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 소설] 5. 엑셀로 하세요
5-1장: 엑셀로 하세요
재무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커밋 이후 한 달이 지나도 재무팀의 정산 요청은 계속 밀려왔고, 문 수석의 대답은 매번 같았다.
"그 건은 엑셀로 처리해주세요."
최윤석 팀장은 더 이상 문 수석의 자리로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대표실로 올라갔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무팀은 지금 매달 수작업으로 정산 차액을 맞추고 있습니다. IT 회사에서 엑셀로 재무를 보고 있어요. 성 부장님 때는 요청하면 당일에 끝났습니다. 지금은 요청해도 '엑셀로 하라'는 말만 돌아옵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대표는 팔짱을 끼고 최 팀장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최 팀장, 결제 쪽 CS 민원이 요새 몇 건이나 들어오는지 알아?"
최 팀장이 멈칫했다.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
"0건이야. 석 달째."
최 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0건이 가지는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대표가 말을 이었다.
"문 수석이 정산은 아직 작업 중이라고 했어. 미안하지만 기다려줘."
최 팀장은 고개를 숙이고 대표실을 나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내려갔다.
---
5-2장: 이번에도 엑셀인가요?
다음 달에도 최 팀장은 문 수석을 찾았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이번 달도 엑셀입니까?"
"네. 정산 상태 머신 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최 팀장은 한숨을 내쉬고 돌아갔다.
세 번째 달이 되자 재무팀에서 변화가 생겼다. 최 팀장이 문 수석을 찾아오는 대신,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수석님, 다음 달 정산 마감 일정이 15일입니다. 반영해야 할 건이 있어서 미리 드립니다."
문 수석은 답했다. "확인했습니다. 검토 후 일정 회신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문 수석의 답이 왔다. "정산 할인 적용 로직 변경, 13일까지 완료 가능합니다. 테스트 포함입니다."
최 팀장은 그 일정에 맞춰 재무팀 내부 마감을 조정했다. 13일, 문 수석의 커밋이 올라왔다. 최 팀장이 검증했다. 숫자가 맞았다.
네 번째 달, 최 팀장의 메시지는 더 빨라졌다. 마감 3주 전에 요청이 왔다.
"수석님, 다음 달 건입니다. 이번엔 세금 계산 기준이 바뀌어서 좀 큰 건입니다."
"5일 필요합니다. 8일까지 완료하겠습니다."
8일, 커밋이 올라왔다. 숫자가 맞았다.
최 팀장은 어느 순간부터 문 수석에게 요청을 보내기 전에 마감일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요청하면 검토가 오고, 검토에 일정이 붙고, 일정대로 결과가 나왔다. 매번. 재무팀은 더 이상 당일에 뛰어오지 않았다.
---
5-3장: 우리한텐 왜 그랬던 거지
우진은 그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석 달 전에 "머신인가 미신 같은 타령"이라며 사무실을 뒤집어놓던 최 팀장이, 지금은 메신저로 조용히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우진은 씁쓸했다. 우리한테는 당장 내일까지 하라고 윽박지르더니, 문 수석한테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나도 똑같이 기다려달라고 했다. 정중하게 사유까지 설명했다. 그런데 우리한텐 왜 그랬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