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물로 보는 대기업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대한민국 법률이 이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던 국민 개개인들도 잘못이 있는게 아닙니다. 다들 이 얘기 들으시면 무슨 소린지 모르시겠고 기분만 상하실 것 같으니, 컨텍스트를 더 드리겠습니다.
일단 한국에는 미성년자보호법이 이상하게 형성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지금 기성체제가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를 핑계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데(미국, 영국 등), 기득권이 국민 개개인을 감청하는 경찰 국가를 만든다는 속셈이라고 반발이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 법인이 있는 성인 사이트는 이미 RTA compliance를 무시하면 도메인 차단 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요.
과도한 감시와 검열은 파시즘의 전조입니다. 제1세계에서도 지금 세계대전 당시에나 있을법한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고요.
한국은 특이하게 이미 이 사이클이 다 끝난 이상한 사회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한국에선 인터넷으로 직접적으로 돈 되는 무언가를 하려면, 전자상거래법을 따라야 하는데, 그 법 자체에 실명제가 포함되어 있어요.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보호법을 위해서라도 실명인증을 하고 싶지 않아도, 한국법 태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고객 실명을 수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주민등록법을 시행하는 나라도 세계에서 소수이고, 대부분의 국가에선 전자상거래에 실명제를 도입할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 자체도 없습니다. 해외구매 할 때 주민번호 입력하라 하나요? 폰 번호로 뭐 인증하라 하나요? 그게 다 한국이 이상해서 그런겁니다. 오히려 외국인이 한국에서 물건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임. 뭐 한류가 분다 하는데, 사실 한국어 배운 외국인이 국내 도서 사이트에서 책하나 구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임(관세는 0% 임에도 불구하고).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허세 부리는거 아니고, 실제로 제가 직접 나가보고 살아보고 하는 얘기입니다. 인터넷으로 뭐 별거 아닌거 구매하는데 실명 인증하라는 나라 한국밖에 없음.
저는 그래서 한국에 발전이 있으려면 젋은 사람들이 외국 나가서 인생을 즐기도록 하고 견문을 넓혀와야 발전이 있다고 봅니다.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문제 자체를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뭘 알아야지 지배층에 요구를 할 수 있다고요. 한국에도 gap year 문화가 정착되어서 이제 꽤 많은 20대 분들이 워홀로 떠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수준보다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함.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정치권의 무능으로 인한 난규제일 수도 있고, 대한민국 IT 산업이 로비로 이끌어낸 역법이기도 할 것이고요.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한국 정보보안 산업은 전혀 실력이 없으면서, 아직도 로비로 연명하는 사회의 암같은 존재입니다. 아직도 인터넷 뱅킹에 각종 security theatre 기능이 떡칠이 되어있는데, 서구권 인터넷 뱅킹 써보세요 - 회상 키보드니, 공인인증서니, 무슨 앱이니, 그런거 전혀 필요 없어요. 정말 그런 소프트웨어들은 보안을 그림으로만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들입니다.
실명인증제가 푸시된 것도 IT 산업의 로비일 겁니다. 제가 지금 보여줄 데이터도 없고, 레퍼런스 할 증언도 없어서 음모론에 불과한 주장이지만, 그냥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educated guess라고 봅니다. 판단은 각자 알아서.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우리 개개인이 사회 구조가 이렇게 될 때 저항도 안하고 지켜만 봤다는 겁니다. 뭘 모르니까. 게임은 단순히 규제해야 하니까. 성인물을 못 보게 막아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사회 생산성을 높혀야 하니까. 1984의 줄거리랑 흡사하네요.
쨌든, 아직도 실명제 폐지하자는 여론이 나오지 않으니 한국은 갈길이 멀었습니다. 뭐, 뉴스에선 계속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클래식한 채찍으로 여론몰이를 하니, 지배층이 일을 참 잘 하고 있는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