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울린 전화는 그녀였다. ep8
주말 한밤중에 울린 전화는 그녀였다. 결과적으로 잘못 걸린 전화였지만, 그 잘못 걸린 전화로 인해 모든 게 달라졌다. 그에게 있어 그녀의 끌림은 무척이나 강했다. 어찌나 강했던지 꿈에서조차 반복해 나올 정도였다. 한마디로 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대체 가슴 큰 여자를 싫어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라며, 그는 그녀에게 끌림을 스스로 정당화했다.
“여보세요?”
“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이에요?” 뜻밖의 전화에 궁금증을 가지고 대답했다.
“여보세요?”
“네. 듣고 있어요.”
“아, 이런. 죄송해요. 대리님. 잘 못 걸었어요.”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그는 “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면서도 아쉬운 생각에 입 맛을 다셨다.
다음날 밤, 전날 밤 잘못 온 전화는 별생각 없이 잊었다. 그러나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린 것은 공교롭게도 그가 화장실에서 대변을 밀어내며, <20세기 소년>를 읽고 있을 때였다. 하필이면 이때 전화벨이 울리다니 무척 짜증스러운 순간이었다. 전화를 받으려면 얼른 밑을 닦고 나서야 됐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벨은 계속 울렸고, 그는 마저 대변을 밀어내어 장을 깨끗이 했다. 그사이에도 벨은 울렸고, 그는 비데까지 마치고 나서야 화장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받은 순간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중요한 전화라면 다시 하겠지.
내심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이,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대리님. 대리님.” 그녀의 목소리에 긴급함이 있었다.
“지금 집 앞에 모르는 남자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요. 혼자 있어 너무 무서워요. 근처에 아는 사람도 없고, 대리님, 괜찮으면 여기로 와 줄 수 있나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자, 그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어디죠? 어디로 가면 되죠?”
“광교 센트럴프르시오시티, 1901호.” 그녀가 주소를 불러주었다.
“걱정 마요. 곧 갈게요."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 서둘러 문밖을 나섰다.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이는 강한 호기심에 도파민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불러준 원룸 앞에 도착 후 “집 앞에 도착했어요.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문 앞에 낫시에 핫팬츠를 입은 그녀가 서 있었다. 순간 그는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어떨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서술자는 갈림길에 섰다. 절묘한 수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 못하다간 나락으로, 아니면 잔뜩 바람만 넣은 야바위꾼으로 몰릴 수도 있다. 어쩌면 다음이 마지막 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