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LLM 글들을 싫어하는가?
source https://idiallo.com/blog/why-we-hate-llm-articles
작년에는 스스로에게 꽤 무리한 목표를 줬음. 1년 동안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쓰고 발행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임. 수년 동안 쌓아둔 주제도 많았고, 이제는 다시 블로그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열몇 편쯤 쓰고 나니 더는 감당이 안 됐음. 지금 생각하면 대체 무슨 생각이었나 싶음. 1년에 180편은 너무 많았고, 결국 2024년에 실제로 쓴 글은 겨우 4편뿐이었음. 그러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기술이 눈에 들어왔고, 이걸 써서 내 목표를 대신 달성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음.

Mo Samuels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음? 아마 대부분은 없을 것임. 하지만 Seth Godin이라는 이름은 분명 들어봤을 것임.
Seth Godin은 여러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자 마케팅 업계의 아이콘 같은 인물임. 내게도 꽤 큰 영향을 준 사람인데, 한때는 내가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도록 등을 살짝 떠민 사람이기도 했음. 그래서 나는 그를 깊이 존경했고, 책 “All Marketers Are Liars”를 큰 기대를 안고 집어 들었음. 몇 챕터쯤 읽었을 때, 책에서 이런 문장이 튀어나왔음.
나는 이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음. 표지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고, 책에 담긴 표현도 세미나에서 자주 듣던 그의 말투처럼 느껴졌기 때문임. 도대체 이 문장으로 뭘 말하려는 건가 싶었음.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음.
Seth Godin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Mo Samuels라는 프리랜서 작가가 썼습니다. Godin이 세 페이지짜리 빈약한 아웃라인을 주고 집필을 맡겼습니다.
당연히 황당했음. Mo Samuels가 누구인가. 만약 표지에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면, 나는 애초에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임.
그게 당신을 실망시키나요? 이 책에 담긴 아이디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바뀌나요? Seth가 저에게 1만 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선급금을 가져간 사실이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나요?
아이디어 자체는 달라지지 않음. 하지만 분명 기만적이긴 함. 나는 그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문장으로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샀지 다른 사람의 대필 원고를 읽고 싶어서 산 게 아니기 때문임.
누가 책을 썼는지가 무슨 상관인가요? 결국 글자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당신이 표지에 나온 그 사람이 아니라 Mo라는 사람이 이 책을 썼다는 사실에 꽤 신경 쓰고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사실, 아마 꽤 화가 나 있을 겁니다.
아주 화났음.
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Mo Samuels 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사실 제가 장난친 거죠. 이 책의 모든 글은 제가(Seth Godin) 직접 썼습니다.
만약 그 마지막 문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책을 사고 나서 반품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이 책은 아마 처음으로 반품했을 것임. 우리는 아무 책이나 사지 않음. 이름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고, 나는 바로 그 저자의 통찰을 기대했기 때문임.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냥 배신처럼 느껴졌을 것임.
사람들이 LLM이 생성한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도 정확히 이와 비슷함.
나도 직접 LLM으로 이 블로그 글을 써보기 전까지는 그걸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음. 처음에는 내가 직접 초안을 썼고, 전달하고 싶은 요소도 다 넣었음. 다만 구조가 완전히 말이 되지는 않았고, 이야기 흐름도 기대한 만큼 자연스럽게 수렴하지 않았으며, 전체 페이스도 어딘가 어색했음.
마침 DeepSeek가 오픈 가중치와 오픈소스 코드를 내놓으며 크게 화제가 되고 있었고, 그래서 글 구조를 정리하는 데 한번 써보기로 했음.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음. 흐름은 정돈됐고, 구조는 훨씬 말이 됐으며, 내가 무겁게 쌓아놓은 정보 덩어리는 읽기 쉬운 bullet point로 바뀌어 있었음. 나는 그 결과에 만족했고 거의 곧바로 글을 발행했음.
문제는 그때 내가 중요한 걸 놓쳤다는 점임. 아니면 너무 감탄해서 못 봤다고 하는 편이 맞을 수도 있음. 단지 구성이 다듬어진 게 아니라, 문장 구조 자체가 통째로 다시 써져 있었음.
글을 쓸 때마다 늘 LLM을 사용한 것은 아님. 그래도 한 해 동안 최소 열두 편 정도는 AI 보정이 들어간 글이었음. 발행할 당시에는 다 그럴듯하게 들렸고, 별다른 위화감도 없었음.
문제가 드러난 건 나중에 새 글을 쓰면서 예전 글을 인용하려고 다시 읽었을 때였음. 읽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바로 왔음. 어렴풋이 기억하던 문단이 실제로는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들렸기 때문임. 내가 평소 절대 쓰지 않을 단어들이 잔뜩 들어 있었고, 그때는 영리하다고 생각했던 농담도 지금 다시 보니 전혀 내 말투가 아니었음. 결국 인용하기 전에 그 글의 몇몇 구간을 다시 써야 했음.
두 번째 문제는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읽을 때 보였음.
비슷한 패턴이 계속 눈에 들어왔음. 목소리도 비슷했고, 표현 방식도 비슷했고, 문장을 굴리는 장치도 거의 같았음.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임.
“It's not just X, but Y.”
“Here's the part I find disturbing.”
“The irony is not lost on me.”
“It is a stark reminder.”
이런 표현들은 내 LLM 보정 글들에만 있는 게 아니었음. 웹 곳곳의 수많은 블로그에도 거의 균등하게 퍼져 있었음. 그쯤 되니 마치 Mo Samuels가 우리 모두의 블로그에 객원 작가로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음.

여기서 핵심은 내가 DeepSeek만 집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임.
ChatGPT, Claude, Gemini까지 전부 마치 “Writing with Mo Samuels”라는 마스터 클래스라도 같이 수강한 것처럼 보였음. 어떤 성격을 프롬프트로 덧씌우든 결국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고, 그 목소리는 웹 전체에 흩어진 영어 문체를 평균 낸 결과물처럼 느껴졌음.
이 블로그 독자들이 특별히 내 고유한 문체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닐 것임.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대단한 문장가도 아님. 그래도 독자들은 Mo의 목소리 정도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함. 내 목표는 독자를 속이는 것이 아님. 여기서 공유하는 이야기와 일 경험이 정말 내가 쓴 것이라는 확신을 독자에게 주고 싶을 뿐임.
그래서 올해는 방향을 조금 바꿨음. 목표도 더 현실적으로 잡았고, 예전에 대충 넘겼던 게으른 AI 글 몇 개를 다시 전부 고쳤음.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쓰고, 블로거들 사이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이 생각을 붙잡아보려 함.
직접 쓸 마음조차 없다면, 왜 누군가 굳이 읽어줘야 하는가?
누가 읽지 않더라도 나는 내 생각을 쓰고 싶음. 나중에 다시 내 글을 찾아 읽었을 때, 거기서 내 목소리를 알아볼 수 있길 바라기 때문임. 그리고 당신이 이 블로그를 읽는 사람이라면, 이 글이 별로일 수도 있고,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수도 있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줬으면 함.
이 글은 내가 쓴 것임.
Mo Samuels가 아니라.
전 LLM 돌리고 너무 어색한 부분만 수정해요. 전 Mo Samuels 인가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