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vs 공기업 전산직. 진로 고민입니다.
물론 이 질문에 해답은 자신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뭘 정확히 원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이고, 혹시 같은 고민이나 결정을 해보신 선배님들이 있으실까 해서 이렇게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곧 30살이 되고, 복수전공을 했고 SSAFY를 이수한 취준생입니다.
저는 제가 개발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코딩이 재밌어서(기초 알고리즘 배울 때) 이 길에 들어섰고, 코테 공부도 시작한지 2개월만에 백준 플래티넘을 달았었습니다.
SSAFY에서도 프로젝트를 3번 했는데 모두 결과가 좋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개발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여 빅테크나 커머스의 백엔드를 목표로 했고, 설령 신입으론 못 가더라도 SI에서 경력을 쌓고 빅테크로 가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SSAFY에서 많이들 가는 금융권은 생각도 안 했고 마찬가지로 공기업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간단한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는데, 기한 내에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려고 하니 빡빡하게 개발하는 거나 코드리뷰가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SSAFY에서 제가 재밌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획부터 제가 낸 아이디어로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빅테크를 가든 유니콘을 가든 어차피 남들이 만들라는 거 구현하는 건 같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발자로 살아남으려면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한데, 저는 자료구조 알고리즘 이런 공부는 좋아해도 프레임워크 및 기술에 대해서는 공부에 흥미가 없습니다. 물론 재밌어야만 공부를 한다는 건 배부른 소리 밖에 안 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기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공기업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진 않겠지만 사기업보단 적을 테고, 적게 벌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취미 하면서 살 수 있는 워라밸이라는 장점이 컸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사는 것보다 지방에서 사는 걸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물론 지금 와서 공기업을 준비한다는 게 늦었다고는 생각합니다. 자격증이라곤 정보처리기사, OPIC IM2가 전부입니다. 한국사 1급도 따야 하고, 전공 공부도 다시 해야 하고, 토익이나 토익스피킹을 추가로 공부해야 합니다. NCS는 제가 원래 그런 문제를 좋아해서 자신은 있지만 어쨌든 공부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사기업에 합격하려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지거국을 나와서 지역인재 혜택은 받을 수 있겠지만, 전산직이 TO도 적을 뿐더러 대부분 중고신입을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면접에서는 SSAFY에서 했던 팀 프로젝트와 제 개인 프로젝트 경험으로 어필하겠지만, 아무래도 현업에 있다 온 사람한테 경험면에선 밀립니다.
그래서 결국 이 두 가지 의문으로 인해 완벽히 길을 못 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가 지금 와서 공기업 준비해봤자, 오히려 취업만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닐까? 쌩신입으로 공기업 전산직을 뚫을 수 있을까?
사기업에 단순히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재능이 없다는 이유가 아닌, 흥미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굳이 공기업을 택해야 할까?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다가 막상 사기업 와서 취업해보니 할만하더라는 경험을 하신 선배님이 계실까요? 혹은 똑같은 생각으로 공기업으로 이직하신 선배님도 계실까요?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선배님들의 짧은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습니다.
이래저래 고민하면서 내용이 길어졌는데, 긴 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