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판을 두드린다...#2(상)
첫날부터 정신 상태가 좀 느슨하네?
긴장 좀 해~
한국을 떠나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분명 눈물을 보이실 것 같아서
차라리 나오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배웅을 나가겠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단 한 번도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오신 적이 없는 분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조금은 의외였다.
공항에서
나를 일본으로 데리고 갈 A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제야
"아, 정말 한국을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전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계셨다.
말이 없는 분이다.
그날의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은
괜히 더 오래 눈에 남았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대한민국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인솔자 A씨에게
먼저 간단히 내 소개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알았다.”
그게 전부였다.
우리는 좌석도 떨어져 있었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상당히 과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우리는 우에노(上野)행 특급 전철을 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간히 들려오는
일본어 안내방송을 듣고 있자니
오히려
여기가 정말 일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눈을 떠보니
A씨였다.
긴장이 풀렸는지
그 사이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A씨는
다른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며
이미 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철문은
이미 열리고 있었고
나도 허겁지겁 급히 따라 내렸다.
그때
A씨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왜 웃으세요?”
라고 묻자 그가 말했다.
“너 뭐 잊어버린 거 없냐?”
그 순간
머릿속이 갑자기 하예졌다.
가방이었다!
짐을 두 개로 나눠 들고 있었는데
하나는 안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전철 선반 위에 올려두었었다.
급하게 내리느라
그걸 그대로 두고 내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 가방 안에
생활비로 가져온
100만 엔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전철은
이미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본 전철의 맨 앞에는 운전사가
맨 뒤에는 조수가 탄다.
그 조수는
문을 여닫고
안내방송을 하며
전철이 역을 벗어날 때까지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나는 뒤에서 두 번째 칸에 타고 있었고
맨 뒷칸의 조수가 보였다.
이미 전철문은
닫히고 있었다.
생각할 틈은 없었다.
그냥 달렸다.
“저기요!”
"저기 저안에 내 가방요. 가방~, 가방이 있다니깐요!"
급할 때는
확실히 한국말이 먼저 나온다.
내 다급한 모습과 손짓을 보고
그 조수는
바로 전철문을 다시 열어 주었다.
서둘러 전철 안으로 뛰어 들어가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나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무사히 가방을 찾고
나는 그 운전사 조수에게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숨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A씨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첫날부터 정신 상태가 좀 느슨하네?”
“긴장 좀 해~”
그 말만 남기고
그는 먼저 걸어갔다.
아~ 정말 뒷통수를 한방
날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