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 EP2
선임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한 가지 일만 하면 돼, 지금 짐 싸서 나가는 것.
이럴 순 없어요.
아니,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만 나가줘. 더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 불필요한 법적 다툼은 피하자.
좋아요. 제가 그만둬야 한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이유야 많지. 정말 듣고 싶어?
네.
넌 그동안 배운 게 없구나. 이유를 모르니 말이다. 잘 들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지각했고, 근무시간에도 여러 번 자리를 비웠는데, 그게 한 시간이 넘은 적도 많았어. 어디서 무얼 하나 봤더니 휴게실에서 자고 있더군. 이건 말이야, 피곤해서 그랬구나 하고 그냥 하하 호호 넘길 일이 아니야. 그리고 업무 메일 읽십한게 두 번, 이건 답을 몰랐다면 내게 물어봤어야 했어. 여하튼 그건 그렇고, 일정을 못 지킨 것도 세 번이나 돼, 이외 기타 등등 많지.
쩨쩨하게 그런 사소한 것까지 걸고넘어지다니, 선임이 무척이나 속 좁아 보였다. 그리고 어디까지 말할 건지도 궁금했다.
계속해 보세요.
정말 더 듣고 싶어?
네, 제 얘기잖아요. 계속해 보세요.
선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너를 입사 때부터 가르쳤어. 넌 그걸 너무 당연시 여기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 언제나 말뿐이었어. 네, 알겠습니다. 대답만 잘했을 뿐, 다음에 또 같은 질문을 했어. 나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여기까지 듣고 나니 이젠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거군요.
전혀 없지.
그는 선임을 보았다. 그의 눈에서 읽히는 단어는 ‘빨리 나가라’였다. 충분히 모욕적이고 비참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진 마세요. 훗날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두고 보세요.
잘 됐네, 그날을 기다릴게. 난 인내심이 많거든, 언제든 환영이야.
지금까지 우리는 이 둘의 이야기를 지켜봤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굳이 묻고 따지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의 상식적인 일이라면 그리 어려운 판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판단일 뿐, 우리가 살면서 경험해 본 바로는 세상은 그렇게 객관적이지 않다. 모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도 그랬다. 자신이 쫓겨난 이유가 그가 보기에는 불공평했다. 단지 사소한, 그러니깐 목적을 수단화할 쪼잔한 사유들로 보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는 쫓겨나게 되었고 적어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됐으니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주제넘게 말하자면, 이 교훈은 중요한 것이니, 앞으로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짐을 챙겨 나왔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고 퇴근 시간에 맞물려서 인근 역까지 가는 길은, 인파로 북적였다. 어제만 해도 저들처럼, 하루 일과를 마친 기분 좋을 시간이었을 텐데. 지금은 아니었다.
어제와 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가 그립고,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