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맞는 회사
긴 취준 기간과 여러 회사 수습, 인턴을 거치고 최근에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벌써 반년 가까이 됐네. 문득 지나온 길이 생각나서 끄적여본다.
첫 번째 회사. 기업 대시보드 개발 수습으로 들어갔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어느 날 사수가 조용히 부르더니 "여기 회사랑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앞서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때는 그게 뭐가 문제인지 잘 몰랐다.
두 번째 회사. 나름 자동화 툴까지 만들면서 기여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자체가 파기됐다. 계약 종료. 허무하더라.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닌데, 그냥 상황이 그랬다.
세 번째 회사. 스타트업 인턴. 여기서는 좀 오래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7년 차 경력직을 영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뭐 어쩌겠나.
나는 원래 '이거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가만히 못 있는 사람이다. 첫 회사에서는 그걸 사수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진행했다가 엄청 혼났다. 그리고 잘렸고. 근데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그냥 두나. 비효율적인 게 보이면 손이 가는 걸 어떡해.
그렇게 이 회사 저 회사 떠돌다가 지금 회사에 왔다. 작은 중소기업인데, 여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가 뭔가 제안하면 팀장님이랑 이사님이 "오 그래, 해봐"라고 해주신다.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했다. 진짜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진짜 된다.
그래서 하나둘 개선하기 시작했다. 근데 하다 보니까 할 게 계속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야근하고 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뭔가 내가 한 게 눈에 보이니까 멈출 수가 없다.
힘들긴 한데, 이상하게 삶이 재밌다. 예전에는 출근이 무서웠는데, 요즘은 안 그렇다. 이게 나랑 맞는 곳을 찾은 건가. 아니면 그냥 지금 컨디션이 좋은 건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