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고졸 국비교육 수강중 주저리
스프링 백엔드 과정 듣고 있는데 저 자신에게 다시 동기부여도 할 겸 tmi 포함 이것저것 써 봅니다.
컴공쪽 대학 1년 반쯤 다니다가 학점 1점대 찍고 거의 학교를 안 나가다 시피 했는데, 이후 결국 중퇴하고 공익 다녀와서 알바-백수 생활을 전전하던 중 슬슬 압박이 느껴져 언젠가 봤던 국비지원 교육과정이 생각나 덜컥 신청했습니다.
대학 중퇴 이후 공익 과정 중 성인 ADHD인걸 알게 되어 그때부터 약 처방받아 먹고는 있었지만 알바하고 노는데 집중력이든 의지든 나아졌는지 체감할 길이 많이 없었죠..
사실 수강 신청 하는 중에도 많이 불안하고 고민이 됐습니다.
온라인 교육이라도 하루 8시간 9시간 가까이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걸 6개월 내내 잘 해낼 수 있을까? 뭐 하나 진득하게 열심히 해 본적 없는 내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구요.
그러다 어찌저찌 합격해서 강의 시작 전 3주간의 사전학습 기간이 주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냥 하루에 적으면 6~7 시간 많으면 8~10시간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나 대학교때나 이렇게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약의 힘은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ㅋㅋ
이게 일종의 각성제라 안그래도 적은 편인 식욕이 더 줄어들어 점심을 안 먹은지 몇년 됐는데, 덕분에 사전학습 기간 동안에는 주말도 쉬는시간도 점심시간도 없이 정말 공부에만 몰두한 것 같습니다. 사실 약도 약이지만 이쪽 공부가 재밌었던 것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측에서 제공한 사전학습 자료에 더해 뭘 더 공부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그것까지 마친 후에는 강의 합격 전 간단한 면접에서 면접관님이 추천해주신 알고리즘 문제 풀이로 시간을 보냈네요. 그래봤자 아주 기초적인 문제부터 어려워도 백준 실버 2~3단계 까지이긴 했습니다만 150 문제 정도 풀었으니 나름대로 열심히 한거 아닐까 싶어요.
사전학습 기간이 끝나고 강의가 시작한 지 어느새 3개월이 가까워 지고 1주일짜리 초급 프로젝트도 얼마전에 마쳤습니다. 이걸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냐 하면 조금 물음표가 붙긴 하지만 그래도 팀장 역할을 맡아 기여도 가장 많이 했고 팀원들의 익명 리뷰에서도 다들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참 뿌듯했네요.
사실 아직까진 취업이란게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이제까지 공부를 시작하고 강의를 들으면서도 취업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공부하는게, 배운 내용을 실제로 써먹고 그게 실제로 동작하는걸 보는게 아직까진 너무 재밌더라구요.
스펙도 자격증도 학벌도 없고 부트캠프 프로젝트 말고는 포폴도 없는 내가 이 과정을 수료했다고 취업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글쎄,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취업이 잘 안되더라도, 결국 개발쪽 일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저는 여기 참여한 걸 시간 낭비로 여기거나 후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커리큘럼이 엄청 훌륭하다 강의 퀄리티가 뛰어나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하면 되는 사람이었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인간 폐기물같은게 아니었구나 하는,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별거 아닐지 몰라도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 가치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이제서야 처음 해 보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다 쓰고 보니 정말 쓸데없는 말만 주저리주저리 써놓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싶긴 하네요 ㅋㅋ
징그러운 28살 다리털난 남자라는 사실은 잠시 잊고 그냥 어린애가 어른들한테 가서 나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칭찬해주세요 격려해주세요 하는걸로 뇌내필터 씌워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팀원들이 써준 리뷰는 몇번을 봐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ㅎㅎ
또 어디가서 계속 더 칭찬 받고 싶은데, 그러려면 계속 더 열심히 해야겠죠. 글 이만 줄이고 공부하러 가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