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나를 살렸노라.
내가 개발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어. 개발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고. 지금부터 들려줄 테니 잘 들어봐, 내가 개발자가 된 이야기를, 먼저 1987년, 내가 중1이었던 시대로 돌아가야 해.
나의 아버지는 무뚝뚝하셨어, 그 당시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그렇듯,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셨던 분이었지, 평생 힘든 노동으로 숨 쉴뜸없어 바쁘게 살다 보니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거야, 그러나 표현을 안 해도 언제나 가족을 위해 사셨지,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컴퓨터를 사가지고 오셨어, 아마도 어디에선가 앞으로는 컴퓨터 시대가 올 거라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던 거야,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아니겠어? 그렇게 아버지는 거금을 들여 당시 8bit pc인 msx2를 나에게 선물해 주셨어, 자,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했을 것 같아, 그 어려운 환경에서 그 비싼 pc를 사주셨으니, 아주 물고 빨고 사골을 우려내고, 뼈에 구멍이 뻥뻥 뚫일 때까지 가지고 놀았던 거지.
학창 시절은 그렇게 지났어, 그리고 대학 졸업과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새로운 시대가 열렸던 거야. 바로 IT 버블, 그 당시 웹 개발자 몸값은 하늘을 찔렀고 저인망 그물로 싹싹 긁어 가는 시기라, 자연스럽게 나도 개발자가 된 거야. 개발 말고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던 내가,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신 pc 한 대가,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아, 지금의 내가 된 거야. 아버지가 나를 살렸고, 개발이 나를 살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