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뒤늦은 나이에 도전한 개발자 인생
3~4년전 쯤에 여기에 글을 올렸던게 생각나네요
29살인데 지금 코딩 배우면 취업이 될까요? 같은 글이었습니다.
갑자기 게임 개발자가 되고싶은 늦바람이 불어서 그런 글을 올렸던 것 같아요.
당시엔 비관적인 반응이 좀 많았던 것 같지만 몇몇 긍정적인 분들 말에 힘을 조금 얻어서 독학으로 코딩을 했던 것 같습니다.

(C언어 교재를 하나 다 읽고 인증샷)
놀랍게도 제가 29살먹으면서 1달 간 독파했던 최초의 책이었어요.. ㅎㅎ
그 뒤로 어떤 분이 뭔가 만들어봐야 진짜 할 줄 아는거다. 책 읽으면서 코드 따라치기만 해선 부족하다. 이야기를 듣고 게임을 만들어봤었습니다.

어느 날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펄어비스 인턴십에 지원했는데, 덜컥 서류에 합격해버렸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기업 서류 전형에 붙어본 터라, 아버지께 자랑하며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후 코딩테스트를 치러야 했는데, 캠을 켜고 조용한 장소에서 응시하는 방식이더군요. 당시 집이 너무 좁아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던 터라, 근처 호텔방을 잡아 시험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은 프로그래머스 플랫폼을 통해 치러졌고, 저는 연습조차 안 해본 상태라 너무 생소했습니다. 결국, 제출조차 하지 못하고 0점을 받고 말았습니다. 정말 절망스러웠고, 그 경험을 통해 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C++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윤성우 열혈 C++’, ‘전문가를 위한 C++’ 같은 책들을 붙잡고 읽으며,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자”는 다짐을 A4 용지에 적어 벽에 붙이고 수험생처럼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상용 엔진보다 그래픽스와 게임 엔진 자체가 더 궁금해졌고, 호기심에 DX12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CS나 수학적 기초가 부족했던 저에게는 버거운 내용이었지만,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어 그저 시간을 들이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몰두하던 중, 인생의 큰 변곡점이 찾아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신 것입니다. 저에게 가족은 오직 아버지뿐이었고, 백수였던 저를 먹여 살려주신 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업을 모두 내려놓고 간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 1년간 병간호와 재활에 힘쓰는 시간을 보냈고, 코딩에 대한 열정만 남은 채 공부하는 습관은 점차 무뎌졌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께서 어느 정도 회복하시면서, 저도 다시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급히 취업이 필요했고, 잡코리아에 부랴부랴 올린 봄버맨 2D 게임과 리듬게임 포트폴리오로 지원을 돌린 끝에 머신러닝 기반 비전 솔루션 회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사람들도 좋았고 감사한 기회였지만, 실제 업무는 반도체 공장에서 방진복을 입고 로그를 확인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방 출장이 잦다 보니 프로그래밍과는 점점 멀어졌고, 결국 9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다시 게임 프로그래밍에 몰두했습니다. 그 무렵 아프리카TV 경력직 채용에 우연히 최종 합격했지만, 처우 협상 과정에서 돌연 캔슬되며 큰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게 되었고, 독학보다는 외부 도움을 받기 위해 게임 아카데미에 등록했습니다. 총 8개월 과정이었고, 유니티 기반의 팀 프로젝트를 통해 출시까지 경험하는 등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겼습니다.
기업 협약으로 진행된 과정이었기에 실무진의 칭찬을 받으며 취업 연계도 기대했지만, 상대 기업에서 제 이력을 보고 면접 자체를 취소해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포트폴리오를 좀 더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쌓아온 그래픽스와 게임 개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보고 싶어 게임 엔진 개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유니티를 타겟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시도했고,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자체 게임 엔진을 구현해낼 수 있었습니다.

게임엔진을 활용해서 플래피버드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그동안 미약하지만 노력을 한 덕분에 유니티 포폴, 게임엔진 포폴이 생기기도 했고 실무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현재는 이걸로 게임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1군데 면접을 보긴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네요. 겸사겸사 3D 엔진도 만들고 있습니다. 2개월을 목표기간으로 했는데 원하는 볼륨이 나올진 모르겠네요. 시대에 맞게 ai 에이전트가 붙는 게임엔진을 한번 만들어보려 합니다. 스크립트 단계에서 서포트 해주는 느낌으로..
요즘 ai도 발전하고 취업시장도 어렵다보니, 늦은 나이가 더더욱 마음을 옭아매는 것 같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코드 짜는게 정말 재밌어서 계속 하게되는거같아요.
아무튼 제가 처음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글을 올린곳이라 별거 아니지만 근황겸 적어봤습니다.
힘든 시기 파이팅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