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업으로 가는 삼전 노조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에서는 파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입니다.
헌법만 놓고 보면 세상에 이렇게 노동권 보장된 나라가 없지만, 그 밑에 법률과 시행령으로 내려가면 미시적으로 파업 못하게 제약하고 노조의 힘을 빼거나 회유할 수 있는 온갖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맘에 안 든다고 곧바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체교섭이라고 사용자측과 대화를 갖는 기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회사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회사편에 서서 싸워주는 지원 세력이 많아서 보통은 시간을 질질 끌자 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교섭하라고 만든 시간에 사측은 노조를 포섭하는 짓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중간중간 뒤통수 때리고 한 몫 단단히 챙겨서 노조 나가는 양아치들도 꽤 많죠.
이래서 보통은 단체교섭이 결렬됩니다.
자, 이제 파업할 수 있냐?
못 합니다.
이번에는 노동부 산하의 노동위원회가 심판 비스무리한 중재자 역할을 해서 다시 조정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표면적으로는 양쪽의 요구사항을 받아서 중재안을 만들고 설득하는 건데, 지난 수십년 간 회사편에 서서 노조 겁박하는 식으로 기능해왔습니다. 심판이 편파 판정 해왔다고 보면 됩니다.
이 단계 쯤이면 신문에서는 시민불편, 수험생 불편, 출근길 대란 등과 같이 파업 악마화하는 기사가 충분히 쏟아져 있고, 이런 분위기가 노조를 자극, 더욱 강경한 태도를 부추깁니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감정 싸움, 악감정만 남습니다.
드디어 중재 역시 실패하고 파업으로 갈거냐?
아직 안 됨.
이번에는 투표로 과반을 넘어야 합니다. 근데 이게 또 골 때리는 게 참여한 투표의 과반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과반을 넘어야 합니다.
국회에서는 의원 300명 중에 200명이 참여해서 과반이 넘으면 다수결이 성립되는데, 노조는 무조건 300명 중에 150명 이상이어야 하는 식.
이 단계에서 이미 신문에서는 이기적인 새끼들, 일 안 하는 새끼들, 노조 초치고,
회사에서는 조합원들 회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 요새는 어디 출장 보내서 투표 못 하게 방해하는 일이 없나 모르겠습니다.
이거 다 뚫고 간신히 과반 넘기면 드디어 파업이 시작되는데, 이게 또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이거는 필수 시설이다 뭐다 인력이 남아서 시설을 유지해야 합니다. 노조가 안 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회사가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요번에 말 나온 긴급조정권입니다.
위에 언급한 절차 중에 하나라도 어겼다?
불법파업으로 규정되고 노조 지휘부는 어김없이 구속됐었습니다. 지금은 정권 바껴서 그나마 저 정도인거지, 뭐라도 하나 꼬투리 잡히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하고 영장도 자판기처럼 누르는대로 나와버립니다.
유일한 예외가 의사파업이었습니다.
당시 파업 투표에서 49% 조금 넘어서 파업 부결됐는데 이걸 재투표해서 50% 를 넘겼고, 이걸로 파업 시작했었죠.
민주노총이 이랬으면 지휘부 다 구속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노조를 하면 예수도 악감정만 남아서 강경파가 됩니다.
단체교섭 초반에 회사측이 빈손으로 설렁설렁 와서 협상 하는 둥 마는 둥 이런 태도는 신문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반대로 노조가 한마디 잘못 내뱉으면 따옴표 쳐서 엄청나게 기사 뽑고 조리돌림함.
그래서 어느 대기업이나 노조 지휘부는 강경파만 남습니다. 좋게좋게 대화로 하자, 요런 태도로 회사와 마주 앉으면 100% 뒤통수 맞습니다.
단체교섭 결렬됐을 때 이거는 파업으로 가겠구나 짐작했음. 그 이후부터는 서로 명분 쌓는 빌드업에 불과합니다. 주식 보며 가슴 졸일 필요가 없죠.
하지만 주변 환경이 노조에 적대적이기 때문에 결국은 노조가 불리한 싸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