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때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ep9
그녀는 그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황당했을 텐데 바로 와줘서 고마워요. 경황이 없지만 일단 들어와요. 저기 소파에 앉으면 돼요. 집이 지저분하죠? 혼자 사는 집이 다 이렇죠. 커피 드릴까요? 아니면 라면 먹고 갈래요?”
그는 그녀가 끓여준 라면을 먹었고, 커피까지 마셨다.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스스로도 궁금했다. 왜 자신이 여기에 왔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뭔가에 홀린 듯, 소용돌이에 휘말린 기분이었다.
그 순간 문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그들은 느닷없이 울린 벨 소리에 깜짝 놀라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고, 그녀는 입술 가운데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는데, 그건 조용히 있자는 신호였다. 그렇게 숨죽여 있는 사이 초인종이 반복적으로 울렸다. 그러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포기한 듯 조용해졌다.
이제 그들은 함께 싸운 전우처럼 친밀감을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니 당분간은 별일 없을 거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 끈적한 시선이 무얼 말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건 애써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본능적인 시선이자, 이제 때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서로가 망설였다. 먼저 선을 넘어 오길 간절히 바랬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서 오라고,
날 가져가라고,
지금이 기회라고,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외쳤지만 시간만 흐를 뿐이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지쳤는지 소파에 덥석 쓰러지듯 앉았다. 긴장이 풀렸고, 그 긴장 속에는 아쉬움도 포함되어 있었다.
긴장이 풀린 체 소파에 반쯤 누운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에......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들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용기 내어 말했다.
"자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