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 기억.
어린 시절 기억은 당연하지만 내가 주인공이고, 나의 기억 속엔 나밖에 없다. 우린 삼 남매이지만, 내 기억 속에는 누나나 동생의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부모님은 다르다. 나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 건 나의 부모님이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부모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걸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가장 긍정적인 점은 부모님은 우리들 앞에서는 항상 말 조심했다. 어릴 적 욕설을 들은 기억이 없다. 어머니는 원래부터 그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단 한 번도 험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버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고된 육체노동과 그것을 잊기 위해 술로 인해 거친 말들을 했을 법한데, 적어도 우리들 앞에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모두가 출가하고 두 분만이 남은 고향에, 가끔 방문할 때면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거친 욕설이 뛰어나오곤 하신다. 그건 살아오면서 체득된 습관에서 나온 욕설이었다. 적어도 어린 시절 우리들 앞에서 만은 조심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또한 욕을 하지 않는다. 군에서조차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끔은 혼잣말로 하거나 글로 표현하기는 한다.
반면 부정적인 점은, 부정적이라고 하기엔 과하고 아쉬운 점이라 하면, 바로 소극적인 태도다. 무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셨고, 언제나 순응하는 태도로 삶을 살으셨다. 주어진 대로, 배운 게 없어서, 모나지 않게 그렇게 욕심 없이 평이하게 사셨다. 나 역시 그런 성격을 물려받았다. 해선 안되는,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았으며, 그저 주어진 길만 걸어왔다. 굴곡 없는 평탄한 삶. 밋밋하지만 실패 없는 삶이라 생각한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도 전에 운명 지어지는 것이기에 나는 내 인연에 순응하며 살았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내가 지금껏 잘 살고 있는 것도 이런 영향이 가장 컸던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