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코딩하다:’나’를 깎는 시간
어쩌면 다른 게시글에 있던 내용일 수도 있고, 없던 내용도 있을 테지만
프로그램 소개, 개발과정은 이전 게시글로 작성하였으니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3개월간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다뤄보려 합니다.
그래서 뭘 만들었는데?라는게 궁금하신분은
▶ 첫번째 '자기 증명' 부산물 [Gemini와 19일, '터미널'도 모르던 노가다 아재의 Full-Stack AI앱 개발기]
▶ 두번째 '자기 증명' 부산물 [노가다 아재 바이브 코딩체험(EGO 찾기 어플)]
▶ 3개월 간의 개발 과정 [노가다 아재 바이브코딩 3개월, 코딩도 ’노가다'더라]
게시글을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도전은 어쩌면 '나'를 깎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중간중간 내면의 버그와 충돌이 많았지만, 버그픽스 로그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오만]
어찌저찌 처음 19일 동안 어플을 완성했을 때는 신이 났어요.
'터미널'도 모르던 제가 10일 만에 의도대로 작동하는 어플이 완성되었을 때는 '우와 나 재능 있나?'싶었죠
스스로 자제하려 했지만 분명 오만해졌던 것 같아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쉬워 보였어요. 그때는 비전공자와 현업 종사자의 경계가 무너질 것만 같았죠. 하지만 OKKY게시판에 처음 글을 쓴 이후 OKKY 게시판과 다른 분들이 만든 사이드프로젝트 어플들을 구경하다 보니 수준 차이가 현격히 남을 느꼈어요.
그때라도 겸손을 배워야 했는데, 또 다른 오만에 빠졌어요. 지금은 수준 차이가 나더라도 AI와 함께한다면 오래 걸리지 않아 사이드프로젝트 수준은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오만한 생각을 했었어요.
[쉼표]
아무래도 건설업과 철학이라는 도메인 지식이 비교적 유니크해서 그런지 과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완성했다고 이대로 놔둘 게 아니라 완성도를 더 올려봐야겠다 싶었지만, 컴퓨터 앞에 앉을 엄두가 안 났어요. 여기 앉으면 또 새벽까지 하는구나 하고 몸이 거부한 것 같아요.
수면 부족과 과로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서 번아웃이 올 것 같아서 모든 걸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이틀 정도 쉬면서 잠을 좀 자니까 건강이 돌아와 몸이 근질거려서 lite버전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집착]
이후 Lite버전 개발을 시작하면서 당연히 눈만 높아져서 아키텍처는 방대해지고, 복잡해지고, 프롬프트 또한 복잡해졌어요. 모두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그리 쉽지 않더라고요. 역시나 다시 수면시간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 아키텍처 짜고 기술적인 부분을 구현할 때는 엄청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복잡해질수록 버그는 많아지고, 원인 파악도 느리고 OKKY 분들의 도움을 받아 node의 PM2, 논블로킹, REDIS, 백그라운드워커 등 비동기성 확보 등을 구현하고 나니
수많은 순환참조와 운좋아서 안걸렸던 수 많은 버그들이 튀어나와 끝없는 전쟁같이 느껴졌어요.
A를 해결하면 H쯤에서 버그가 나고, 다시 G를 고치면 A부터 맛이 가고 버그의 늪에 빠졌어요.
명절날 가장 크게 느꼈는데, 친척들이 삼삼오오 모여 저녁 먹고 과일 깎아 먹는 중에
무슨 대단한 큰일을 한다고 혼자 골방에 박혀서 짜증 내며 버그와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문득
앞으로 여기 모인 친척들과 나 포함 어쩌면 오늘 본 사람 중 다음 명절에 못 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뭣이 중헌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몰입이 아닌 집착이다. 행복을 유예하면서까지 매달릴 일인가?'
그렇게 명절을 온전히 가족들과 대화하고, 놀러 가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집착을 좀 내려놓았어요.
모두 내려놓고서 온전히 집중하여 살펴보니, 친척들의 소소한 대화에서도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죠.
[좌절]
명절이 지난 후 내가 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한 발짝 멀어져서 살펴볼 수 있었어요.
갑자기 너무 초라해 보였어요.
'결국엔 챗봇아닌가? 과연 이걸로 성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가 써주기나 할까?'라는 고민들과
다른 분들 사이드 프로젝트들 보면서 몇일짜리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못한 것 같은데,
'여기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맞나?', '차라리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Gemini의 Gems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등등
근본적인 동력 자체가 흔들렸어요. 이번엔 마지못해 버그픽스는 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어요.
[수용]
리프레시 여행(싱가포르)을 가서 코딩 관련은 완전히 손도 안 댄 채로 여행만을 온전히 즐겼죠. 거기서 느꼈어요.
바이브 코딩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해 봤어요. 한 명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게 '나'여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돌아오는 길, 비행기에서 최근에 읽었던 명상록의 글귀가 떠올랐어요.
