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점프한 이후에 IT 업무를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냥 별 내용은 없고 약간 현타 및 의구심이 들어서 글 적어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제조사 보안팀 근무 중입니다. 첫 직장이었던 전산실에서 액티브 디렉토리나 서버 유지보수 등 어드민 역할같은거 배웠었고, 여기 와서는 초반에 방화벽이나 네트워크 그리고 데이터 유출방지 법률 규정 컴플라이언스 같은거 배웠구요.
그런데 뭔가, 좀 의구심이 드는게.. 요즘은 맨날 하는 업무가 행정 아니면 벤더 관리에요. 보안사고 나면 보고서 쓰고, 회사에 외주로 들어와 있는 경비팀 있는데 수시로 매뉴얼 만들고 경비팀 보안교육 같은거 해야 하구요. 제가 순찰을 돌거나 하진 않는데 걸어다닐 일도 엄청 많고 공장 전반 시설보안 관련한 일이 저희 팀에 자꾸 떨어집니다. 모든걸 외주 경비팀에 짬때릴 수가 없으니 저도 덩달아 같이 계속 돌아다니는 일이 생기구요. 저보다 윗선에서는 그런거까지 내가 신경써야 하냐고 저보고 적당히 맡아서 커버하라고 하는데, 일이 이상해졌습니다 덕분에.
방화벽 및 트래픽 모니터링, 로그 분석 보고, 취약점 스캔, 뭐 기타등등 진짜 네트워크나 보안 관련 업무는 일주일에 몇시간 안 하는거 같구요.. 매일 인사팀 아니면 경비 외주업체랑 보안이슈 같은 걸로 미팅하는 게 일이에요. 물리보안 침투훈련 및 야간 출근해서 경비팀 불시점검도 했었구요. 경비팀한테 주기적으로 이런저런 상황 보고받고 부지 내 설비 취약점 진단 같은것도 주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수시로 미팅 들어가고 하루에도 몇번씩 저희 팀 찾아오는 협력사 분들 상대해야 하구요. 저같은 일개 선임급한테 40-50대 팀장급 협력사 분들이 찾아와서 아이고 책임님 담당자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꾸벅거리는 것도 되게 불편하구요..
다른 IT 팀 윗분들은 제가 담당하는 일이 말도 안되는 사고만 안치면 교체도 절대 없는 꿀직업이라는데, 저는 이거 IT 업무가 전체 업무 반도 안 차지하니까 기분이 썩 좋지가 않네요. 그냥 돈 더받는 경비원이 된거 같아요.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법률이나 정책같은 것만 주구장창 들여다 보고 있기도 좀 이상하고.. 문과생도 할수 있을 거 같은..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현타가 오는데 여기 오래 다니면 커리어 망가질 거 같아서요. 그런데 또 주변에서는 어지간한 중견기업 이상은 원래 IT는 거의 전부 외주 주는거라고, 급여도 잘 나오는데 투덜대지 말고 조용히 회사 다니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상주중인 협력사 분들하고 이야기해 보면 전부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면서 저 피하구요. 협력사 쪽에서 한번은 싹싹하고 일도 잘 도와 주시는데, 저희 사람 뽑고 있으니까 기술 같은건 다 가르쳐 드릴테니 한번 지원해 보실래요? 물어보시길래 어떤지 들어봤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이직하기 전 연봉 수준으로 돌아가더라구요.
원래 대기업 IT는 개발부서 아니면 전부 이런 걸까요.. 찝찝하네요. 기술적으로 발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산팀처럼 돈 벌어오는 부서도 아니니 사내에서는 한직으로 분류되구요. 포지션이 애매합니다. 당장 월급이 괜찮게 나오니 그냥 다니고 있긴 한데, 제일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 엑셀입니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