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사라졌다. developer is gone.
가까운 미래 변곡점이라 불릴만한 일이 소리 소문 없이 벌어졌다. 개발자는 설자리를 잃었는데, 거듭되는 지피티의 발전으로 예전처럼 코딩하는 구시대적 작업이 사라진 이유였다. 개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직장에서 쫓겨난 그들은 절망했다. 출근하지 않는 아빠를 본 아이들은 어색함을 느꼈다. 왜, 아빠는 출근하지 않아? 아이들은 엄마에게 물었고, 평소와 다른 상황, 즉 아빠가 집에 있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을 애써 위로했지만, 남편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말투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읽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우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함은 불화로 치밀어 올랐다. 부부 싸움이 잦아진 이유를 굳이 여기서 설명하진 않겠다.
이 믿기지 않은 일들은 하루아침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데, 새로 릴리즈된 chatgpt 9.1버전 때문이었다. 9.1버전은 이전 버전과 다른, 간단 명료하게 말하자면, 가히 혁신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개발 과정 중 주요 단계였던, 구현 단계 즉 개발 단계를 완벽히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발자들에게 멸시받던 기획자들은 만세를 외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툭하면 안된다, 일정이 부족하다, 여러 핑계들로, 기획자들이 듣기엔 그랬다. 하여튼 거부만 부르짖던 개발자가 없어진 이유여서다.
이런 상황을 가장 먼저 눈치챈 학원들은 업종을 개발자 양성과정에서 기획자 양성과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기 시작했다. 6개월 양성 후 바로 취업 가능함. 신입 연봉 오천 쌉가능을, 외치며 또 다른 양 떼를 모집했다. 여기에 모인 순진한 양 떼들은 제단에 제물로 바쳐질 위기를 알지도 모르는 체 말이다.
정부에서도 실업자가 된 개발자들을 위해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이런 일은 이미 예견되었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소, 때론 거대한 파도에 맞서기보다는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할 때도 있는 법이오. 정통부 장관이 발언했고, 주위를 둘러보며 뭐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표정 지었다. 장관, 그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요. 옛말에, 산불은 번지기 전에 꺼야 한다는 말이 있소, 지금 막 불이 번지기 직전이란 걸 모르시오. 실직된 개발자들을 위해 긴급 재난 자금을 편성해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단 말이오. 야당 대표가 큰소리로 말했다. 이보시오 대표, 돈은 어디 땅 파면 나오는 줄 아쇼, 그렇게 돈이 필요하면 대표께서 직접 땅을 파 돈 좀 보태주시구려. 장관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마쳤다. 가만히 듣고 있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재정이 바닥이라 재난 자금을 편성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정통부 장관을 바라봤다.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장관은 찡긋 윙크하며 미소를 지었고, 여기서 마치겠다는 말과 함께 서둘러 회의장을 나갔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바로 불시에 직장에서 내쫓기고, 덩달아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 개발자들이 처음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마치 모래알이 진흙으로 변하는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서둘러 대표단을 구성한 개발자들은 거리 투쟁에 나섰다. gpt는 멸하자. 그들의 구호였다. 정부에 gpt 사용을 당장 막고 다시는 사용하지 말자는 확답을 요구했다. 시위는 불꽃처럼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