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ep7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라고 그는 용기 내에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그녀는 “그럼요, 당연히 있죠”,라고 답하며 환히 웃었다. 그때처럼.
“그런데 대리님. 지금은 대리님이 더 좋은 걸 어떡하죠?" 그녀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그는 몹시 놀랐다. 나를 좋아한다고? 갑자기? 이유를 묻자, 평소에도 저돌적인 그녀는 곧바로 그의 몸을 훑어보며 답했다.
“대리님, 좀 쑥스럽긴 한데, 대리님의 그 탄탄한 몸, 특히 반바지 입었을 때 보이는 그 갈라진 허벅지요. 전 그 큰 허벅지를 볼 때마다 거부할 수 없는 힘에 매료돼요. 그리고 묘한 흥분감을 느끼죠. 그건 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제 의지가 아니라 본능이기도 하고요. 대리님을 처음 만난 날부터 알 수 없는 힘으로 엮어진 기분, 전 그것이 인연이라 생각해요.”
여기까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달리기와 근력으로 다져진 자신의 몸, 아, 이런 게 진정한 헬창의 삶이란 말인가? 그는 스스로 반문했다. 이성에게 눈길을 끄는 건 원초적인 거야. 첫인상 3초면 호감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하잖아. 여자들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강인한 남자를 원해. 눈에 보이는 강인함 말이야. 좋은 징조야. 그는 자신의 생각에 만족감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찌질한 솔로의 삶도 안녕이다.
“다시 한번 말해 줄래요? 제가 좋다고요?”
“네, 다시 말할 수 있어요. 얼마든지요. 열 번도 더 말할 수 있어요. 대리님이 좋아요. 대리님도 저에게 호감이 있어 물어보신 거 아니에요? 전 그게 눈에 보여요. 그건 숨길 수가 없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을 볼 때, 특히 호감 가는 이성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끈적한 시선이 있거든요. 대리님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전 그것을 느꼈어요. 제 말이 틀리지 않죠?”
그는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녀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꿈꾸는 듯했다. 그때, 그녀가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의 목덜미에 그녀의 입김이 닿을 정도였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놀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는 듯 그의 입술에다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심장의 박동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에 그녀의 촉촉한 입술이 닿았고, 그 달콤한 맛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는 서둘러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아프지 않았다. 다시 꼬집어 봤지만, 역시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상실감에 눈을 떴다. 꿈속에서 느꼈던 황홀감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황홀감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하아, 그럼 그렇지.” 그는 짜증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