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로 첫 출근 한 날. ep5
아샷추를 다 마시기도 전에 담당자가 들어왔다. 담당자가 이르기를,
같이 일할 한 명이 더 옵니다. 동기가 있어요. 그 친구는 프런트를 맡을 겁니다.
담당자의 말에 기대와 호기심이, 이를테면 같은 동기가 여자였으면, 그리고 이뻤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그가 신체 건강한 남자라는 증거였다. 시간이 갈수록,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의 기대는 한층 더 높아만 갔다.
때마침, 회의실 문이 열리고 담당자와 함께 들어온 그, 그러니깐 그의 동기는 약간 통통한 체격에 금테 안경을 썼고,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동그란 얼굴을 가진 여자사람이었다. 그도 모르게 그녀 가슴에 시선 멈췄는데, 이는 보통 이상의 크기였기 때문이다. 쑥스러움과 당황스러움에 얼른 눈을 담당자에게 돌렸다. 은혜로운 마음이 들었다.
순간이었지만 그녀 가슴에 머물렀던 시선을 생각하니 갑자기 아래에서 묵직한 반응이 올라왔다. 옛말에도 있듯이, 남자는 문턱만 넘어설 힘이 있으면 그 생각을 한다고 하지 않나. 모든 게 옛말 그대로였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물리쳤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담당자는 기획, 그녀는 프런트, 그는 백단을 맡게 되었다. 세명이 한 팀이었다.
이제 우리는 한 팀이니 서로 함께 잘 해보자는 담당자의 파이팅 넘치는 말과 함께 자리를 안내받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갓 오픈한 게임 예약 및 홍보 앱 유지 보수였다. 그렇게 성스러운 판교 생활이 시작됐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그는 오래간만에 심리적 부담을 덜고 숙면을 취했다. 그러나 앞날을 예견한 듯한 불길한 꿈을 꿨다.
그는 기차에 막 올라탔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오래된 기차였고, 열차 안은 모두 비어 있었다. 창가에 앉아 시가에 불을 붙이고 시가를 피우며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그녀가, 그 동기 여자가 조그마한 희색 털을 가진 발바리와 함께 그의 앞 자석에 와 앉았다. 꿈에서는 서로 모르는 존재였고, 그가 피우는 시가에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그는 순간 시가를 끌까 생각하다가 거의 다 피운 상태였고, 창을 열고 창밖으로 연기를 내뱉고 있었기에 망설이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시가를 꺼달라고 부탁하면 기꺼이 그럴 용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경멸하듯 쳐다봤고, 그 표정에 오기가 생겨 계속 시가를 피웠다. 끝내, 그녀는 안고 있던 발발이를 옆에 내려놓고 그가 피고 있던 시가를 가로채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는 황당함과 분노에 그녀 옆에 있던 발바리를 집어 똑같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순간 괴성과 함께 그녀는 그의 빰을 후려갈겼고, 그도 모르게 그녀의 빰을 후려갈겼다. 그러고는 잠이 깼다.
잠이 깬 그는 생각했다. 분명 꿈에 개가 나왔으니 개꿈이 맞을 텐데, 이 떨칠 수 없는 찝찝함은 뭘까. 불길한 예감은 밤새 그를 감싸 안았다. 어느덧, 아침이 밝았고 그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