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컴공 교수님의 ‘횡수’
새겨 들을 만한 글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AI가 아무리 좋아도, 교육은 사람이 직접 해보고 생각하고, 틀려보면서 배워야 함.
효율보다는 사람이 중심.
원문: 정우성님 페이스북
최근 대면으로 어떤 발표를 들었다. 발표 자료를 보아하니 딱 gamma 로 자동 생성한거다. 나도 gamma를 써봐서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보면 보인다. 내용 중에 일부는 할루시네이션인 것도 있고, 발표 자료 자체가 센스도 없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발표자가 언급(그냥 읽는 느낌)을 한다. A라는 방법을 쓰면 19% 억제 효과, B라는 방법을 쓰면 23% 억제 효과가 있고 그래서 A,B를 같이 쓰면 42%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아니, A연구, B연구, A+B연구 서로 다른 참고 문헌의 연구인데 숫자가 딱 떨어지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데... 그걸 그대로 발표를 한다.
왠만하면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한 소리 했다. 실제로 참고했다는 그 연구를 찾아보라고 해서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보니 42라는 숫자도 없다. 이렇게 금방 확인되는 것 조차 안 찾아본거다. 사실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말이 안된다. 그럼 20% 억제 효과가 있는 방법 5개를 같이 쓰면 100% 억제 효과가 생기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은데, 발표자는 무엇을 했는지 이 정도의 내용도 거르지 못했다는 건 나머지 자료도 신뢰하기 어려웠다. 발표자가 기여한 부분을 이야기 보라고 했다. 황당하게도 본인은 당당하다. 시간을 많이 썼고 노력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그의 답변은...
챗지피티가 환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여러 번 프롬프트를 주고 나온 결과에 대해서 다시 확인해 보라고 하면서 반복해서 "시켰다"고 한다. 참고 문헌도 정확하게 찾아 달라고 "시켰다"고 한다. 그런 엉뚱한 노력을 한거다. 발표자는 그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이해나 주도권을 AI에게 던지고 AI가 잘 하도록 시키는 노력을 한거다.
강의 시간에도 여러 번 이야기 하지만 내가 계속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앞으로는 직접 뭔가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잘 시켜먹기 위한 방법을 익히고 연습하려고 할거다. 어짜피 AI가 나보다 잘 하고, 효과적으로 할테니 말이다. 이런 훈련의 결과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 잘 시키려고, 가스라이팅을 잘 하도록 하려는 성향이 늘어날 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뇌는 그렇게 시키려는 쪽으로 학습이 되고, 세대를 거치면서 그런 방향으로 진화를 할테고 이 지구에는 귀찮은 내용을 직접 이해하고 해볼 수 있는 인구가 그 만큼 줄어들게 될테고... AI의 판단 자체를 사람이 분석하기도 어려울 지경이 될테지... 그러는 동안 AI는 전 지구인이 선생님이 되어서 신경망의 연결(가중치)을 계속해서 단련시킬거고... 최대한 활성화 될거고...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도 사람에서 AI로 옮겨가서 지구상의 인프라도 사람에 대한 복지 보다는 AI시설을 위한 고급진 환경이 만들어질거고... 조금 과장하면 지구는 기계 중심의 거대한 공장으로 바뀌어 가겠지.
교육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바로 보는 시각과 업계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그 관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계산기도 나왔다. 그런데 왜 계산을 하냐? 힘들게...
자동차도 나왔다. 그런데 왜 걸어다니냐? 힘들게...
번역기도 나왔다. 그런데 왜 영어 공부하냐? 힘들게...
코딩도 해준다던데, 왜 코딩을 직접 하냐? 힘들게...
그런데, 교육은 이럴 때일수록 힘든 길을 챙겨야 한다.
교육은 산출물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사람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의 시냅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계산을 해봐야 하고, (사람의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오래 달리기도 해봐야 하고, 무거운 아령도 쓸데없이 들었다 놨다 해야 한다. 글 쓰기가 귀찮지만, 논리를 만들어 봐야 하고 정리도 해봐야 한다. 알고리즘도 이해해야 하고, 문제점도 직접 해결해 봐야 한다.
물론 동기 부여나 경험을 위해 새로운 도구를 경험하고 활용은 해야겠지만, 그것은 계속 바뀌고 변화하는 일상일 뿐이고 그것 자체를 굳이 한정된 시간에 과도하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맛은 봐야겠지만...
회사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실무 교육은 필요하긴 할거고, 초중고에 비해 대학 교육에서는 취업이나 실무교육 관련으로 그 중요도가 더 올라갈 수는 있다고 본다.