'지금 내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것들은 모두 내 권한 밖의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날씨' 같은 것이다.', '비가 올지 안 올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마음이 편해졌고, 그래서 내가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얻는 것'에만 집중하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의 의도대로 [나의 도전과 용기 그 자체], [AI의 활용]과 [개발자들과의 소통 언어]는 결과물의 흥망과 관련 없이 분명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극복]
정리하고 나니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고 프론트엔드를 미연시나 동숲처럼 애니메이션도 넣고 해보려고 했지만
설계 자체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니, 비전공자의 한계는 여기서 드러났어요.
백엔드는 내가 코딩하지 않고도 Gemini 대화창에서 워크플로 프로세스 구축과 디테일 보강으로 미리 구현하고, Gems화 시킬 수 있었으니 아키텍처가 명확했지만
프론트엔드 영역에서는 아키텍처를 명확히 그릴 수 있는 재료?가 없었어요.
본 게 없으니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지 않았죠.
아키텍처가 명확해야 ai에게 시키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상상(설계)의 재료가 부족한 것'은 AI가 아무리 코딩을 잘해주더라도 비전공자의 가장 명확한 단점인 것 같아요.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무엇을 만들라고 시킬 수 있겠어요.
흐리멍텅하게 뜬구름 잡는 프롬프트로 시키니 콩 심은데 콩 나는 결과물만 나왔어요.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님에도 욕심만 그득그득 부리며, 생각한 아키텍처는 대략 5배 이상 복잡해지고, 구현해야 할 기능은 10배는 더 많아지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다시 자신감을 잃을 뻔했어요.
[완성]
다시 한번 과거 현인들의 지혜를 빌려와야 했어요. 그것을 거울로 생각을 정리했죠.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저번 주까지는 유튜브 쇼츠와 웹툰 같은 순간의 도파민으로 도피하였고, 어제까지는 과거의 기록을 담은 책과 배움의 도파민으로 도피하였으니, 이제는 행동하고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 도피의 시간 마저, 현실 직시와 메타인지의 시간으로 활용하여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인생에 변명하지 않는, 과거를 통해 배우는 자세 아니겠는가?"
"그러니 오늘은,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은 버그픽스부터 해야겠지."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내 수준에 가능한 최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지
이것이 완성본이 아니며, 최종본이 아님을, 미완성의 프로토타입이라 한들
그 누가 손가락질할 것이며, 이것이 과정임을 모르는 자 없을 것이니,
그 본질과 최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
이후 그래도 다짐한 건 해야지 하고 마음 다잡았어요.
이때 과거 현자들의 지혜를 총망라한 책을 쓸 수 있겠구나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버그픽스에 집중했어요. 물론 집중이 흐트러지면 책을 쓰고, 반대로 막히면 다시 버그픽스하고 왕복하긴 했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해도 뚝딱하고 버그가 고쳐지진 않았어요. 대신 이제는 흔들리지 않아요.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그 누구도 알아보지 않아도, 그럼에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어요.
결국 저번 주 11월 30일에 완성하였고, 배포하였습니다.
[응원]
AI를 사용하여 만들어낸 메타인지 훈련 바이브 코딩을 하면서 건설업, 회사, 문화, 철학 등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 봤어요.
빠르던 느리던 프롬프트로 패턴화 가능한 정량적인 업무들은 모두 잠식될 예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I가 잠식하는 세상일수록 앞으로의 전환점은 누구보다 AI와 친해지는 정도에 달려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야를 공유하거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어요.
아직 건설업계에서는 AI에 대한 반응이 회의적이었고,
"아직 한참 멀었다", "변수가 많은 건설업 특성상 내 일자리가 잠식될 리 없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하던 거나 열심히 해라" 라는 느낌이라
이런 토론이나 생각을 나눌 곳이 없었고, 수면시간도 줄여가며 코딩 비슷한 것을 하니 몸도 마음도 꽤나 지쳤었나 봐요.
하지만 OKKY 여러분들의 응원과 관심이 또 다른 원동력이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그래서 뭘 만들었는데?라는게 궁금하신분은
▶ 첫번째 '자기 증명' 부산물 [Gemini와 19일, '터미널'도 모르던 노가다 아재의 Full-Stack AI앱 개발기]
▶ 두번째 '자기 증명' 부산물 [노가다 아재 바이브 코딩체험(EGO 찾기 어플)]
▶ 두번째 3개월 간의 개발 과정 [노가다 아재 바이브코딩 3개월, 코딩도 ’노가다'더라]
게시글을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이후]
그때 아이디어로서 정리해 둔 책에 집중했고, 1권을 완성하여 교보문고에 투고한 상태예요.
판매가를 0원으로 설정하고 싶었지만 그럼 e북 제작 및 출판 관리 등 오히려 역으로 교보문고에 돈을 내야 한다더라고요.
아직 교보문고에서 검토중이라 1월초에 1권 먼저 전자책으로 출판 이후
내년 초까지 2,3권을 나눠서 출판하고, 3권까지 모두 완성하고 나면, 종이책으로도 제작할 예정이에요.
작가로서의 도전이 끝나고 나면 ego시리즈는 잠시 멈춰두고 revit tool 제작 관련 공부하면서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 만들려고 생각 중이에요.
이상 AI-TECH 건설회사 SNou-Arch의 가장 김정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