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질환 앓던 이야기, 그리고 대학병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저에게는 정말 끔찍한 기억입니다.
사실 발병은 2회 진행됐으나
첫번째 발병은 유야무야 지나갔습니다.
첫 번째 기억
주말이었고, 늦잠자고 오후 1시에 일어났습니다.
(주말엔 늘 그렇듯이)
평소처럼 일어난 게 아니었습니다. 허리 뒤쪽 (살짝 우측) 에 엄청난 통증
침대 위에서 누운채로 온몸비틀기도 하고 어찌어찌하니 통증이 살짝은 가라앉더라구요.
아 나도 허리디스크가 왔구나
하고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X레이를 찍었는데 거기서도 딱히 원인은 못찾고
그래도 내가 아프다고 하니까 허리쪽에 근육주사 놔주고 물리치료 좀 받고 끝났습니다.
이미 병원에 있는 중에 통증은 아예 없어진 상황
아 주사가 효과가 있구나
하고 넘어갔죠.
몇개월 뒤
두 번째 기억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새벽
오전 3시에 깼습니다. 그 부위에 또 엄청난 통증
이제 제자리에서 체조든 뭐든 해도 해소가 안됩니다.
통증이 날카로운 느낌이 있어서 확실히 "뭐가 잘못됐다" 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정형외과도 문을 닫습니다. 거기다 새벽이고
일단 통증이 너무 날카로워서 3시간 정도는 버텼는데요
견디기 힘든것도 힘든 건데, 무엇보다 "내 몸에 뭔가 확실히 잘못됐다. 3시간동안 이러는 걸 보면" 을 확실히 깨닫고
119를 불렀습니다.
119가 아파트 단지 내까지는 들어왔고
제가 동 앞까지는 나갔습니다.
하필 그때 통증이 살짝 가셨습니다. 아 또 "의사 앞에서 병이 다 낫는" 일이 벌어지나? 했지만
그대로 통증이 아예 가신 건 아니었길래 그냥 구급차에 탔습니다.
대학병원은 아닌, 좀 중규모 병원 응급실로 가게 됐습니다.
CT 찍고
내 예상과 아예 다른 병명이 튀어나왔는데...
"요로결석"
돌 크기는 4mm
자연배출 기대할 수 있는 크기와
조치를 취해야 하는 크기의 딱 경계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
"일단 진통제는 놔드리는데요, 4시간 뒤에 또 통증 터지실 거거든요. 진통제 처방해드릴게요"
"자연배출을 기대해야 하는데, 정 견디기 힘드시면 체외충격파 쇄석술 가능한 병원 알아봐 드릴게요"
해서 병원 리스트만 받고 나와야 했습니다.
거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죠.
통증은 3시간 만에 슬그머니 부활했죠.
병원 리스트가 5개가 있었는데 다 의원급 (작은) 병원이었고
주말이었기에 대다수는 문을 닫았고, 24시간 한다는데도 전화도 안받는 곳이 태반
한 군데 받아서 거기서 쇄석술을 받았습니다.
이거, 통증보다 쇄석술이 훨씬 더 아팠습니다.
뭐 요로결석이 임신보다 아프네 마네? 아니요. 체외충격파 쇄석술 받는 게 그 10,000배는 더 아픕니다.
지갑은 더 아팠습니다. 1회에 30만원. 근데 이걸로도 안깨져서 다음주에 또 오라고 합니다. 물론 비용은 또 별도로 발생
깨진 게 아니라서 간간히 통증이 계속 부활했고
진통제를 넉넉히 받아놔서 진통제빨로 생존했죠.
쇄석술 4번 받았구요 (4주동안)
대략 100만원 언저리 깨졌습니다. (연속으로 받아서 할인 같은 건 해주더라구요)
한번은 새빨간 혈변도 봤었습니다.
여하튼 효과는 아예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돌은 나오지 않고
추석이 됐습니다.
형네 집 가서 추석 차례(?) 지내고
집에 와서 자고
세 번째 기억
밤 12시에 또 터졌습니다. 크게 터졌습니다.
이전 크게 터졌을 때만큼 통증이 터졌습니다.
진통제를 먹고 역시 3시간 버텼습니다.
이제 진통제가 "아예" 효과가 없네요?
주말 24시간 한다는 병원도 추석 연휴도 아닌 바로 그 추석 당일에 할 리가 없습니다.
일단 걸어보면 통증이 좀 가시겠지 (지난 번 기억도 있고)
해서 집 근처 큰 병원
(아주 큰 병원. 연세대학교 옆에 있는 세XXX 바로 거기)
응급실까지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그전에 통증 가시면 집에 가는거고, 아니면 들어가서 뭔가라도 좀 받기로
걸어서 30분거리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슬금슬금 걸어가니까
통증이 확실히 가시기는 하는데 아예 없어지지는 않더라구요.
결국 응급실 앞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이제 들어가거나, 집에가거나 둘 중 하나잖아요?
가만히 있으니까 통증이 다시 올라오네요?
응급실문 앞 경비원분이 어떻게 오셨어요 묻습니다.
그때도 아직 결정은 못내린 터라 (들어갈까 말까) 머뭇머뭇거리다
결국 들어가자 생각하고 여기 아파서 왔다고 하니까 진료받으러 오셨어요? 하고 들여보내 줬습니다.
바로 만나는 간호사분에게 바로 요로결석 진단받은 적 있고 지금 통증 터졌다 말씀드리고
기다렸습니다. 간호사분이 서류 막 적고, 바로 제 허리로 주먹으로 살짝 치는데
기가막힌 게 제가 아픈 바로 그 부위 딱 그 지점이라는 점에서
"아 대학병원은 그냥 다르구나. 의료진의 스킬 자체가."
바로 느꼈구요
들어가자마자 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저번에 갔던 중간급 병원하고 아예 체계 자체가 달랐습니다.)
거기서 미리 진통제 주사를 맞을 수 있었구요
환자복과 큰 봉투를 주셔서 거기다 옷 넣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고...
6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통증은 진작에 부활했고, 끙끙 앓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긴 그랬습니다.
옆자리엔 머리에 붕대싸고 핏자국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하여튼 내가 제일 덜 다친 사람인 것 같았거든요.
여하튼 시간은 왔구요
CT한번 또 찍었는데 이때는 조영제를 넣었습니다.
조영제가 좀 따뜻한데, 이게 중간에 턱 막혀 안내려가는 게 아예 느껴지더라구요.
신기했는데, 직후 통증이 바로 부활하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CT를 찍고
의사샘 만나서
별거 없었습니다. 약 처방받고 바로 그날 퇴원했어요.
6시간 기다렸는데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약 먹고
하루 뒤에 돌이 나왔습니다.
교훈을 바로 얻었죠.
엄청 아프다면, 주저않고 최대한 큰 병원으로 직행하기로.
왜 사람들이 다른 병원 안가고 초대형 대학병원에만 몰리는지 바로 깨달았어요.
다른 병원은 나를 살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초대형 대학병원 쏠림현상은 절대로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나를 빠르게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고, 돈도 절감시켜주고... 그런데 6시간이 대수인가.
여하튼 그 뒤로 제로사이다는 좀 줄였구요
나머지는 그냥 평상시와 같이 생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