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팔이 소년 - 대 AI 시대, 12월의 마지막 밤
대 AI 시대 어느 12월의 마지막 밤.
칼바람이 유리처럼 차갑게 얼굴을 할퀴는 거리에서, 낡은 노트북 가방을 멘 SI 프리랜서 코드팔이소년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혹시… 단가 조정은 없을까요?”
“AI로 대체 가능해서요.”
“이번 건은 내부 인력으로 처리합니다.”
통화는 늘 같은 말로 끝났다.
올해도 프로젝트는 끊겼고, 단가는 내려갔으며, 견적서는 읽히지도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제안서를 뿌렸지만 계약은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기도 애매했다.
월세는 이미 한 달 밀려 있었고, 관리인은 “이번 달까지만”이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들어가 봐야 불 꺼진 원룸과, 자동이체 실패 알림만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에서 노트북 충전기 한쪽을 잃어버렸고,
남은 한쪽은 카페 자리 경쟁에 밀려 급히 이동하다가 누군가 밟고 지나가 버렸다.
이제 배터리는 12%.
소년의 하루와 비슷한 숫자였다.
결국 그는 인적 드문 골목, 와이파이도 잡히지 않는 편의점 앞에 앉았다.
손을 녹이듯 노트북을 켰다.
IDE를 띄웠다.
코드를 한 줄 작성할 때마다,
소년의 머릿속에는 잠깐씩 환영이 나타났다.
AI 이전 시대의 넉넉한 인력 투입 프로젝트,
야근은 많았지만 사람은 있었던 사무실,
“이번 건 네가 주도해봐”라고 말하던 부장님의 얼굴,
그리고 연말에 지급되던, 지금은 전설이 된 성과급.
하지만 빌드가 끝나고 화면이 꺼지면,
환영도 함께 사라졌다.
배터리는 8%.
그때 밤하늘에서 알림 하나가 떨어졌다.
“AI 자동 코드 생성 서비스 출시 안내”
소년은 그 메시지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런 거 뜰 때마다… 누군가는 또 시장에서 사라지는 거겠지.”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배터리를 켰다.
그 순간, 오래전 함께 일하던 부장님이 화면 너머에서 나타났다.
회의실에서 늘 커피를 들고 있던,
“야, SI도 사람 사는 데야”라고 말하던 그 부장님이었다.
소년은 화면을 붙잡듯 노트북을 끌어안았다.
배터리가 닳아가는 줄 알면서도,
남은 힘을 다 써서 로그를 열고, 커밋을 올리고, 코드를 정리했다.
“부장님, 부장님!
제발 절 두고 가지 마세요.
저도 데려가 주세요.”
배터리는 1%.
부장님은 화면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손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전원이 꺼졌다.
다음 날 아침,
편의점 앞에서 밤을 새운 한 프리랜서가 발견됐다.
노트북은 꺼져 있었고,
깃 저장소에는 새벽 3시 마지막 커밋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요즘 SI 너무 힘들다더라.”
“AI 때문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저렇게까지 될 줄은…”
하지만 아무도,
그가 왜 마지막 커밋 메시지에feat: finally rest
라고 남겼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이상하게도,
조금 편안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