환자 정보 매핑은?
- CRM은 뭘 쓰고 API는 있나? 예약 시스템은?
- AI 학습 데이터는 있나? 정확도 목표는? 하루 몇 건?
고객은 "카톡 400건, 전화 150건, 상담원 6명"까지만 알려줬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제 머릿속 가정이었어요. 그리고 외주가
터지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 안 정해진 걸 정해진 셈 치고 견적을 넣는 순간.
요즘은 이게 더 위험해졌다
예전엔 가정이 틀려도 제가 코드를 갈아엎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Cursor, Claude Code한테 시키잖아요. 얘들은
모호하게 시키면 모호한 부분을 자기 멋대로 추측해서 만들어옵니다. 그럴듯하게. 그리고 그게 틀렸다는 걸 한참 뒤에 알게
되죠.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내 병목은 코딩이 아니라, "뭘 만들지를 못 박는 단계"였다. 이 단계가 비어 있으니 AI가 빈칸을
추측으로 채우고, 저는 그 추측을 디버깅하느라 시간을 날린 거예요.
그래서 만든 것
모호한 의뢰를 넣으면 5W2H(누가/무엇/언제/어디서/왜/어떻게/규모)로 자동 분해하는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분해가
아니라 '무엇이 아직 안 정해졌는지'를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각 항목을 세 가지로 색칠합니다.
- 🟩 명시됨 — 고객이 실제로 말한 것
- 🟨 AI 추정 — 합리적 추측 (검증 필요)
- 🟥 미정 — 아무도 안 정한 것 →고객에게 물어야 함
그 몇 줄짜리 의뢰를 넣었더니 26개 작업으로 펼쳐지고, 빨간 칸(미정)마다 "고객에게 물을 질문"이 자동으로 달렸습니다. "AI
상담 전환은 하루 몇 건 예상하시나요?" 같은. 제가 견적 전에 물었어야 할 바로 그 질문들이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 트리를 **Claude Code에 바로 붙여넣을 작업별 개발 프롬프트 + 프로젝트 공통
헌장(스택·데이터모델·규약)**으로내보냅니다. 26개 프롬프트가 전부 같은 헌장을 참조하니까, "이 모듈은 PostgreSQL인데
저 모듈은 갑자기 MongoDB"같은 충돌이 안 생기더라고요.
솔직한 회고
자랑만 하면 안 믿으실 테니 못난 부분도 적습니다.
- 정량 항목(규모·정확도·전환율)은고객이 안 알려주면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도구가 질문은 만들어주지만 답을 대신 못
해주죠. 그래서 "이거 확정 안 하면 견적 못 냅니다"를 고객에게 들이밀 근거로 쓰는 게 현실적인 용법이었습니다.
- 긴 출력이 가끔 잘리고, 줄바꿈이 깨지는 버그도 있었어요. (이번 주에 고쳤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추측으로 메꿀 양이 확 줄었다는 것입니다. 전엔 가정 70%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모르는 걸 빨갛게
격리하고 시작합니다.
베타 같이 해보실 분
지금 외주/SI 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무료 베타를 돌리고 있습니다. 본인 Gemini 키만 있으면 바로 쓸 수 있고요. 실제 받으신
모호한 의뢰 하나 넣어보고 "빨간 칸"이 몇 개 뜨는지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제 건 11개였습니다.)
👉 https://chic-croissant-b10e9f.netlify.app/
혹시 외주 견적 호구당한 경험 있으면 댓글로 풀어주세요. 저만 당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