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 - 프롤로그
이봐 신입, 지금 뭐 하는 거야, 반복문 하나도 제대로 못 써? 지금 for 문 하나 짜는데도 gpt에 구문 물어보고 있는 거야? 아놔, 미치겠구만, 아서라, 관둬,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냥 나가 뒈져라, 그러고도 개발자야?
사수의 폭언을 들은 그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나는 여기서 나가게 되면, 당장 내일부터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과, 다른 하나는 간단한 코딩조차 혼자 힘으로 해내지 못한 부끄러움이었다. 분노를 억누르자 자신도 모르게 코에서는 콧바람이 쒹쒹 거리며 나왔다.
어쭈 이놈 봐라.
어찌나 콧바람이 세던지 책상 위에 있던 문서가 들썩거렸던 것이다. 사수는 더 이상 말 섞기 귀찮다는 듯, 뒤돌아 나가버렸다.
아, 이를 어쩐다. 이제 어떡하지. 무뚝뚝한 자신의 성격에 사수를 쫓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할 용기가, 아니 그건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서 끝이구나. 온갖 불안한 생각이 덮쳐왔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문뜩,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본 지옥 2의 문근영 남편이 생각났다. 정진수에게 이용만 당하고 죽은. 그는 파탄 난 결혼생활의 원흉인 정진수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복수의 기회가 왔음에도 오히려 그를 위험에서 구해준다. 그리고 배신당한다. 분노에 찬 그를 보며 정진수는 말한다.
당신이 왜 지금 그 모양 그 꼴인 줄 알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타인을 통해 얻으려 했기 때문이야. 아내가 다시 돌아오기를 아내에게 바랬고, 나에게도 대신해서 세상을 구원해 주기 바랐던 거야. 그렇게 남에게 의지한 당신이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든 거라고.
맞아. 나에게 폭언한 사수를 탓할 게 아니라 내 실력을 탓해야 해. 좋은 사수를 만나 길 바랄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인정받는 후임이 되어야 하고.
자, 안타까운 광경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원래 그 모양이니 더 나은 것을 기대한다면 우리가 순진한 것이다. 이제 그가 어떻게 실력을 키워갈지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