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안될때의 마음가짐
22년 여름에 저는 구글 뉴욕 오피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인턴 마치면 9월부터 채용 위원회에서 저를 평가한 뒤 빠르면 10월에 풀타임 오퍼를 줄거라 예상했고, 졸업하고 2023년 여름부터는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줄 알았죠.
현실은 달랐습니다.
22년 말에 챗지피티가 출시되고, 구글 주식은 22년 8월 주당 약 120달러에서 22년 11월 약 80달러까지 3개월만에 시총 1/3이 날아갑니다. 메타, 아마존 등 좋은 회사 인턴쉽 하던 친구들은 풀타임 오퍼 받았다가 취소 되는 경우도 봤고, 구글은 풀타임 전환 결정을 9월에 연락주겠다고 했다가 11월, 그리고 1월, 또다시 3월로 밀렸습니다.
놀고 있진 않았어요. 수업 듣고 면접 준비하면서 사이드 플젝도 하고 해커톤도 하고 200여곳 가까이 회사에 지원했는데 전부 서류 광탈하더라구요. 그래도 내가 구글에서 인턴쉽도 하고 실력도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아예 면접 기회도 안주어졌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두달 앞두고 3월에 리크루터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시장 상황이 안좋아서 풀타임 전환 진행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미 많은 친구들이 겪었고 예상했던 바였지만 그걸 직접 듣는건 아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몇달전까지만 해도 미래가 창창해 보였는데 졸업하고 당장 직업이 없이 백수가 될 판이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컨트롤 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다 내려놓고 개판치고 살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것들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어요. 이런 마음가짐에 대해 비슷한 예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는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베트남 전쟁 도중 수용소에서 8년간 수감되어 수십차례 고문을 당하면서도 버티고 생환한 짐 스톡데일이라는 제독이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 끔찍한 경험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미래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신은 언젠가 살아나가고, 이곳을 탈출해서 생환할 거라는 것. 그리고 결국 승리해서 그 경험을 자신의 인생의 결정적인 사건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걸 한번도 의심한적이 없다고요.
인터뷰어가 이번엔 “그럼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했나요?”라고 물어보자 스톡데일 제독은 “낙관주의자들”이라고 답변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은 “이번 크리스마스까지는 나갈거야” 라고 말하고, 나가지 못하면 그 다음엔 “부활절까진 나갈거야”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빗나가고, 그 과정을 수차례 겪다가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고 하네요.
즉 결국 내가 이긴다는 믿음과, 지금 현재의 잔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걸 혼동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당시 제가 마주했던 통제 불가능한 잔혹한 현실은 명확했어요.
경제 상황
채용 동결과 해고
수천명의 해고된 경력/실력을 갖춘 경쟁자들
AI의 발전과 업계에 끼치는 영향
저는 통제 불가능한 것들에 스트레스 받는 대신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기로 합니다.
제가 어디가서 이런 얘기 떠들면 꼭 나오는 얘기가, 어떻게 사람 마음이 마음처럼 되나요? 인데, 시장 상황을 컨트롤 하는것보단 훨씬 쉬웠습니다.
먼저 저는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꿉니다.

위 이미지는 코비드가 한참이던 2021년, 대학교를 다니던 시기입니다. 저때 수면 패턴을 보면 0시 이전 수면이 거의 없고 최소 2시, 심하면 4시에 자곤 했죠.

두번째 이미지는 한참 회사들에 지원하고 탈락하던 2023년 3월인데, 칼같이 10시면 침대에 눕는걸 볼 수 있습니다. 평균 수면 시간이 1시간 반, 수면의 질도 훨씬 높아집니다.
당연히 처음엔 잠이 안와서 멜라토닌 같은 약까지 먹어가며 억지로 잠을 청했었습니다.
제 생각은 심플했어요. 내 멘탈은 내 호르몬이 망치는거다, 밤 늦게 깨어있어봐야 감성적으로 우울한 생각밖에 더들겠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식단 관리하자. 라는 마인드였어요.
그래서 저는 더이상 졸업 직후에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반대로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상 내 실력은 무조건 우상향할 것이고, 시장 상황과 운은 좋았다 나빴다 할테니 언젠가 그 운이 다가왔을때 놓치지 않을만큼 준비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어요.
그러면서 저는 그동안 공부하고 인턴쉽을 하며 알게된 인맥을 총동원해서 현재 제가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고, 기회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아예 신입을 대상으로 채용 예산 책정이 안났고, 평생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에서 학생으로 살았는데 변변찮은 인맥이 있을리 없고, 학교 선후배, 인턴하며 만난 매니저/동료들, 그리고 학교 교수들 정도였죠.
게다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큰회사들에서 수만명을 해고한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졸업한 학부생을 채용해야할 포지션에 1-3년차의 주니어들이 엄청 지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한달 뒤, 링크드인 메시지를 받았어요. 제가 인턴으로 일할 때 옆팀 시니어 엔지니어였는데 예전 제 팀, 제가 하던 그 자리에 채용 공고가 났다구요. 심지어 구글 기준에서 신입도 아닌 L4, 최소 3-5년차 포지션인데 자기가 적극 추천해줄테니 지원해보라고.
같은 팀도 아니고 옆자리 앉은 인연이었는데 어쩌다 제가 하던 인턴 프로젝트가 그분 역할에 겹치는게 있어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그때 적극적으로 하던 모습이 마음에 들었었나 봅니다. 그분에 더해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 저를 적극적으로 추천해줬고, 덕분에 다시 신입으로 입사해서 2년 가까이 잘 일하고 있어요.
나중에 알게 된건 저와 함께 인턴쉽했던 같은 포지션의 사람들 중 풀타임으로 채용된건 저 혼자였습니다. 같은 시기 모든 인턴을 다 합쳐도 약 40%만 풀타임으로 들어왔었더라구요.
저는 아직도 제가 이렇게 취업된건 정말 기적적인 운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더이상 전환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듣고 거기서 끝이라 포기했었으면 이런 운이 그냥 찾아올리는 없었겠죠.
우리가 노력하는게 즉각적인 성공을 가져다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노력없이 그냥 날로 먹는 운은 제 인생에 적어도 없더라구요. 오히려 반대로 기회가 찾아와도 노력하지 않아서 날려먹었던 적이 많았죠. 최소한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