업계는 당연히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산출물과 생산성이 중심이기 때문에 교육계와는 입장이 다르다. 결과가 잘 나오고 비용을 줄이면 된다. 그럴 때는 당연히 계산기를 써야 하고, 자동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야하고, 번역기를 써야하며, 코딩도 AI를 통해 빠르게 생산해야 한다. 그런 도구를 잘 쓰는 것이 실무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고객이 기업인 젠슨 황이 코딩이 필요없다고 주장했던 것도 NVIDIA 입장에서는 분명 맞는 말이다. 그래야, GPU도 많이 팔리고, 코딩을 제공하는 사람보다는 GPU 설비에 투자를 많이 할테니까...
SW회사는 사람이 그 일을 하고, HW회사는 주로 공장이 생산을 했기에 설비에 수백억에서 수조원 투자가 필요한 HW회사와 달리 SW회사는 복지가 좋았고, 사람에게 투자를 했다. 상대적으로 매우 효율적이다. 100명에게 조금씩 투자하면 1%가 성공해도 100배가 터질 수도 있으니까...
HW회사는 상대의 설비 때문에 생산력에 개입하기 위해 적대적 M&A를 하기도 한다. 그 가치가 인프라와 설비로부터 많이 나오기에... 하지만, SW회사는 적대적 M&A를 할 수도 없다. 회사를 인수해도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가 버린다면 그 회사의 가치는 0가 되니까... 그래서 SW회사를 원한다면 사람을 꼬셔야 했다. 멋진 건물, 멋진 복지, 연봉 외의 많은 혜택들... 그런데, 최근에 보면 SW회사에서도 설비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아직은 그래도 HW쪽 보다는 AI를 포함한 SW쪽에서 사람이 할 일이 많다.
다만, 지금 많이 양산되는 것과 앞으로의 흐름, 그리고 교육과 업계의 관점을 혼동해서 바라보는 일부 시각들이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한 때, 충북대 컴공과 교수로 있을 때 학부생들에게 항상 첫 수업 시간에, 그리고 상담 시간에 SW엔지니어의 밝은 미래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 당시 3D 직종 이야기가 나오고, 컴공이 공대 꼴지를 할 때였다. 그 당시 컴공 들어온 학생들이 제일 운이 좋은 것 같다고도 했다. 좋은 기회라고... 그 때, 나는 신이 나서 프로그래밍과 컴퓨터 공학이 중요하다고, 특히 SW기술이 중요하다고 떠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굳이 그러지 않는다. 내가 말하지 않다고 모두가 그러고 있으니까... 이제는 똑똑하고 많은 인력이 몰려서, 경쟁도 그 만큼 치열해졌고...
그런데, 또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코딩 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겉으로 화려한 여러 도구를 이용한 활용과 빠른 생산성도 당연히 경험하고 이해해야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그 보다 앞서 전산학 기초, SW 분석 및 설계, 코딩에 필요한 기초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런 것을 알고 달리는 것과 그냥 달리는 것은 달리는 동안의 경험의 가치를 크게 바꿀만한 일이니까...
오랜만에 횡수했다. 글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내뱉듯이 그만 길게 써버렸네:) 더 길게 할 이야기도 있겠지만, 써놓고 보니 이런 저런 포인트는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겠다:) 오늘의 횡수 끝.
p.s. - 써 놓고 보니 ㅎㅎ 원래 코딩이라는 말을 거의 안썼고, 교대에 와서 프로그래밍을 코딩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어색했었는데 이제는 코딩이라는 표현에 적응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계속 쓰게 된다. 그런데, 교육계에서 다시 프로그래밍이라는 표현으로 쓰는 것 같다. 표현이 자꾸 왔다갔다 하는 것도 참... ㅠㅠ 이전에 모 회의에서, 평가기준에 나열된 문장들의 표현이 중의적이고 애매했더랬다. 그런데, 웃겼던 것은 평가기준을 작성한 사람의 설명은 없고, 평가를 위해 제3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 평가 기준의 문장을 해석을 하더라는... ㅠㅠ 간혹, 표현에 들어가는 단어 자체를 엄청 고민하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회의를 본적이 있는데... 대뜸 어떤 의미를 표현하려고 하는건지 물으니... 본인도 모른다 ㅠㅠ 의미를 모르고 설명을 못하면서 소위 말하는 인기있는(?) 표현을 계속 이것저것 넣으면서 회의를 하는 것이 참 이상했다. ㅠㅠ 음... 횡수가 끝인 줄 알았는데, 역시 횡수는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맛이 있다. 이제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