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인생 벌써 마지막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개발자의 길은 왜 이리도 험난한 걸까요. 제 인생 벌써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은 심정입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영상 필터 처리로 졸업 논문까지 쓰고, 개발자가 되겠다고 그야말로 발버둥 쳤습니다. 그런데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첫 직장은 개발과는 거리가 먼 전산 관리였습니다. 매일 이게 개발인가 싶은 내적 갈등에 시달리며 출퇴근하다가, 1년쯤 되니 '이건 아니다' 싶어 결국 퇴사했습니다. 다시 개발직을 찾아 나섰지만, 오히려 독이 되어 2년이라는 긴 공백기만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지고 개발자 붐이 일면서 드론&로봇 부트 캠프에 들어갔습니다. 남들이 하나둘 이탈할 때도 저는 꿋꿋이 남아 최종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맸죠. 하지만 결국 취업은 안 되고, 간신히 들어간 곳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5인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심지어 1년 동안은 정식 계약조차 못 했습니다.
겨우 개발자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그 회사는 중국산 로봇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싼 로봇을 만들어 플랫폼을 확장하겠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못 했습니다. 국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다음 프로젝트는 거부당했고, 저는 결국 부트 캠프 강사로 겨우 돈을 버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사 생활마저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장과 학원의 불화로 1기도 마치지 못하고 떠돌며 세 번이나 학원을 옮겨 다녔죠. 그러다 마지막 학원마저 회사를 거절하면서 더 이상 강사 일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회사는 결국 저를 해고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3년 차가 되어 이직을 준비하던 저에게 갑작스러운 해고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다시 이직을 위해 로봇 임베디드, C++, C#, 자바 등 여러 회사에 맞춰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갱신하고,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느낀 건… 정말 이제는 이직하기도 너무 힘들고, 더 이상 내게 기회가 있을까 하는 절망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건설사에서 도면 자동화를 위한 개발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면접관은 개발을 모르는 설계사들뿐이었지만, 그분들에게 제가 인상 깊었는지 채용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저는 채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회사의 상황은 정말 최악입니다. 회장은 그저 "AI로 자동화!" 이것만 외쳐서 급조된 개발팀이고, 팀장은 건축학 박사로 왔다가 올해 개발부로 바뀌어 머신러닝을 공부하며 설계 자동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분입니다. 가장 최근 들어온 사원은 4월에 입사했는데, 건축학부에서 개발자를 꿈꾸며 자바 부트 캠프를 수료하고 왔지만, 회사에서는 처음 보는 C#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발자 선임으로 들어와서 이분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말이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은 개발자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입니다. 이제 겨우 서른 초반이지만, 다음 이직할 나이면 서른 중반을 넘길 텐데, 그 시간 동안 여기서 제 개발자로서의 마지막 커리어만 그려져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네요.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썼지만, 결국 시간이 있을 때 남들처럼, 아니 남들보다 더 노력했더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